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회 장악 땐 기업 조사·재정 교착 가능성…공화당 수성 땐 감세·국방비 확대
물가 불만 속 트럼프 집권 후반기 정책 시험대…월가, 의회 권력 재편 주시
물가 불만 속 트럼프 집권 후반기 정책 시험대…월가, 의회 권력 재편 주시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중간선거가 3일(이하 현지시각) 실시되는 가운데 선거 결과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경제정책과 인공지능(AI) 산업 규제, 국가부채 관리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는 향후 2년간 미국 의회의 권력 구도를 결정한다.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지, 민주당이 한 곳 이상을 장악할지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진 여건이 달라지게 된다.
특히 높은 에너지 가격과 생활비 부담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뿐 아니라 경제적 파급효과도 주목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거 직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물가와 생활비 문제가 유권자들의 핵심 관심사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이같은 민심이 실제 의회 권력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이번 선거의 주요 관전 요소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AI 기업에 대한 의회 감독과 국가부채 한도 협상, 재정지출 정책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으며 주식과 채권, 달러화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민주당 의회 장악하면 AI 기업 조사·규제 강화 가능성
선거 이후 기업과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는 AI 산업에 대한 의회의 감독 권한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민주당이 상원이나 하원에서 다수당을 확보하면 대형 기술기업과 관련 감독기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 AI 기업의 사업 운영과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은행 레이먼드제임스의 에드 밀스 워싱턴 정책분석가는 “민주당이 의회 조사권을 확보하면 첨단 AI 모델에 대한 안전기준과 독립적인 평가, 사고 보고 의무를 강화하는 움직임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에도 더 큰 책임을 요구하는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 기업들은 최근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기반시설에 자금을 투입하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의 빠른 확장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로이터와 입소스의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 3명 가운데 1명만이 데이터센터의 빠른 건설 확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의회 조사 권한을 확보하면 데이터센터 건설과 AI 모델 안전성에 관한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의 가상자산 및 예측시장 업계 관련 사업 관계에 대한 조사도 준비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이 의회 통제권을 유지하면 AI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의회 차원의 조사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JP모건 전략가들은 공화당의 의회 장악이 지속될 경우 기존 정책의 연속성과 규제 완화, 신속한 연방정부 인허가가 AI 기반시설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의회 분점 땐 국가부채 한도 협상 난항 우려
미국의 재정정책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공화당이 상원을 유지하는 분점 의회가 구성되면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 사이의 정치적 협상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연방정부 예산안과 국가부채 한도 문제를 둘러싼 대립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국가부채 한도 협상은 내년 미국 정치권의 핵심 현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업체 이버리의 디에고 바르누에보 시장분석가는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백악관과의 협상이 예산안과 국가부채 한도처럼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사안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을 확보하는 상황이 미국의 재정 전망에 중립적이거나 다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제한되면 국가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회와 백악관의 정치적 대립이 심화되면 정부 운영 중단이나 국가부채 한도 협상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
미국은 이미 대규모 재정적자와 증가하는 국채 이자 비용에 대한 우려를 안고 있다.
국가부채 한도 협상이 장기화되면 미국 정부의 신용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재정지출 억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어느 정당이 승리하더라도 미국의 재정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한 견해도 나온다.
◇공화당 수성 땐 감세·국방비 확대 가능성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경우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경제정책이 이어질 여지가 커진다.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을 지속하는 동시에 국방비 지출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경제분석업체 누메라애널리틱스의 호아킨 크리츠 라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공화당의 의회 장악이 유지되면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추진해 온 재정정책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추가 감세와 국방비 확대가 동시에 이뤄지면 이미 높은 수준인 미국의 재정적자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재정적자 확대는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과 차입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채 공급 증가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맞물릴 경우 장기 국채금리에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공화당의 의회 장악이 유지되면 기업 규제와 AI 산업에 대한 감독 강화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관련 기업들의 정책 불확실성은 완화될 수 있다.
결국 공화당의 승리는 기업 규제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재정적자와 국채금리 측면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상반된 전망을 낳고 있다.
◇달러화도 의회 구성 따라 서로 다른 경로 예상
미국 중간선거는 달러화의 향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민주당과 공화당이 의회 권력을 나눠 갖는 경우 정치적 교착으로 경제정책 추진이 지연될 수 있다.
시장 참가자들이 이같은 상황을 미국의 경제성장에 부담이 되는 요인으로 받아들인다면 달러화에 하락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공화당이 의회 통제권을 유지해 재정지출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면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단기적으로 달러화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캐나다 결제업체 코페이의 칼 샤모타 수석 시장전략가는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지킬 경우 국채금리 상승을 통해 달러화가 초기에는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재정적자를 통한 정책 확대가 지속되면 장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이 달러화 관련 위험에 대비해 환헤지 비중을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채금리 상승이 단기적으로 달러화에 유리하게 작용하더라도 미국의 재정 부담이 커지면 장기적인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선거 결과만으로 달러화의 지속적인 강세나 약세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과거 중간선거 이후 증시 상승 사례 많았지만 이번엔 변수 산적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과거 중간선거 이후 주가가 상승한 사례가 많았다는 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약 27% 상승했다.
AI 관련 대규모 자본투자와 기업들의 견조한 실적 증가가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올해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 국채금리도 크게 상승했다.
기업들의 AI 투자 확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높은 금리와 국가부채 문제까지 부각되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미국 투자분석업체 네드데이비스리서치에 따르면 1930년 이후 중간선거에서 대통령 소속 정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은 사례는 8차례 있었다.
이 가운데 5차례는 선거일부터 연말까지 S&P500지수가 상승했다.
해당 사례에서 선거 이후 연말까지의 주가지수 중간 상승률은 1.4%로 전체 중간선거 연도의 같은 기간 중간 상승률인 1.9%보다 다소 낮았다.
네드데이비스리서치의 에드 클리솔드 미국 담당 수석전략가는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연말 증시 상승폭을 다소 제한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주가 상승 자체를 막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과거의 주가 흐름이 이번에도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AI 산업에 대한 규제 변화와 국가부채 한도 협상, 재정지출 확대 가능성 등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마지막 연설은 시설 개선 성과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앞 반사연못에서 마지막 대면 연설을 진행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3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자신이 추진한 반사연못 보수공사와 워싱턴의 시설 개선사업을 주요 성과로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높은 물가와 생활비 부담 등 유권자들의 경제적 어려움보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진 건설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시설 개선사업이 수도의 안전과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유권자들의 경제적 불만이 주요 선거 쟁점으로 부각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성과와 야당이 제기한 문제 사이의 차이도 선거운동 막바지에 드러난 셈이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2년간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의회 협조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달라지게 된다.
로이터는 의회 권력 구도의 변화가 AI 기업 감독과 재정정책, 국가부채 한도 협상뿐 아니라 달러화와 국채금리,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