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업과 물류, 서비스업 등 노동 집약적 산업은 단 하루의 파업만으로도 생산과 공급망에 직접 차질을 빚는다. 그 충격은 기업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고 협력업체, 나아가 수출 물량과 소비자 가격까지 연결된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는데 법 개정이 오히려 또 다른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기업 입장에서 부담은 단순한 재정 문제를 넘어선다. 불법 파업에 따른 손배 청구를 사실상 제한하면 협상 구조 전반을 다시 짜야 하고, 장기적 경쟁력 유지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이 투자 계획을 세우거나 인력 운용을 결정할 때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국 제조업체들에겐 치명적인 변수다.
문제는 균형이다. 법안이 노동자의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안전망이 지나치게 두꺼워져 기업 활동을 제약한다면 결과적으로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한쪽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다른 쪽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면 그 법은 이름값을 다하지 못한다.
'노란봉투법'은 상징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장치로 출발했다. 그러나 그것이 현장의 현실과 동떨어지면 산업 전반을 옥죄는 '블랙봉투'로 변질될 수 있다. 국회는 법안 처리 과정에서 이 같은 이중성을 직시해야 한다. 기업과 노동계의 힘겨루기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지키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