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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시장 ‘매도 악순환’…강제매도까지 겹쳤다

10년물 9월 0.5%p 넘게 올라 5.3%…MBS·헤지펀드 매도에 ‘한계 매수자’도 실종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지난 8월 20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지난 8월 20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국채시장이 4년 만에 최악의 한 달을 보낸 가운데 금리 상승이 다시 강제매도를 불러오는 ‘매도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막대한 국가부채와 인플레이션, 고유가가 처음 국채 매도를 촉발했다면 최근에는 헤지펀드와 주택저당증권(MBS) 투자자 등의 기계적인 위험 축소가 추가 매도로 이어지면서 시장 내부에서 충격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5.3%까지 올라 9월 한 달 동안 0.5%포인트 넘게 상승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이는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2002년에 마지막으로 나타났던 금리 수준에도 근접했다.

FT는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 역할을 하는 약 32조달러(약 4경3440조원) 규모의 미 국채시장에서 이처럼 짧은 기간 큰 폭의 금리 상승이 나타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금리 오르자 일부 펀드 ‘강제매도’

최근 국채시장 불안의 특징은 금리 상승 자체가 새로운 매도를 불러오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국채 매도는 미국 재정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됐다.

지난 2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물가 압력이 커졌고 미국 국가부채가 40조달러(약 5경4300조원)를 넘어선 점도 국채 투자심리를 약화시켰다.

대형 AI 기업들의 차입 확대와 강한 미국 경제성장 전망도 시장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번 주 들어서는 기술적인 시장 요인의 영향이 커졌다.

금리가 일정 수준까지 오르자 일부 펀드들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국채를 매도해야 했고, 이 매도가 다시 국채 가격을 떨어뜨리고 금리를 올리면서 추가 매도를 촉발했다.

프리야 미스라 JP모건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를 ‘악순환’이라고 표현하며 “무엇이 이를 끊을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며 “아무도 달려오는 화물열차 앞에 서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모기지 조기상환 감소가 국채 매도로 연결

강제매도의 주요 주체로는 헤지펀드와 MBS를 대규모로 보유한 부동산투자신탁(REIT)이 지목됐다.

미 국채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함께 상승한다.

기존에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미국인들은 금리가 높아질수록 대출을 조기에 갚거나 재융자할 유인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MBS 투자자가 원금을 돌려받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보유 자산의 실질 만기도 늘어난다.

매슈 스콧 얼라이언스번스타인 글로벌 트레이딩 책임자는 “MBS 투자자들이 이렇게 길어진 금리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다른 장기채인 미 국채를 매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국채 선물에 대규모 포지션을 보유한 레버리지 펀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암루트 나시카르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레버리지 펀드들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면서 국채 매도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니얼 고틀랜더 씨티 북미 스와프 트레이딩 책임자는 “한 자산에서 큰 매도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이 다른 자산에서도 위험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여러 시장에서 동시에 매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싼 가격에도 매수자 나타나지 않아

대규모 채권 매도 자체는 시장에서 드문 현상이 아니다.

통상 국채 가격이 충분히 떨어지고 금리가 오르면 높은 수익률을 노린 신규 매수자가 들어오면서 시장이 안정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같은 매수세가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고틀랜더 책임자는 “한계 매수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채권가격이 크게 떨어졌는데도 투자자들이 추가 하락 가능성을 우려해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8월 3.4%로 유지됐다는 30일 발표도 시장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PCE 상승률이 3.7%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수치는 이를 밑돌았다.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했음에도 국채 매도가 계속됐다는 점은 최근 금리 상승이 단순히 인플레이션 전망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음을 시사한다고 FT는 분석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지난 8월 국채 매입 규모를 확대했지만 이 역시 매도세를 멈추지는 못했다.

미 국채시장은 미국 정부의 재정 부담과 물가라는 근본적인 압력에 MBS와 레버리지 펀드의 강제매도까지 겹친 상태다.

특히 가격 하락에도 새로운 매수자가 적극적으로 등장하지 않으면서 ‘금리 상승→위험 축소→국채 매도→추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언제 끊어질지가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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