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23개 중앙은행 통화정책 분석…미국·유럽·일본 긴축 압력 속 중국은 추가 인하 예상
이미지 확대보기중동 지역의 군사 충돌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예상보다 견조한 경제 성장 등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면서 금리 인하보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무게를 두는 중앙은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반도체 호황과 내수 회복,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현재 연 3.0%에서 2027년 초까지 연 3.5%로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경제의 약 90%를 차지하는 23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전망을 분석하면서 주요국이 2027년을 앞두고 예상보다 긴축적인 금융환경에 직면할 것으로 12일(이하 현지시각) 내다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의 기준금리를 종합한 지표에는 앞으로 약 0.25%포인트의 추가 인상이 반영돼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주요국 금리가 점진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중동 전쟁과 물가 상승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이 달라진 것이다.
다만 중앙은행마다 경제 여건이 달라 모든 국가가 동일한 금리 인상 경로를 밟는 것은 아니다. 일부 국가는 인상을 지속하는 반면 다른 국가에서는 금리 동결이나 인하가 예상된다.
◇ 한국은행, 11월·내년 1분기 추가 인상…최종금리 3.5% 예상
블룸버그는 한국은행이 오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0%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두 차례 회의에서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만큼 그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일단 동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동결이 금리 인상 기조의 종료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의 권효성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이 11월과 내년 1분기에 각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최종적으로 연 3.5%까지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인상 전망의 주요 배경은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한국의 수출과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두 배 이상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서울 아파트 가격도 주간 기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산업의 성장 효과가 기업 소득과 가계 구매력을 통해 국내 소비로 확산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러한 흐름이 소비자물가의 기조적인 상승 압력을 유지하고 금융 불균형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호황이 성장과 소득을 끌어올리고 그 효과가 내수로 확산하면서 근원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앞으로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향후 6개월의 금리 전망에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반영돼 있다.
다만 실제 인상 시점은 향후 물가와 주택가격, 반도체 경기 등 경제지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미 연준, 연내 동결 전망…시장은 12월 추가 인상 반영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주요국 가운데 정책 전망에 대한 시장과 전문가의 견해 차이가 두드러지는 사례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연 4.0%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연준이 올해 말까지 현재 금리를 유지한 뒤 2027년 하반기에 0.25%포인트 인하해 연 3.75%로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금융시장의 전망보다 완화적인 경로다.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이달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20%로 평가하고 있으며 12월에는 0.25%포인트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27~2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준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시장의 금리 전망을 바꿨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최근 추가 금리 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관세와 원유 가격 급등의 영향이 약해지는 2027년에는 인플레이션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재 금리가 경제활동을 충분히 억제할 만큼 높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룸버그의 애나 웡 이코노미스트는 장기 국채금리 상승이 금융 여건을 긴축적으로 만들면서 미국 고용시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연준이 올해 추가 인상보다 경제지표를 확인하는 방향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연준 위원들의 최근 금리 전망에는 올해 추가로 0.25%포인트 인상한 뒤 내년에는 장기간 동결하는 경로가 반영돼 있다.
금융시장 역시 2027년 말까지 약 0.75%포인트의 추가 긴축을 예상하고 있어 향후 금리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 유럽·영국, 에너지발 물가 상승에 추가 인상 압박
유럽중앙은행(ECB)도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통화긴축 압력이 커지고 있다.
현재 ECB의 예금금리는 연 2.5%다.
블룸버그는 ECB가 오는 12월 금리를 연 2.75%로 인상한 뒤 2027년 말에는 연 2.25%까지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이 4%에 접근하면서 임금 인상 요구로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ECB 정책위원들은 현재 뚜렷한 2차 물가 상승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에너지 가격 충격이 길어질수록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만 유럽 국채시장의 불안은 추가 인상을 제약하는 변수다.
특히 프랑스의 재정적자 문제가 부각되면서 국채 매도세가 나타났고 유로존 전반의 금융 여건이 이미 긴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ECB가 10월에는 동결하고 12월에 한 차례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도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영국의 기준금리는 연 3.75%다.
블룸버그는 올해 말 기준금리를 연 4.0%로 전망하고 있으며 2027년 말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 초 4%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를 비롯한 주요 위원들은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금리 인상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BOE가 오는 11월과 내년 2월 각각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 일본 2027년 2%까지 인상…인도·캐나다도 긴축 전망
일본은행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금리 정상화 속도를 높이는 중앙은행으로 꼽혔다.
현재 일본의 정책금리 상단은 연 1.25%다.
블룸버그는 일본은행이 올해 말까지 금리를 연 1.5%로 인상하고 2027년 말에는 연 2.0%까지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금융시장에서도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90%로 평가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9월 금리를 인상하면서 금융완화 축소 속도를 높였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조적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 부근에서 안정시키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블룸버그는 오는 12월과 내년 3월, 7월에 각각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캐나다 중앙은행도 현재 연 2.25%인 기준금리를 올해 말까지 유지한 뒤 2027년 말에는 연 2.75%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됐다.
캐나다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확산하는지를 주시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3%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2분기 경제성장률은 연율 3.3%로 예상보다 견조했다.
인도 중앙은행은 최근 4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본격적인 긴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연 5.5%인 정책금리는 올해 말 연 5.75%, 2027년 말에는 연 6.0%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는 높은 국제유가와 강수량 부족에 따른 식품 가격 상승 압력이 인도의 추가 금리 인상을 뒷받침할 것으로 분석했다.
◇ 중국은 금리 인하 전망…주요국 정책 방향 차별화
세계적인 금리 인상 움직임에도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인민은행의 현재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는 연 1.4%다.
블룸버그는 이 금리가 올해 말 연 1.3%, 2027년 말 연 1.2%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주택 구매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보조금과 국책은행에 대한 저리 대출 확대 등을 포함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민간기업과 가계의 신용 수요가 약한 상황이어서 통화정책만으로 경기 회복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인민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여지도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긴축 움직임으로 제한될 수 있다.
러시아와 브라질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2027년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국가들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현재 연 14%인 기준금리를 올해 말까지 유지한 뒤 내년 말에는 연 11.75%로 낮출 것으로 전망됐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현재 연 13.75%인 기준금리를 올해 말 연 13.25%, 내년 말 연 11%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과 정부 군사비 지출 확대, 브라질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재정 상황 등이 금리 전망의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 고유가·AI 거품·국채시장 불안이 2027년 최대 변수
블룸버그는 세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동시에 금융시장 안정성도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중동 전쟁은 원유와 에너지 가격을 상승시켜 물가를 끌어올리는 반면 높은 국채금리는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여 경제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
여기에 AI 관련 자산가격의 급격한 조정 가능성과 주요국의 재정적자 확대도 금융 불안 요인으로 꼽혔다.
톰 올릭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전쟁이 인플레이션을 높여 중앙은행들의 정책 대응을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수십 년 만의 높은 국채금리는 경제활동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올릭 이코노미스트는 금융 여건이 긴축적으로 변하더라도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향후 금리 인상 횟수에 대한 전망은 낮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지난주 각국 중앙은행에 신중하면서도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번 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해 세계경제와 금융시장 위험을 논의한다.
블룸버그는 세계 주요국이 2027년을 앞두고 물가 안정과 경제성장,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제 금리 경로는 중동 전쟁의 전개 양상과 에너지 가격, AI 투자 흐름, 국채시장 여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