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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산업현장 흔드는 노란봉투법, '블랙봉투'로 변질돼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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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나연진 기자
국회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처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은 21일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고, 재계는 시행 시기만이라도 늦춰달라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법안의 취지는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해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것이지만 산업 현장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제조업과 물류, 서비스업 등 노동 집약적 산업은 단 하루의 파업만으로도 생산과 공급망에 직접 차질을 빚는다. 그 충격은 기업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고 협력업체, 나아가 수출 물량과 소비자 가격까지 연결된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는데 법 개정이 오히려 또 다른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기업 입장에서 부담은 단순한 재정 문제를 넘어선다. 불법 파업에 따른 손배 청구를 사실상 제한하면 협상 구조 전반을 다시 짜야 하고, 장기적 경쟁력 유지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이 투자 계획을 세우거나 인력 운용을 결정할 때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국 제조업체들에겐 치명적인 변수다.

문제는 균형이다. 법안이 노동자의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안전망이 지나치게 두꺼워져 기업 활동을 제약한다면 결과적으로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한쪽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다른 쪽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면 그 법은 이름값을 다하지 못한다.
'노란봉투법'은 상징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장치로 출발했다. 그러나 그것이 현장의 현실과 동떨어지면 산업 전반을 옥죄는 '블랙봉투'로 변질될 수 있다. 국회는 법안 처리 과정에서 이 같은 이중성을 직시해야 한다. 기업과 노동계의 힘겨루기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지키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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