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전자제품 수입가격 상반기 7.4% 상승…긴축 강화하면 AI 증시 랠리 위축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경제와 증시의 성장 동력인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서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에 새로운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반도체와 메모리, 서버 등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오랫동안 가격 하락을 주도했던 컴퓨터·전자제품 시장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가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을 만들어내면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물가 안정과 경제성장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고 27일(현지시각) 분석했다.
연준이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수 있지만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AI 투자 확대에 제동이 걸려 미국 증시에도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전자제품 수입가격 7.4% 상승…20년 물가 하락 흐름 역전
모틀리풀은 AI 투자 확대가 미국 물가에 미치는 영향 가운데 컴퓨터와 전자제품 가격의 변화를 주목했다.
미국의 컴퓨터·전자제품 수입가격은 올해 상반기 7.4% 상승했다.
지난 6월 기준 수입가격지수는 77.1로 2016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8.0%로 관련 통계에서 가장 높은 연간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20여 년 동안 이어졌던 가격 하락 흐름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2006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의 컴퓨터·전자제품 수입가격은 약 30% 하락했다.
기술 발전과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컴퓨터와 전자제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AI 인프라 투자가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반도체와 서버, 전자부품 등의 생산능력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대형 기술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고성능 반도체 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관련 제품의 가격 상승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는 AI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인 부품으로 꼽힌다.
모틀리풀은 “GPU와 HBM의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높은 가격 결정력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비용 상승은 데이터센터와 기업용 서버에 그치지 않고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전자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세·유가 이어 AI까지…미국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이미 관세와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두 가지 부담에 직면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은 수입제품 가격을 높였고 이란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에너지 공급에 충격을 줬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연구진이 지난 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2026년 도입된 관세는 올해 2월 기준 미국 소비재 물가 상승률을 2.9%포인트 높인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관세가 없었다면 해당 소비재 가격이 소폭 하락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수입품에 부과된 관세가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뿐 아니라 미국 기업들이 사용하는 원자재와 부품 가격을 높여 국내 생산제품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모틀리풀은 관세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응하는 통화정책보다 AI 인프라 투자에서 비롯되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일이 연준에 더 복잡한 과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AI 투자는 경제성장과 기업 실적 개선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반도체와 전자부품의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관련 설비투자가 늘어나면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고 데이터센터 건설 등 경제활동도 확대된다.
그러나 관련 제품과 부품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소비자와 기업 모두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다.
AI 산업의 성장 자체가 새로운 물가 상승 압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워시 의장 금리정책 딜레마…긴축 강화하면 AI 투자 위축 우려
워시 연준 의장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통화긴축을 재개했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장기간 연준의 목표인 2%를 웃도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지속적인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연준의 정책 선택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모틀리풀은 “연준이 금리를 장기간 동결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해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향후 1년 동안 여러 차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 기업들의 차입 비용이 높아져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반도체 구매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며 상당 부분이 채권 발행과 금융기관 대출 등을 통해 조달되고 있다.
금리가 높아지면 신규 투자에 필요한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일부 사업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AI 인프라 투자 확대는 올해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이끌어온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종합지수는 AI 관련 기업들의 성장 기대에 힘입어 올해 여러 차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연준의 추가 긴축이 AI 투자 축소로 이어지면 증시를 지탱해온 성장 기대도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모틀리풀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높이더라도 그 과정에서 미국 증시의 핵심 상승 동력인 AI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주요 위험으로 꼽았다.
반대로 AI 산업의 성장세를 보호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자제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AI 기술이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여 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더라도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집중되는 현재 단계에서는 공급 부족과 비용 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모틀리풀은 AI 투자 확대가 미국 경제와 증시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연준의 물가 안정 정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