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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헤그세스 국방장관 탄핵위기... 중간선거 패배의 원흉

헤그세스 미국 전쟁장관/ 사진=미국 전쟁부  이미지 확대보기
헤그세스 미국 전쟁장관/ 사진=미국 전쟁부
[인물칼럼] TV 스튜디오에서 펜타곤으로, 그리고 탄핵의 벼랑 끝으로: 피트 헤그세스
워싱턴 정가의 시계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가 집권 공화당의 참패로 막을 내리면서, 그 패배의 원흉을 찾는 거대한 정치적 후폭풍이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의 수장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미 국방장관. 한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열렬한 미디어 호위무사이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총아로 불리며 세계 최강대국의 군사권을 거머쥐었던 그가, 이제는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자당인 공화당 내부로부터도 거센 탄핵과 경질의 압박을 받는 사면초가의 신세로 전락했다.

텔레비전 주말 아침 쇼의 진행자에서 일약 펜타곤의 주인이 되었던 이 전례 없는 인물은 과연 누구인가? 무엇이 그를 이토록 위태로운 권력의 벼랑 끝으로 내몰았는가. 헤그세스는 1980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태어났다. 피트 헤그세스의 초기 이력은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와 야전 군인의 길이 교차하는 독특한 궤적을 그린다.

명문 프린스턴 대학교에 진학한 그는 학부 시절부터 보수 성향의 학생 신문인 ‘프린스턴 토리(The Princeton Tory)’의 발행인을 맡으며 일찌감치 이념적 선명성을 드러냈다. 당시 그는 진보적 캠퍼스 문화에 맞서 전통적 가치와 강력한 안보관을 설파하는 청년 우파 논객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3년 대학 졸업 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서 잠시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그는, 9·11 테러 이후 고조된 애국심의 물결 속에서 주방위군 보병 장교로 임관하며 군복을 입었다.그의 군 경력은 이후 그가 정치적 자산을 쌓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헤그세스는 쿠바 관타나모만 해군기지 경비 소대장을 시작으로, 이라크 바그다드와 사마라에서 보병 소대장 및 민사 작전 장교로 복무했으며,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는 대반군 훈련 교관으로 활약했다. 이 과정에서 동성무공훈장(Bronze Star Medal)을 두 차례 수여받았고 소령으로 진급했다. 비록 군 지휘부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다루는 장성급 경력이나 방대한 국방 행정을 총괄해 본 경험은 전무했으나, 전장의 최전선에서 먼지를 마셔본 ‘야전 전사(Warrior)’라는 타이틀은 향후 워싱턴의 관료주의를 비판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는 또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며 이론적 배경까지 보강했다.전역 후 ‘미국을 걱정하는 재향군인회(Vets for Freedom)’와 ‘미국을 걱정하는 재향군인들(Concerned Veterans for America)’ 등 보수 성향의 제대군인 단체를 이끌며 워싱턴 정가에 발을 들인 그는, 2012년 미네소타주 연방 상원의원 공화당 경선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뒤 새로운 무대를 발견했다. 바로 ‘폭스뉴스(Fox News)’였다.

2014년 폭스뉴스의 논평가로 합류한 그는 특유의 유려한 언변과 호소력 있는 태도, 그리고 준수한 외모로 단숨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시청하는 것으로 유명한 주말 간판 프로그램 ‘폭스 앤 프렌즈 위켄드(Fox & Friends Weekend)’의 공동 진행자를 8년간 맡았다. 그는 단순한 방송인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교감하는 비공식 고문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스피커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방송을 통해 미군 내 전쟁범죄 혐의자들에 대한 트럼프의 사면을 강력히 로비해 관철시킨 일화는 두 사람의 밀착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워크(Woke)’와의 전쟁을 선포한 파격의 국방장관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하며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국방장관으로 피트 헤그세스를 지명했을 때, 워싱턴의 외교·안보 기득권층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간 8000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예산을 주무르고 300만 명에 달하는 군인 및 민간 인력을 통솔하는 펜타곤의 수장에, 군 고위직이나 방위산업체, 혹은 의회 상임위 경험조차 없는 40대 TV 진행자를 앉히겠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기성 체제에 대한 선전포고였기 때문이다.

인준 과정 역시 가시밭길이었다. 과거 재향군인 단체 운영 시절의 재정 관리 부실 의혹, 사생활과 관련된 각종 추문, 그리고 기독교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문신 논란과 “여성은 전투 병과에 배치되어서는 안 된다”는 과거 발언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며 거센 자질 논란이 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그세스가 상원 인준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구하는 국방 개혁의 핵심 코드인 ‘반(反)워크(Anti-Woke)’를 가장 선명하게 대변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전사들에 대한 전쟁(The War on Warriors)』 등을 통해 현대 미군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과 정치적 올바름(PC)에 매몰되어 본연의 전투력과 치명성(Lethality)을 상실했다고 맹비난해 왔다.

취임 직후 그는 펜타곤 내부의 진보적 군사 문화를 뿌리 뽑겠다며 군 기강 확립과 법률 시스템 재검토를 지시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전통적인 관료적 신중함 대신 이념적 돌파력과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 충성심을 앞세운 그의 리더십은 지지자들에게는 ‘펜타곤의 카르텔을 부수는 혁명’으로 비쳤으나, 비판자들에게는 ‘정교한 군사 안보 시스템을 아마추어적 독단으로 몰아넣는 위험한 도박’으로 인식되었다.

‘이란 전쟁’의 늪과 역설적 몰락의 위기


아이러니하게도 헤그세스를 탄핵이라는 초유의 위기로 몰아넣은 결정적 계기는 그가 그토록 강조하던 ‘문화 전쟁’이 아니라, 차가운 국제정치의 현실인 ‘실제 전쟁’이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이란과의 무력 충돌, 이른바 ‘이란 전쟁’의 장기화가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대외 군사 개입을 극도로 꺼리는 고립주의 성향의 ‘미국 우선주의’ 노선과 달리,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 및 예멘, 베네수엘라 등지에서의 군사 작전을 주도하며 강경한 확전 노선을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워싱턴 정가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헤그세스는 이란의 저항 의지와 전쟁 수행 능력을 과소평가한 채 “빠르고 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장밋빛 낙관론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출구전략 없는 군사 행동을 부추긴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의 호언장담과 달리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 소모전으로 비화했다. 미군이 다시금 중동의 늪에 발이 묶이고, 전쟁 여파로 인한 에너지 가격 불안과 물가 상승, 주거비 부담 가중이 미국 본토의 민생을 직격하자 유권자들의 분노는 투표장에서 폭발했다. 그 결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상·하원 모두의 주도권을 민주당에 내주는 궤멸적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패배의 충격파 속에서 책임론의 화살은 일제히 펜타곤을 향했다. JD 밴스 부통령조차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선거에서 패배한 이유는 전쟁 때문”이라며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를 냈고,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전·비주류 성향인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은 이르면 다음 주 본회의에서 헤그세스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강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미 슈리 타네다르 의원 등 민주당 측이 헤그세스가 의회의 전쟁 승인 및 감독 권한을 우회해 월권을 저질렀다며 탄핵안을 발의해 둔 상황에서, 전쟁 장기화에 등 돌린 공화당 내 이탈표까지 합쳐질 경우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지고 있다.

불투명한 거취, 시험대에 오른 ‘충성파’의 운명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헤그세스는 매우 일을 잘하고 있다”며 해임설을 일축하고 자신의 참모를 감싸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헤그세스 본인 역시 민주당의 공세를 ‘개인 파괴의 정치’라 규정하며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 내부의 기류는 사뭇 냉랭하다. 중간선거 참패로 국정 동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국 돌파를 위한 희생양을 찾고 있으며,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차기 국방장관으로 기용하거나 헤그세스를 테네시주 연방 상원의원 공석으로 이동시키는 일종의 ‘출구 시나리오’가 참모진 사이에서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의 부상과 위기는 현대 미국 정치가 직면한 하나의 거대한 우화와도 같다. 케이블 뉴스 스튜디오에서 날카로운 언어로 기성 체제를 비판하고 대통령의 심기를 보좌하는 데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미디어 스타였을지언정, 복잡한 지정학적 방정식과 대규모 군사 작전의 불확실성을 통제해야 하는 국방장관의 자리는 화려한 수사(Rhetoric)만으로 버텨낼 수 있는 무대가 아니었다.

이념적 순혈주의와 충성심을 앞세워 펜타곤에 입성했던 그가, 자신이 주도한 전쟁의 늪에 빠져 자당 의원들로부터 탄핵의 칼날을 마주하게 된 작금의 현실은 권력의 냉혹한 인과응보를 여실히 보여준다. 과연 그가 이 초유의 정치적 폭풍을 뚫고 살아남을지, 아니면 트럼프 행정부 후반기 국정 쇄신을 위한 첫 번째 불명예 퇴진자로 역사에 기록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워싱턴의 의사당과 펜타곤을 주시하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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