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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함 넘겨받던 마닐라의 변신…HD현대·한화오션, 잠수함 놓고 맞붙다

- 2021~2025년 한국 방산 수출 18% 필리핀 유입…폴란드 잇는 최대 거점 안착
- 한화오션 장보고-3 설계 내세우고 HD현대중공업 수비크만 조선소로 맞불
- 정비 기지·기술 이전 묶은 생태계 제안 속 상업 선박 건조 물량 배분 과제
필리핀 국방부가 추진하는 군 현대화 사업에서 한국이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방산 수출 물량의 18%를 소화하며 핵심 공급 국가로 자리 잡았다. 이미지=제미나이4이미지 확대보기
필리핀 국방부가 추진하는 군 현대화 사업에서 한국이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방산 수출 물량의 18%를 소화하며 핵심 공급 국가로 자리 잡았다. 이미지=제미나이4

필리핀 국방부가 추진하는 군 현대화 사업에서 한국이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방산 수출 물량의 18%를 소화하며 핵심 공급 국가로 자리 잡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026년 11월 2일(현지시각) 필리핀이 남중국해 안보 위협에 대응해 한국산 무기 체계 확보를 늘리면서 협력 수준을 기술 이전과 공동 생산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국 방위산업이 완성품 공급을 넘어 장기 정비 생태계로 진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상 양도서 공동 생산으로…신뢰 쌓은 해양 협력

필리핀은 남중국해 영유권 긴장이 높아지자 해양 방어력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주니어 필리핀 국방장관은 지난주 세부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안보 회의 계기에 강신철 국방부 장관과 만났다.

두 장관은 군 현대화와 방산 기술 협력, 공동훈련을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테오도로 장관은 양국 관계를 "형제자매"에 비유하며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테오도로 장관은 2026년 9월 서울안보대화 참석차 한국을 찾았을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양국은 전략 방향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해군의 신형 호위함과 초계함 대부분은 한국에서 건조됐다.

공군 역시 한국산 FA-50 경공격기를 확보해 운용하고 있다. 테오도로 장관은 무기 도입 단계를 지나 공동 생산으로 관계를 넓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동근 아시아태평양리더십네트워크 정책위원은 "필리핀 경제가 성장하고 중국과 마찰이 이어지면서 과거 노후 퇴역함을 무상으로 넘겨받던 방식에서 벗어나 첨단 무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일원으로 파병한 역사적 유대 역시 군사 협력을 뒷받침하는 배경이다.

수출 18% 흡수한 핵심 관문…잠수함 패키지 격돌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석상훈 선임준연구원은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필리핀이 한국 방산 수출의 18%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지상 무기 중심인 폴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이자, 해군과 공군 전력으로는 최대 규모다.

석 연구원은 "필리핀은 한국이 해군과 공군 장비를 동남아 시장에 알리는 중심지"라고 진단했다. 섬이 많은 지형 특성상 해양 방어력을 키우려는 필리핀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양국은 2024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격상하면서 조달 협약에 유지보수를 포함해 장비 수명 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협력 틀을 짰다.

필리핀 해군의 차기 수상함 및 디젤-전기 잠수함 공급을 두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한국 해군의 3600t급 장보고-3 잠수함을 필리핀 작전 환경에 맞게 개량한 '장보고-3 피엔(PN)'을 제안했다. 잠수함 기지 건설과 정비 시설, 승조원 교육 훈련을 한데 묶은 방식이다. 기존 조선소 활용을 넘어 현지 전용 기지 신축을 망라하는 생태계 일괄 제공 전략이다.

정비 거점 선점 경쟁과 상업 선박 운용 조율


잠수함 사업의 무게중심은 선박 인도 자체보다 유지·보수·정비(MRO) 기반 구축에 쏠린다. HD현대중공업은 현지 수비크만 조선소를 두고 있어 향후 정비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 측면에서 이점을 안고 있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기지 설계와 승조원 양성을 포괄하는 종합 체계를 앞세워 필리핀 해군의 첫 잠수함 부대 창설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해외 기술 이전 경험을 쌓아왔다.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페루와 4억 6300만 달러(약 6229억 6650만 원) 규모로 해군 함정 4척을 현지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오션 역시 2021년 인도네시아에 현지 조립 잠수함 알루고로함을 인도하며 기술 이전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다만 조선소 운영 우선순위에 대한 외부 시각도 존재한다. 이동근 정책위원은 한국 조선업계의 높은 상선 수요를 거론하며 상업 선박 건조 물량 배분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위원은 HD현대중공업이 임차 중인 수비크만 야드에서 선박 건조가 시작된 점을 이러한 관측의 근거로 들었다.

업계에서는 필리핀 정부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와 장기 차관을 포함한 금융 지원 조건 조율을 눈여겨보고 있다. 기술 이전 수위와 정비 시설 투자 규모를 둘러싼 양국 간 협의 내용, 제3국 경쟁 업체의 제안 조건에 따라 최종 사업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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