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협상 타결로 상호관세 15%로 낮춰
자동차 관세로 전기차 시장 수요 위축 예상
미국의 중국산 배터리 견제로 반사이익 전망
자동차 관세로 전기차 시장 수요 위축 예상
미국의 중국산 배터리 견제로 반사이익 전망

6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국내 배터리 업계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반년 넘게 지속됐던 경영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이차전지 소재인 양극재·음극재도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직접적인 영향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자동차에 부과된 15% 관세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9월부터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는 것과 맞물리며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길어질 수 있어서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아직 관세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면서 "완성차 업체들과 지속적으로 전략을 조정 중이며, 고객사와 협의가 진행되고 있어 관세 영향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실보다 득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보다 중국에 부과되는 관세가 더 높아 반사이익이 예상돼서다. 미국은 수입되는 중국산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에 기본관세와 상호관세, 펜타닐 관련 보복관세 등을 포함해 총 40.9%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내년에는 58.4%까지 오를 전망이다.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K-배터리의 입지가 더 확대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미국 ESS 시장에서 중국은 어렵다"면서 "(국내 업체 입장으로 보면) 시장을 독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기차는 관세·보조금 폐지로 잠시 주춤하겠지만 ESS의 경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수요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관세로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부진한 것 등 일부 영향이 있지만, ESS가 이 부분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업체들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는 10월부터 미국 인디애나주 미국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공장 일부 라인에서 ESS용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또 내년부턴 리튬인산철(LFP) 기반 ESS 배터리도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LFP 기반 ESS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회사는 현지 생산 ESS 수요 확대에 맞춰 올해 연말까지 17기가와트시(GWh), 2026년 말까지 30GWh 이상의 현지 생산량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SK온은 ESS 배터리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현재 다수 고객과 공급계약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6년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대중 ESS 배터리 관세 부과로 인해 배터리 관세 37%와 펜타닐 등 중국 제품 전체에 부과되는 관세율을 고려할 때 약 70% 수준의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이에 따라 미국 내 생산 라인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의 가격 협상력이 매우 강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