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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는 최고치, 석탄은 규제 압박"… 호주 광물 시장, '에너지 전환'에 희비 교차

전기차·AI 데이터센터 붐 타고 구리 수요 폭증… 지하 2km CSA 광산 원격 자동화 도입
석탄, 러·우크라전 및 중동 위기로 단기 수요 반등했으나 정부 연 4.9% 배출 감축 압박
신규 채굴 허가 난항 속 "엄격한 규제 통과한 호주가 최후의 석탄 생산국 될 것"
희토류를 실은 트럭이 2019년 8월 23일 서호주 퍼스 북동쪽에 위치한 라이나스의 마운트 웰드 가공 공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희토류를 실은 트럭이 2019년 8월 23일 서호주 퍼스 북동쪽에 위치한 라이나스의 마운트 웰드 가공 공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에너지 전환과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이 본격화되면서 세계 최대 자원 수출국 중 하나인 호주의 핵심 광물 시장이 거대한 분기점을 맞이했다.
전기차 배선과 AI 데이터센터 전력망의 필수 소재인 구리는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대규모 투자와 증산이 이어지는 반면, 발전용 석탄은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단기 수요 반등에도 불구하고 탄소 배출 규제와 인허가 장벽에 갇혀 구조적 쇠퇴의 기로에 섰다.

10월 14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 시드니발 르포 보도에 따르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의 구리 광산과 대형 탄광 현장은 미래 산업 수요와 기후 규제라는 상반된 흐름 속에서 뚜렷한 온도 차를 나타내고 있다.

'사상 최고가' 구리 광산… 지하 2km 파고들며 원격 채굴 혁신


뉴사우스웨일스주 내륙 오지 코바(Cobar)에 위치한 CSA 구리 광산은 지하 약 2km까지 갱도가 이어져 호주에서 가장 깊은 광산중 하나로 꼽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하모니 골드 마이닝이 소유한 이 광산은 현재 연간 약 3만 톤인 생산량을 향후 3~4년 내에 4만 톤으로 3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전기차 모터와 배선, 초고집적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송배전망에 투입되는 구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국제 구리 가격이 지난 9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따른 공격적 증산이다.

극한의 작업 환경과 숙련 노동력 부족은 첨단 기술로 돌파하고 있다.

광부들이 지하 2km 작업장에서 12시간씩 머무는 가혹한 조건을 완화하기 위해, CSA 광산은 지상 조종실에서 실시간 원격 제어로 지하 중장비를 가동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12년 후로 다가온 기존 갱도 고갈을 막기 위해 지하 심부 탐사와 대규모 환기 시스템 투자를 병행하며 수명을 12년 더 연장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러·우크라전 이어 중동 위기에 '석탄 수요' 반짝… 연 89.4억 톤 사상 최대


구리 광산에서 남동쪽으로 400km 떨어진 뉴사우스웨일스주 머지(Mudgee)의 물라르벤(Moolarben) 광산은 정반대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중국 옌저우석탄의 자회사 얀콜 오스트레일리아(Yancoal Australia)가 운영하는 물라르벤은 호주 2위 규모의 노천 탄광으로, 연간 2,000만 톤 이상의 발전용 열연탄을 생산해 뉴캐슬 항구를 거쳐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으로 수출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 중동 위기로 천연가스(LNG) 가격이 폭등하자 저렴하고 공급이 안정적인 석탄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6년 전 세계 석탄 소비량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89억 4,000만 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얀콜의 수출 물량 역시 중국(31%), 일본(27%), 대만(12%) 등 아시아 전력망을 떠받치고 있다.

연 4.9% 배출 감축·신규 허가 난항… "최후의 생존자만 남을 것"


그러나 화려한 수요 반등 이면에는 산업 축소라는 구조적 압박이 짙게 깔려 있다.

호주 연방정부는 2023년부터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 시설에 대해 매년 배출 한도를 4.9%씩 의무적으로 인하하도록 하는 '세이프가드 메커니즘'을 강력히 시행하고 있다.

기준치를 초과한 탄광은 시장에서 고가의 탄소 배출권을 직접 사들여 상쇄해야 한다.

이에 따라 물라르벤 광산은 하루 디젤 5,000리터를 소비하는 대형 운송 트럭을 고연비 모델로 교체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2024~2025 회계연도 배출량을 1.3% 줄였다.

가장 치명적인 걸림돌은 신규 채굴 허가다.

물라르벤 탄광의 현행 채굴 면허는 2038년 만료되는데, 얀콜이 광산 수명 연장을 위해 3년 전 주정부에 제출한 구역 확장 신청서는 환경 규제와 정치적 부담 탓에 수년째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얀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 규제가 강화되면서 장기적으로 글로벌 석탄 생산이 줄어들겠지만, 호주 정부의 엄격한 환경·토지 복원 기준을 충족해 살아남은 소수의 탄광만이 전 세계에서 마지막까지 석탄을 공급하는 최후의 생존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탄소중립 드라이브와 AI 발(發) 전력난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호주 광업 생태계는 미래 핵심 금속인 구리의 기술 혁신과 화석연료인 석탄의 생존 투쟁이라는 극단적인 양극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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