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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교섭 쓰나미] 노란봉투법 시행령, 완성차 하청 '교섭 폭주' 우려

하청업체 경영 부담 급증
원청, 수천 건 동시 교섭 대응 난항
분리 교섭 확대 시 임금·원가 조정 불가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완성차업계가 정부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심각한 교섭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하청업체 노조들의 분리 교섭 요구가 확대되면서 원청 기업이 수백~수천 건의 동시 교섭을 떠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현대자동차처럼 협력사가 8500곳에 이르는 구조에서는 단일 교섭 체계가 흔들리면 생산과 경영 전반에 큰 혼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내년 1월 5일까지 입법 예고한 시행령은 교섭 단위 분리 사유를 폭넓게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현격한 근로조건 차이’ 등 예외적 상황에서만 분리를 인정했지만 이번 시행령은 업무 성질, 작업 방식, 당사자 의사 등 조건만 충족하면 하청 노조가 분리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완성차 산업은 1~3차 하청업체의 업무가 모두 달라 이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원청보다 먼저 영세 하청업체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청업체 상당수는 노무 전담 인력조차 없어 교섭 대비를 위한 법률 검토, 노무사 선임, 전담 인력 배치 등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 하청 노조가 단순 요구만 제기해도 기업들은 수백 건의 절차 대응에 즉각 착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청 노조의 요구가 현실화되면 원청 기업은 경영 정보와 생산 계획 등 내부 사안까지 협상 대상으로 삼아야 할 수 있다. 특히 1~3차 하청업체가 모두 다른 업무 구조를 갖고 있어 원청 기업은 실제 1차가 아닌 하청업체의 요구까지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협력사 노조 조직률이 낮더라도 분리 교섭 요구가 확대되면 앞으로 더 많은 노조가 설립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1·2차 하청업체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원청 기업이 직접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해지면서 업무 처리가 복잡해지고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 업계는 시행령 취지와 달리 현실적으로 원청과 하청 모두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보완 입법을 통한 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면적으로 무조건 교섭권을 인정하는 건 아니고 일정한 요건하에서지만, 해석 범위가 넓어서 기본적으로 하청업체 노조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매우 크게 열렸다"면서 "교섭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이미 대외 무역 환경을 보면 경제 상황이 악화되며 외국으로 나가고 있는 대기업 원청이 많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한화오션 전부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란봉투법을 만들어 비용구조마저 악화시키면 국내에서 생산할 필요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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