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에서 수만개의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가 재활용되지 못한 채 쌓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영국은 전기차를 조기에 보급하고 나선 선진국임에도 배터리 공급망과 재활용 체계가 미비해 심각한 환경·안전 위험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FT는 전했다.
FT에 따르면 영국 내 사용후 배터리는 약 2만3500개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최대 90%가 재사용이나 재활용되지 못하고 창고에 보관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배터리 스타트업 알틸리움과 온라인 중고거래업체 리셀닷스토어는 “영국의 잠재적 배터리 재고는 심각한 문제”라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급망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용후 배터리는 ‘블랙매스(black mass)’ 형태로 파쇄돼 재처리할 수 있지만 영국은 배터리 정제 시설이 없어 대부분 해외로 보내야 한다. 블랙매스란 전기차나 휴대폰 등에 쓰인 리튬이온 배터리를 파쇄·분쇄한 뒤 남는 검은색 분말 형태의 물질을 말한다.
그러나 폐배터리는 위험물로 분류돼 운송 보험 확보가 어렵고 수출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리튬·니켈 등 핵심 광물 가격이 지난 2022년 이후 급락한 것도 재활용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FT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성분상 재활용 가치가 낮아 현재로선 비용만 발생한다”고 전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영국의 규제 미비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알틸리움의 파트너사 제니스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배터리가 창고에 방치되고 있다”며 화재 및 환경오염 위험을 경고했다. 실제로 일부 사용후 배터리는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재규어랜드로버는 자체 ‘배터리 재사용 프로그램’에 따라 회수·보관 중이라고 밝혔고, 닛산도 무상 회수 후 재활용 또는 재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