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산 110만t 분해 용량 축소와 여수 139만t 에틸렌 설비 3년 분할 중단 승인
- 스페리컬 인사이트 분석…기초유분 출하 감소 속 2030년 세계 고부가 화학 4위 목표
- 원료 수입 취약성과 긴 인증 기간 부담…단순 설비 축소 넘어 기술 상업화 속도가 관건
- 스페리컬 인사이트 분석…기초유분 출하 감소 속 2030년 세계 고부가 화학 4위 목표
- 원료 수입 취약성과 긴 인증 기간 부담…단순 설비 축소 넘어 기술 상업화 속도가 관건
이미지 확대보기시장조사기관 스페리컬 인사이트는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 화학 제조사들이 범용 플라스틱 생산능력을 덜어내고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용 특수 소재로 사업 방향을 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초 유분 중심의 양적 확장 모델이 한계에 부닥친 상황에서 고순도 화학물질 공급망 진입 여부가 제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됐다.
기초 유분 과잉이 부른 249만t 설비 조정
한국 석유화학단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얻는 대규모 공정을 토대로 성장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대형 공장을 잇달아 가동하면서 기초 유분 공급 과잉이 심화됐고, 제품 가격이 떨어지며 가동 효율이 낮은 설비의 부담이 커졌다.
스페리컬 인사이트 분석을 보면 한국의 에틸렌 생산과 출하량은 2024년 약 1039만t에서 2025년 약 1026만t으로 줄었다. 프로필렌 생산과 출하량 역시 같은 기간 922만t에서 859만t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원료 조달 부담과 판매 마진 하락이 맞물리면서 생산량 축소가 뚜렷해졌다.
정부와 기업들은 대산과 여수를 중심으로 공장 정리에 들어갔다. 2026년 2월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HD현대오일뱅크가 참여하는 대산 단지 개편안을 확정하고, 금융과 세제 등을 아우른 2조1000억 원 규모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이 사업을 통해 연간 110만t 규모의 나프타 분해 용량을 단계적으로 줄인다.
이어 지난 7월 22일에는 여천NCC가 가동하는 에틸렌 생산시설 2곳(연간 합산 139만t 규모)의 순차 중단을 골자로, 주주사·협력사인 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DL케미칼이 동참하는 여수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했다. 3년에 걸쳐 진행되는 이 사업에 정부는 7000억 원을 웃도는 정책 패키지 자금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반도체와 미래차 밸류체인 직결하는 217개 과제
산학연 전문가 80여 명이 머리를 맞대고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요소 기술 217개를 추렸다. 인공지능 기반 설계와 자동화 실험 장비를 접목해 신소재 개발 기간을 줄이는 방안도 포함했다. 정부는 해당 로드맵을 통해 한국의 고부가가치 화학산업 경쟁력 순위를 2025년 세계 5위 수준에서 2030년까지 4위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신규 사업 기회는 첨단 제조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패키징용 초고순도 화학물질과 전기차 배터리 셀을 보호하는 절연 고분자 소재가 대표적이다. 자동차 경량화용 특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의료기기용 고기능성 수지, 화학적 재활용 기반 친환경 폴리머 역시 기초 유분을 대체할 분야로 꼽힌다.
전환 과정에 마주한 공급망과 인증 장벽
주요 화학 기업들의 실적은 사업 구조 개편의 배경을 보여준다. 스페리컬 인사이트가 집계한 2025년 연결 실적을 보면 LG화학은 전체 매출 45조9300억 원 가운데 석유화학 부문이 17조5700억 원, 첨단소재 부문이 2조6400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2025년 매출 18조4800억 원에 943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화솔루션은 매출 13조3300억 원을 올리며 여수 사업재편에 이름을 올렸다.
소재 고도화 과정에는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 특수 소재는 초기 연구개발비 부담이 크고 고객사 품질 인증을 받는 데 긴 시간이 걸린다. 단기간에 범용 제품의 매출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뜻이다.
원료 수급 구조의 취약점도 상존한다. 한국 화학업계는 나프타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제정세 변화와 운송로 차질에 취약하다. 스페리컬 인사이트 보고서는 지난 3월 발생했던 엘지화학 에틸렌 공장의 가동 중단 사례를 언급하면서 외부 충격 시 기초 원료 수급이 흔들릴 수 있는 산업적 취약성을 지적했다. 아울러 설비 정리에 따른 지역 협력사 일감 감소와 인력 전환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설비 감축에 따른 고정비 절감과 함께 특수 소재가 실제 납품 계약으로 얼마나 이어지느냐가 중요해졌다. 범용 공장 가동을 멈추더라도 전방 반도체·자동차 수요가 위축되거나 고객사 인증 절차가 지연된다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적 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