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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낡은 순양함 바다 떠나는데…빈자리 채울 카드로 한국 군함 떴다

- 美 해군연구소 프로시딩스 기고…세종대왕급을 타이콘데로가 대체 함형으로 지목
- 1만 2000톤 선체에 128셀 무장 완비…미국 주력함보다 넉넉한 확장성 주목
- 한국 조선사 대미 협력 거점 가동…미국 법령에 묶인 건조 규제 완화가 관건
미 해군연구소 월간지 프로시딩스는 2026년 11월호에서 오는 2030년 퇴역하는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의 공백을 메울 대체 함형으로 한국 해군의 1만 2000톤급 세종대왕급 구축함을 제안했다. 사진=HD현대이미지 확대보기
미 해군연구소 월간지 프로시딩스는 2026년 11월호에서 오는 2030년 퇴역하는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의 공백을 메울 대체 함형으로 한국 해군의 1만 2000톤급 세종대왕급 구축함을 제안했다. 사진=HD현대

미 해군연구소 월간지 프로시딩스는 2026년 11월호에서 오는 2030년 퇴역하는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의 공백을 메울 대체 함형으로 한국 해군의 1만 2000톤급 세종대왕급 구축함을 제안했다.

프로시딩스는 11월 1일(현지시각) 게재한 글을 통해 이번 제안이 미 해군 공식 방침이 아닌 마티아스 윌슨 대위의 개인 기고라며 공식 도입 결정이 내려진 상태는 아니라고 보도했다.

미국 내부의 군함 건조 차질과 중국 함대 확장이 맞물리면서 한국 조선소의 검증된 건조 능력이 미국 해상 전력 공백을 보완할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선체 한계 부딪힌 미국 주력함

미 해군은 2030년까지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을 순차적으로 전량 퇴역시킬 계획이다. 당장 빈자리를 대신할 주력함은 알레이버크 플라이트3 구축함이지만 선체 확장의 한계가 뚜렷하다.

40년 전 설계를 이어받아 내부 공간이 비좁은 탓에 첨단 장비를 추가로 얹기 어렵다. 미국 조선소의 잦은 납기 지연과 건조 단가 상승도 함대 유지에 적잖은 부담을 안겼다. 그사이 중국 해군은 런하이급 대형 순양함을 빠르게 늘리며 미 해군을 압박하고 있다.

해외 설계를 도입하려던 시도 역시 벽에 부딪혔다. 미 해군은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설계를 기초로 콘스텔레이션급 호위함 건조를 추진해 왔다. 잦은 설계 변경으로 건조가 늦어지자 2025년 11월 25일 후속 4척 건조 계약을 전격 취소했다.

윌슨 대위는 기고문에서 세종대왕급의 경우 대대적인 설계 변경 없이도 미 해군의 생존성 기준을 채울 수 있다고 짚었다. 선체 내부에 냉각 시설과 전력 공급 장치를 덧붙일 여유 공간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128셀 무장력과 미국 현지 생산망


세종대왕급은 만재배수량 1만 2000톤으로 미 해군 현역 순양함보다 덩치가 크다. 고성능 에스피와이-원디 레이더와 이지스 전투 체계를 완비했다.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수직발사관은 최대 128셀에 이른다.

알레이버크 플라이트3보다 32셀 많고 중국 런하이급의 112셀 무장력마저 앞선다. 넉넉한 선체 용량 덕분에 새로운 센서를 장착할 때 필요한 전력 발전과 냉각 계통을 여유 있게 확보할 수 있다.

한국 방산 조선사들과의 현지 생산 협력망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세종대왕급 선도함을 건조한 HD현대중공업은 2025년 4월 7일 미국 최대 함정 건조사인 헌팅턴잉걸스인더스트리스와 함정 생산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한화그룹은 2025년 8월 27일 발표를 통해 인수한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약 6조 6790억 원)을 투자해 연간 건조 능력을 최대 20척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한국의 검증된 함정 양산 기술과 미국 현지 조선소가 결합하면 개발이 지연되는 미국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의 공백을 메우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수선 공급망 진입과 남겨진 숙제


미 해군 전문지에서 세종대왕급 설계를 긍정적으로 다룬 대목은 한국 대형 군함의 설계 기술이 미국 해상 전력 요구 수준에 부합함을 보여준다.

함정 사업을 영위하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국내 방산 조선사들은 유지보수 협력을 넘어 장기적으로 선체 블록 공급이나 기술 제휴 방식으로 미국 함정 시장 참여 통로를 모색할 여지를 갖게 된다.

미국 현지 조선소를 확보한 한화그룹 역시 현지 건조 분담 논의에서 실질적인 접점을 갖추고 있다. 세부 협력 규모는 미국 정부의 장기 조달 계획에 공식 반영되기 전이어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실제 협력 단계로 나아가기까지는 제도적 문턱이 높다. 미국 상선보호법인 존스법과 외국 야드의 군함 건조를 금지한 연방법령에 대해 미국 의회가 예외를 인정하지 않으면 기술 제휴 논의 자체가 표류할 수 있다. 여기에 국내 함정 기술의 해외 이전에 따른 정부 인허가 절차도 거쳐야 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 의회의 건조 규제 완화 추이와 미국 현지 생산 야드의 현대화 작업 진척 속도를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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