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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완성차 주가 침체와 미·유럽 산업 전략 파장

유럽 완성차 3사 합산 시총 페라리 1개 사에도 미달
르노 최고경영자 유럽연합의 소극적 대응 산업 파멸 경고
미국 자동차 업계 중국산 차량 수입 영구 금지 입법 촉구
수출될 차량들이 중국 산둥성 옌타이항 터미널에 정박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수출될 차량들이 중국 산둥성 옌타이항 터미널에 정박해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의 시가총액이 급감한 가운데,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와 유럽연합의 정책 공백이 맞물려 산업 전반이 위기에 직면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11월 3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유럽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주가 부진 배경을 집중 조명했다. 르노와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3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620억 달러(약 83조 4520억원)로, 단일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인 페라리의 710억 달러(약 95조 5660억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스바겐은 판매량 기준 세계 2위, 스텔란티스는 4위 규모이지만 자본시장 평가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통 제조사 중 규모가 가장 작은 르노의 시가총액은 약 92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2조 3832억 원에 그쳐 보유 공장과 자산 가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을 보였다.
르노는 중국 기술을 빠르게 도입해 신형 전기차 르노 5를 선보이며 반전을 노리고 있으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스텔란티스 역시 최근 실적발표에서 비용 절감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2024년 3월 고점 대비 84퍼센트 이상, 연초 대비 56퍼센트 이상 하락했다.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 필립 우슈아는 중국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유럽 자동차 업계가 좀비 산업과 같은 침체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유럽연합 정책 공백과 생산량 급감 우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 최고경영자는 최근 런던에서 가진 간담회를 통해 유럽 완성차 주가 하락의 원인이 유럽연합의 미온적인 태도에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유럽연합이 값싼 중국 경쟁업체들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으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유럽 자동차 산업이 파멸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로보 최고경영자는 중국산 자동차가 유럽 수입 과정에서 30퍼센트에서 40퍼센트의 비용 우위를 점하고 있어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가격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유럽연합이 중국 기업들에 유럽 내 현지 생산을 강제하는 대규모 협상을 이끌어낸다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며, 이를 통해 투자자들이 유럽 완성차 업계를 개별적으로 재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별도의 강력한 조치가 없다면 2030년 직후 유럽의 자동차 생산량은 과거 평균치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폭스바겐 개발 중단과 미국의 규제 강화


유럽 기업들이 비용 압박에 시달리는 사이, 폭스바겐은 자금난을 이유로 신형 전기차 골프의 개발 작업을 중단했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사내 메모에 따르면,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대량 생산 브랜드 최고경영자는 당장 투자를 이어갈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당초 2026년 출시를 목표로 차세대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적용하려던 핵심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리면서, 폭스바겐은 일자리 감축과 공장 폐쇄 검토에 이어 미래 모델 개발까지 보류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직면했다.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는 중국 자동차의 유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입법과 로비가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중국산 자동차 수입을 영구 금지하는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의회에 거듭 촉구했다.

자동차혁신연합은 보안과 감시 위험을 동반한 중국산 수입품의 대량 유입으로부터 자국 시장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시장의 울타리를 높이더라도 라틴아메리카 등 해외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 제조사들이 전기차 판매의 90퍼센트를 점유하는 등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 격화는 피하기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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