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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의 대반격"… 후지필름, AI發 수요에 '자기 테이프' 생산 5배로 확장

2028년까지 100억 엔 투입… 도쿄 인근 오다와라 공장서 100TB급 첨단 테이프 증산
사이버 공격 막는 오프라인 '에어갭' 강점… 저장 비용 HDD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
키옥시아·도시바·호야 등 日 스토리지 소부장 기업 연쇄 증설… 2030년 데이터 4배 급증 대비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와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의 가격 상승은 자기 테이프의 비용 우위를 강화했다. 사진=후지필름이미지 확대보기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와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의 가격 상승은 자기 테이프의 비용 우위를 강화했다. 사진=후지필름
인공지능(AI) 열풍이 촉발한 전 세계적인 데이터 폭증으로 인해 한때 아날로그 유물로 취급받던 '자기 테이프(Magnetic Tape)'가 최첨단 데이터센터의 핵심 보안 백업 매체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네트워크와 물리적으로 분리되는 특성 덕분에 랜섬웨어 등 사이버 공격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데다, 고용량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대비 저장 비용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경제성이 부각하면서 일본 후지필름이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설비 증설에 나섰다.

10월 28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Nikkei)에 따르면, 후지필름은 AI 시대의 급증하는 데이터 아카이빙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 테이프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5배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후지필름은 오는 2028 회계연도까지 일본 가나가와현 오다와라 공장에 총 100억 엔(약 880억 원)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카트리지 하나당 최대 100테라바이트(TB) 이상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차세대 초고용량 테이프 양산 설비를 구축하는 데 주로 투입된다.
1954년 방송용 장비 테이프 개발로 시작해 비디오·오디오 카세트테이프 시장을 호령했던 후지필름이 약 20년 만에 테이프 저장 매체 분야에서 단행하는 최대 규모의 전략적 베팅이다.

2030년 전 세계 데이터 718제타바이트 폭증… '콜드 데이터' 보관소로 부상


자기 테이프가 다시금 주목받는 배경에는 생성형 AI가 유발한 미증유의 데이터 팽창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전 세계 연간 데이터 생성량은 2024년 대비 2030년까지 4배 급증해 무려 718제타바이트(ZB·1ZB는 약 10억 TB)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실시간 연산에 쓰이는 핫 데이터(Hot Data)와 달리, 금융 거래 원장, 의료 기록, AI 기초 학습 원천 데이터 등 장기 보관이 필요하지만, 접근 빈도가 낮은 '콜드 데이터(Cold Data)'의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자기 테이프는 인터넷망과 완전히 단절된 상태로 금고나 보관함에 물리적으로 보관하는 '에어갭(Air-gap)'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해킹이나 랜섬웨어 감염, 시스템 오류로 인한 데이터 변조 및 유실 위험을 완벽히 방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 데이터센터, 금융기관, 국책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테이프 백업 채택이 급증하고 있다.

HDD 대비 비용 4분의 1… 낸드 공급난·HDD 가격 급등에 경제성 압도


가격 경쟁력 역시 자기 테이프의 독보적인 강점이다.

고속 읽기·쓰기가 필수적인 영역에서는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와 HDD가 주류로 자리 잡고 있지만, 대규모 장기 보관 시 테이프의 비용 절감 효과는 압도적이다. 자기 테이프에 테라바이트당 데이터를 저장하는 유지·보수 비용은 저렴한 기업용 HDD와 비교해도 약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상시 전력을 소모하지 않아 데이터센터의 탄소 배출 저감에도 직결된다.
최근 첨단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SSD 가격이 급등하고 데이터센터 발주 확대로 HDD 가격마저 치솟으면서, 자기 테이프의 상대적 비용 우위는 한층 강화됐다.

여기에 일본 기업들이 형성한 견고한 소재 생태계도 힘을 보태고 있다.

기초 베이스 필름을 공급하는 도레이(Toray Industries)와 테이프 표면의 미세 자성 분말 코팅재를 제조하는 도와 홀딩스(DOWA Holdings) 등 일본 소재·부품 기업들이 글로벌 자기 테이프 밸류체인의 90% 이상을 틀어쥐고 있어 원가 및 기술 장벽이 매우 높다.

키옥시아·도시바·호야 등 日 스토리지 '소부장 연쇄 증설' 확산


AI 데이터 폭증의 낙수효과는 자기 테이프를 넘어 일본 스토리지 하드웨어 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일본 플래시 메모리 대기업 키옥시아(Kioxia)는 지난 8월 미국 샌디스크와 손잡고 향후 6년간 총 5조 엔을 투입해 이와테현과 미에현 공장에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SSD 증설 라인을 구축하기로 발표했다.

도시바(Toshiba)는 급증하는 니어라인 HDD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약 600억 엔을 들여 필리핀 공장의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충할 예정이다.

HDD용 차세대 유리기판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호야(HOYA)는 베트남 신공장 건설에 500억 엔을 투입하며, HDD 정밀 헤드 서스펜션을 생산하는 NHK스프링(일본발조) 역시 350억 엔 규모의 증설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글로벌 IT 인프라 전문가들은 "초거대 AI 시대가 열리면서 가장 빠른 연산을 수행하는 HBM·SSD와 가장 안전하고 저렴하게 대량의 데이터를 수십 년간 묵혀두는 자기 테이프가 양극단에서 데이터센터 아키텍처를 양분하고 있다"며 "후지필름을 비롯한 일본 전통 소재·부품 기업들이 70년간 축적해 온 아날로그 정밀 가공 기술이 역설적으로 최첨단 AI 인프라의 최종 안전망으로 재평가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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