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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율주행차에 ‘청록색 표시등’ 도입 추진…운행 상태 외부에 알린다

도로교통안전국, 차량 앞뒤·양측 표시등 표준화 제안…설치는 선택사항
운전대 없는 로보택시 규제도 정비…중국도 유사한 표시등 기준 마련
메르세데스-벤츠의 EQS 전기차에 자율주행시스템 '드라이브 파일럿'의 작동 상태를 알리는 청록색 표시등이 켜져 있다. 위쪽 사진은 전조등과 후미등, 사이드미러에 설치된 표시등을 보여준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이미지 확대보기
메르세데스-벤츠의 EQS 전기차에 자율주행시스템 '드라이브 파일럿'의 작동 상태를 알리는 청록색 표시등이 켜져 있다. 위쪽 사진은 전조등과 후미등, 사이드미러에 설치된 표시등을 보여준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미국 정부가 로보택시를 비롯한 자율주행차의 운행 상태를 외부에서 식별할 수 있도록 청록색 표시등 도입을 추진한다.

운전자가 없는 차량을 경찰이나 긴급구조대원, 다른 운전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차량 외부 조명의 색상과 설치 위치, 작동 방식을 통일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모든 자율주행차에 표시등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업체가 표시등을 설치할 경우 통일된 기준을 따르도록 하는 방식으로 규제가 마련된다.

25일(이하 현지시각)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율주행차에 청록색 표시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관련 기술 기준을 표준화하는 자동차 안전기준 개정안을 23일 발표했다.

이번 제안에는 운전대와 같은 수동 운전장치가 없는 자율주행차에 맞춰 기존 차량 조명 관련 규정을 조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자율주행 중이면 청록색 표시등 켜져…운전자 조작 시 꺼져야


NHTSA가 제안한 표시등의 색상은 청록색 계열인 시안색으로, 차량이 자율주행시스템을 통해 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전용 신호로 사용된다.

자율주행차가 도로에서 점차 늘어나면서 경찰과 긴급구조대원들이 차량의 실제 운행 상태를 파악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경찰관이 도로에서 차량을 정지시켰을 때 운전석에 사람이 없다면 해당 차량이 자율주행 중인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사고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원도 운전석이 비어 있는 차량을 발견했을 때 운전자가 실종된 상황인지, 애초에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NHTSA는 이같은 혼란을 줄이기 위해 자율주행 표시등의 색상과 작동 방식을 통일할 방침이다.

규정안에 따르면 표시등은 차량의 자율주행시스템이 운전을 맡고 탑승자가 도로 상황을 감시할 필요가 없는 상태에서만 켤 수 있다.
반대로 운전자가 운행 상황을 감시해야 하는 상태로 전환되면 자동으로 꺼져야 한다.

차량에 여러 개의 표시등이 설치돼 있더라도 모든 표시등이 동시에 켜지고 꺼지도록 했다.

이는 운전자의 지속적인 감독이 필요한 일반적인 운전자 보조 기능과 운전 책임을 시스템이 맡는 자율주행 기능을 구별하기 위한 조치다.

◇차량 사방에서 확인 가능해야…설치는 의무 아닌 선택


표시등은 다른 도로 이용자가 차량의 어느 방향에서도 확인할 수 있도록 설치하도록 제안됐다.

차량 앞면과 뒷면, 양쪽 측면에 각각 1~2개의 청록색 표시등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전체 표시등 수는 차량 한 대당 최소 4개에서 최대 8개다.

설치 높이는 지면에서 최소 15인치(약 38.1cm)로 정했다.

또 표시등은 점멸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하게 켜진 상태를 유지하도록 제안됐다.

NHTSA는 표시등의 색상과 밝기, 설치 위치, 가시성 등에 관한 기준을 마련해 자동차 제조업체마다 서로 다른 신호를 사용하는 상황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표시등 설치 자체는 선택사항이다.

따라서 규정이 최종 확정되더라도 모든 자율주행차에 청록색 표시등이 장착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업체가 표시등을 설치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NHTSA는 자율주행 표시등의 표준화가 다른 도로 이용자들의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벤츠가 먼저 시험한 방식…운전자 보조 기능과 구분


청록색 자율주행 표시등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앞서 시험한 방식과 유사하다.

벤츠는 자사의 레벨3 자율주행시스템인 드라이브 파일럿과 관련해 차량 외부에 청록색 표시등을 장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약 2년 동안 관련 시스템을 시험했다.

레벨3 자율주행은 정해진 조건에서 운전자가 지속적으로 도로를 감시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주행을 담당하는 단계다.

다만 시스템이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운전자가 운전 업무를 다시 넘겨받아야 한다.

반면 테슬라의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은 레벨2 운전자 보조 기능으로 분류된다.

레벨2에서는 차량이 조향과 가속·감속을 지원하더라도 운전자가 계속 주변 상황을 감시하고 운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NHTSA가 제안한 청록색 표시등은 이같은 운전자 감독형 기능이 작동한다는 이유만으로 켤 수 있는 장치가 아니다.

표시등은 차량이 탑승자의 지속적인 도로 감시 없이 자율주행 중이라는 사실을 나타내는 용도로 제한된다.

◇운전대 없는 로보택시 고려…기존 차량 조명 규제도 손질


이번 개정안은 표시등 도입뿐 아니라 기존 자동차 안전기준을 자율주행 기술에 맞게 조정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현행 미국 연방자동차안전기준에는 운전자가 직접 운전대나 조명장치를 조작한다는 전제로 만들어진 조항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방향지시등의 자동 해제 기능이다.

일반 자동차는 운전대가 일정 각도 이상 돌아갔다가 원래 위치로 복귀하면 방향지시등이 자동으로 꺼지도록 설계된다.

그러나 운전대가 없는 자율주행차에는 이같은 구조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NHTSA는 수동 운전장치가 없는 자율주행차에 대해서는 이러한 요건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비상등과 전조등 조작장치에 대한 일부 규정도 자율주행차에 맞게 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조등 시험에 사용되는 전압 기준을 현대화하고 상향등과 하향등의 수직 배치에 관한 일부 설계 제한도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 정부는 이를 통해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형태의 자율주행차에도 기존 자동차 안전기준을 합리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도 청록색 표시등 표준화…2028년 시행 목표


미국에 앞서 중국도 자율주행차의 외부 표시등을 통일하는 기준안을 발표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일 자동차 외부 조명과 신호장치에 관한 국가표준 개정안을 공개했다.

이 기준안은 레벨3 이상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차량에 청록색 계열 표시등을 선택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기준안에서도 표시등은 자율주행 기능이 활성화되면 자동으로 켜지고 기능이 해제되면 꺼지도록 했다.

운전자가 표시등을 임의로 켜거나 끄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 방향이다.

중국은 해당 기준을 2028년 1월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기준 역시 아직 의견수렴 단계에 있어 최종 규정과 시행 일정은 달라질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이같은 기준을 마련한 배경에는 일부 자동차업체들이 자율주행이나 운전자 보조 기능을 나타내는 외부 조명을 제각각 사용하면서 발생한 혼란이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자율주행차가 외부에 운행 상태를 알리는 방식을 표준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에 나선 것이다.

◇미국, 30일간 의견수렴 거쳐 최종 규정 검토


NHTSA는 이번 규정안을 연방 관보에 게재한 뒤 30일 동안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의견수렴 대상은 자동차 제조업체와 자율주행 기술업체, 관련 산업단체, 일반 시민 등이다.

NHTSA는 의견수렴 결과를 검토한 뒤 최종 규정의 채택 여부와 내용을 결정하게 된다.

일렉트렉은 청록색 표시등의 사용 기준이 마련되면 자동차업체들이 향후 자율주행차 설계 단계에서 외부 표시등의 배치와 작동 방식을 함께 고려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표시등의 의무 장착 여부는 이번 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자율주행차의 외부 표시등에 처음으로 통일된 기준을 제시하면서 앞으로 로보택시 등 무인 운행 차량의 운행 상태를 구분하는 방식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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