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기조 물가 2% 도달 공식화에도 정부는 디플레이션 탈피 선언 '유보'
관방장관 "재발 위험 완전 소멸 확인 필요"…다카이치 내각, 재정 팽창 명분 유지
야당 "물가고 대책 펴면서 탈피 거부는 모순"…2013년 아베노믹스 성명 재검토 회피
관방장관 "재발 위험 완전 소멸 확인 필요"…다카이치 내각, 재정 팽창 명분 유지
야당 "물가고 대책 펴면서 탈피 거부는 모순"…2013년 아베노믹스 성명 재검토 회피
이미지 확대보기일본은행이 목표치인 2% 물가 달성을 공식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디플레이션 탈피를 선언하는 데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30일 정례 회견에서 물가 하락 국면을 벗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다시 디플레이션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없다는 확신이 서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이 금리 정상화의 문을 열어젖혔음에도 정부가 종식 선언을 꺼리면서, 정국에서는 재정 확장 명분을 지키려는 총리관저와 인플레이션 대응을 촉구하는 야당 간의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日銀 2% 선언과 정부의 신중론 고수
일본 통화정책의 나침반이 완전히 바뀐 날에도 총리관저는 차분함을 유지했다. 기하라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디플레이션 탈피 선언 여부를 묻는 질의에 "단순히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태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라며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경제 전반이 다시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객관적 판단이 서기 전까지는 선언을 내놓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역시 지난 7월 회견을 통해 디플레이션을 탈피했다고 단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진단을 내놓은 바 있다. 관저 내부에서는 선언 자체가 실질적인 정책 효과를 내기보다 중동발 유가 불안 등으로 촉발된 고물가 민심만 자극할 수 있다는 회의론이 팽배하다. 정부는 서민 가계를 위협하는 생활비 상승 압력을 제어하는 응급 대책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적극재정의 속내와 야당의 모순 질타
정부가 선언을 미루는 배경에는 다카이치 총리의 핵심 경제 기조인 '책임 있는 적극재정'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총리가 추진하는 재정 정책은 맹목적인 수요 진작이 아니라 공급 능력을 키우는 구조개혁"이라며 "오히려 물가를 안정시키는 억제 효과를 지닌다"고 해명했다. 과거 아베 정권 이래 지속된 경기부양 틀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탈피 선언을 전략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야당은 정부의 이 같은 태도를 정책적 모순이라며 거세게 몰아붙였다.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이날 열린 당대회의에서 정부가 한발 앞서 디플레이션 탈피를 공식화하고 인플레이션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명당 니시다 마코토 간사장도 인플레이션 시대에 걸맞은 세제 전면 개편을 요구했으며, 민주개혁회 오가와 준야 대표는 엔화 약세로 유발된 원자재 비용 전가형 인플레이션을 원한 것이냐며 정부 정책의 허점을 찔렀다.
2013년 성명 재검토와 정책 수정 반증
통화당국과 행정부의 근본적인 엇박자는 지난 2013년 체결된 정부와 일본은행 간 2% 물가 목표 공동성명에서 비롯된다. 10년 넘게 금융완화의 족쇄로 작용했던 이 합의를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으나, 기하라 장관은 "당시와 비교해 경제 상황에 큰 변화가 있었다"면서도 구체적인 문구 수정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일본 정부가 시장의 요구에 응해 디플레이션 종식을 공식 선언할 수 있을지는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률을 웃돌며 내수 체력을 증명하고 2013년 공동성명 체제를 수정할 명분을 확보하느냐에 좌우된다. 실질임금 회복이 지연되고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기조 물가가 다시 1%대로 주저앉는다면, 정부의 신중론은 타당성을 얻는 대신 여야 간 재정 지출 확대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통제 불능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정부가 물가 폭등 대책을 앞장서 집행하면서도 디플레이션 탈피 선언을 미루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