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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살린다더니 더 조이네"…'풀MVNO' 띄우지만 현장은 삼중고

중소 업체, 도매대가·전파세·보안인증 삼중고
업계 "설비 투자해도 회수 길 막혀" 철수 확산
전 정부부터 이어온 알뜰폰(MVNO) 시장 활성화 카드인 '풀MVNO'육성 전략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미지=챗GPT이미지 확대보기
전 정부부터 이어온 알뜰폰(MVNO) 시장 활성화 카드인 '풀MVNO'육성 전략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미지=챗GPT
전 정부부터 이어온 알뜰폰(MVNO) 시장 활성화 카드인 '풀MVNO'육성 전략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풀MVNO'는 알뜰폰 사업에서 교환기 등 핵심 설비를 자체 보유해, 독립적인 요금제 설계와 고객 관리를 하는 경쟁 수단이다. 그러나 현재 이를 추진하는 사업자는 손에 꼽힌다. 제도적 기반과 투자 회수 가능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 정부가 '풀MVNO 육성' 구호만 앞선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도매제공 대가를 고시하던 기존 방식을 폐지하고 자율 협상으로 전환했다. 문제는 '설비 투자자’와 '비투자자'간 도매대가 차등 체계가 부재하다는 지점이다. 현장에서는 실질 풀MVNO 전환을 위해 교환기·과금 시스템 등 필수 설비 구축에 최소 100억 원 이상의 초기 투자가 요구된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설비를 갖춰도 SK텔레콤 등 도매제공 사업자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해도 회수할 수단이 막혀있는데 누가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실적으로 국내 대부분의 알뜰폰 사업자는 'Pre-MVNO' 즉, 단순 재판매 형태에 머물러 있다. 이는 원 사업자의 상품을 유통하는 수준으로, 실시간 가입자 관리나 고객 응대, 요금제 설계에서 제약이 따른다.

업계는 "알뜰폰이 유통 이상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트래픽 제어와 실시간 과금이 가능한 시스템이 필수지만, 이 역시 전제는 설비투자"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설비투자 이전에 업계가 직면한 현실적 과제는 '삼중 규제 부담’이다. 첫 번째는 전파사용료 전면 부과다. 정부는 2026년부터 알뜰폰에도 전파사용료를 100% 부과할 예정인데, 이는 가입자 10만 명 기준 연간 약 5억 원에 달한다. 상당수 중소 사업자의 연간 영업이익 수준이 이를 넘지 못해, 최근 철수 및 매각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두 번째는 도매대가 자율 협상화에 따른 협상력 불균형이다. 대기업 통신 3사 중 도매망을 제공하는 SK텔레콤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중소사업자가 주도권을 갖기 어렵고, 차등 조건도 없기에 설비 투자에 따른 수익보전 전망도 어둡다.
세 번째는 보안 관련 인증과 시스템 의무화다. 모든 사업자에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의무화했고, 스팸 방지 솔루션 적용도 요구된다. ISMS는 최초 취득 시 수 천만~1억 원 이상이 소요되며, 매년 수 천만 원의 유지비도 들어간다. '간편 인증'대체 방안이 논의되지만 ISMS와는 별개로 취급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규제 비용은 상승하는데, 사업 구조는 여전히 재판매 위주에 머물러 있어 알뜰폰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다.

업계는 '가장 시급한 규제 완화 과제'로 전파사용료 전면 부과를 지목한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중소기업이 불리하다는 수준이 아니라, 애초에 구조 자체가 투자를 막고 있다"며, "이 상태에선 '풀MVNO 육성’이 아닌 '풀MVNO 포기’를 정부가 조장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학기술정통부는 도매제공의무사업자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나, 법안 통과와 후속 제도 정비 없이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일본 인터넷 기업 라쿠텐의 자회사 라쿠텐 모바일이 '풀MVNO’를 통한 시장 진입 성공 사례로 거론되지만 국내에 대입해 보기엔 아직 먼 얘기다. 현장에선 "MNO까지 간 라쿠텐 모바일까지 안 가도 pre MVNO만 제대로 키워도 충분한 경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제도 정비가 준비되지 않은 '풀MVNO'은 선언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시장 자율에 맡긴다며 책임에서 눈을 돌릴 것이 아니라 업계 이탈을 줄이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지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inmai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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