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5000만파운드 들여 보행자 중심 쇼핑가 재편…공실률 13.7%서 1% 미만으로
미니소·팝마트 대형 매장 투자 확대…자라·나이키·워너브러더스도 가세
미니소·팝마트 대형 매장 투자 확대…자라·나이키·워너브러더스도 가세
이미지 확대보기영국 런던의 대표적인 쇼핑 거리인 옥스퍼드 스트리트가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보행자 중심의 상업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한때 백화점 폐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여파로 침체했던 이 지역에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유통기업들이 잇달아 대형 매장을 개설하면서 상권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생활용품 유통기업 미니소와 캐릭터 상품업체 팝마트가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진출하고 자라, 나이키, 워너브러더스 등 글로벌 브랜드들도 매장 확대에 나서고 있어 관련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영국 런던시가 26일(이하 현지시각)부터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약 800m 구간에서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보행자 중심의 쇼핑 거리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전체 1억5000만파운드(약 2659억원) 규모의 장기 재개발 계획에 포함돼 있다. 런던시는 거리 환경을 개선하고 각종 홍보·문화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을 조성해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옥스퍼드 스트리트 800m 구간 차량 통행 제한
옥스퍼드 스트리트는 런던 도심을 대표하는 쇼핑 거리로 세계적인 패션·유통 브랜드와 백화점들이 밀집한 곳이다.
그러나 보행자 전용화 계획은 수십 년 동안 제기됐음에도 교통 문제와 주민 반발 등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이번에는 런던시가 셀프리지스 백화점과 이케아 사이의 약 800m 구간을 차량 통행 제한 구역으로 지정하면서 본격적인 거리 재편에 나선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옥스퍼드 스트리트를 영국을 대표하는 중심 상업 거리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런던시는 보행 공간을 확대하고 기업들이 신제품 홍보행사와 문화행사 등을 개최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국 뉴욕 5번가,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이탈리아 로마 비아 델 코르소 등 세계적인 쇼핑 명소들과 경쟁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주변 주민과 일부 시민들은 교통 노선 변경과 차량 우회에 따른 불편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주요 유통업체들은 보행 환경이 개선되면 쇼핑객들의 방문과 체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864년부터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매장을 운영해 온 영국 백화점업체 존루이스의 나오미 심콕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보행자 전용화는 고객과 방문객들을 위한 공간을 조성할 중요한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글로벌 쇼핑 명소들과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유통업체와 다른 관련 기업들의 투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상가 공실률 13.7%에서 1% 미만으로 급감
옥스퍼드 스트리트는 지난 10여 년 동안 상권 침체를 겪었다.
영국의 대형 백화점 데번햄스와 하우스오브프레이저가 문을 닫았고 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과 쇼핑객들의 방문도 크게 줄었다.
영국 정부가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면세 쇼핑 제도를 폐지한 것도 상권에 부담을 줬다.
부동산 서비스업체 세빌스에 따르면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상가 공실률은 2022년 13.7%까지 상승했다.
점포를 찾는 임차인이 줄어들자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낮추거나 무상 임대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입점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기념품 가게와 미국산 사탕 전문점 등이 크게 늘어나면서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고급 쇼핑 거리 이미지가 약화했다.
임대료도 급락했다.
옥스퍼드 스트리트 서쪽 구간의 평균 임대료는 2016년 ㎡당 약 1만1840파운드(약 2099만원)로 정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했던 2021년에는 ㎡당 약 6458파운드(약 1145만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글로벌 브랜드의 투자가 재개되면서 상가 수요도 회복되고 있다.
세빌스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옥스퍼드 스트리트에서 체결된 매장 임대차 계약은 39건에 달했다.
상가 공실률은 최근 1% 미만으로 낮아졌다.
한때 빈 점포가 크게 늘었던 상업지역에 새로운 유통업체들이 잇달아 입점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미니소·팝마트 진출…아시아 브랜드 투자 확대
최근 옥스퍼드 스트리트 상권에서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는 중국 소비재 브랜드의 진출 확대다.
중국 생활용품 유통기업 미니소와 캐릭터 상품업체 팝마트는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대형 매장을 개설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미니소는 런던 본드 스트리트 지하철역 인근에 있는 영국 음악·영상 유통업체 HMV의 기존 매장 공간을 확보했다.
미니소는 이 공간을 테마파크 형태의 쇼핑 체험을 제공하는 매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글로벌 유통기업들이 제품 판매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직접 방문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세빌스의 샘 포일 글로벌 유통 부문 공동대표는 미니소의 투자 사례가 런던 시장에 대한 아시아 기업들의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아시아 유통업체들이 런던과 유럽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최근 그 움직임이 실제로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브랜드 외에도 스페인 패션업체 자라와 망고, 미국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 독일 푸마 등이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주요 매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워너브러더스는 다음 달 영국 내 대표 해리포터 매장을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개설할 예정이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대규모 매장을 통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임대료 회복에도 2016년 최고치보다 20% 이상 낮아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상가 수요가 회복되고 있지만 임대료와 방문객 수가 과거 수준을 완전히 되찾은 것은 아니다.
세빌스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고급 매장이 밀집한 서쪽 구간의 평균 임대료는 최근 ㎡당 약 9149파운드(약 1622만원) 수준이다.
이는 2016년 최고치인 1100파운드보다 여전히 20% 이상 낮다.
특히 서쪽 구간의 임대료 회복 속도는 동쪽 구간보다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 웨스트엔드 지역의 유통·호텔·부동산업체 800곳 이상을 대표하는 뉴웨스트엔드컴퍼니의 디 코르시 최고경영자(CEO)는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방문객 수가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근무 방식의 변화 등이 방문객 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교통 접근성 개선은 상권 회복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런던 동서 지역과 도심을 연결하는 엘리자베스선 개통으로 외곽 지역에서 옥스퍼드 스트리트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부동산업계는 이같은 교통 환경 개선이 글로벌 브랜드들의 매장 투자 결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또 문을 닫았던 데번햄스와 하우스오브프레이저의 기존 건물은 사무실 공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재개발됐다.
런던시는 도시개발 계획의 승인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한 별도 개발기구도 설립했다.
◇차 없는 쇼핑 거리 실험…상권 회복으로 이어질지 주목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보행자 중심 재편은 단순히 도로의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런던시는 거리를 쇼핑과 관광, 문화행사가 결합된 상업 공간으로 조성하고 글로벌 브랜드들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유통업체들도 이같은 구상에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차량 통행 제한에 따른 교통 불편과 주변 도로의 혼잡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상가 공실률이 1% 미만으로 낮아지고 글로벌 브랜드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지만 임대료와 방문객 수가 과거 최고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않았다.
FT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통기업들의 진출이 빨라지고 글로벌 브랜드들이 대형 매장에 다시 투자하는 가운데 보행자 중심의 거리 재편이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상권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