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금융 황제의 경고와 전 세계 부채 실태
글로벌 금융 황제로 불리는 IMF 총재가 부채 위기 경고하고 나섰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카타르 경제포럼 연단에 서서 "각국 정부는 재정 적자를 줄이고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인 세계 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재정 건전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경고해 왔으며, 많은 이들이 이를 인식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조치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현 상황을 명확히 진단했다.
IMF가 공식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세계 공공부채 총액은 오는 2029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당초 전망보다 2년 앞당겨진 속도다. 이 같은 부채 급증의 주원인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공공부채 폭증이 지목된다.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특히 미국의 재정 상태를 직접 거론했다. 그는 "미국에 재정 상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며,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의 양자 회담에서도 현재의 부채 증가세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미국이 재정적자와 부채를 감축해야 한다는 점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통화정책 환경도 부채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완고하다"고 지적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될 경우 차입 비용 상승으로 각국의 국가 재정 및 이자 상환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여기에 지정학적 위기가 실물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중동 분쟁으로 인한 원유·에너지 및 해상 운송 차질로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등 원자재 수출국 경제가 심각한 위축 위험에 직면했다. IMF의 수정 전망에 따르면 올해 카타르 경제성장률은 전쟁 전 전망치였던 6.1% 성장에서 8.6% 역성장으로 급락했다. 다만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카타르가 기존에 비축한 재정 여력으로 충격을 일부 흡수하고 있으며, 신흥국의 통화정책이 선진국보다 건전한 반면 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곳은 선진국이라고 명시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는 2019년 10월 제12대 IMF 총재로 취임한 국제 거시경제학자이자 국제기구 관료다. 게오르기에바의 취임은 IMF 역사에서 중대한 기록을 세웠다.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 이후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인이, IMF 총재는 서유럽 출신 인사가 맡는다는 관례가 유지되어 왔다. 역대 총재인 카미디쉬(프랑스), 쾰러(독일), 라토(스페인), 스트로스칸(프랑스), 라가르드(프랑스) 등은 모두 서유럽 선진국 출신 정치인이나 관료였다. 게오르기에바는 구 공산권 국가이자 신흥국인 불가리아 출신이다. IMF 80년 역사상 최초의 구 공산권 출신이자 신흥국 출신 총재이며, 크리스틴 라가르드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여성 수장이다. 법률가나 정치인 출신이었던 전임자들과 달리 정통 경제학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수십 년간 국제기구 실무를 총괄한 전문 관료라는 점도 특징이다.
불가리아 소피아 "철의 여인"
게오르기에바는 1953년 8월 13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태어났다. 그의 증조부는 불가리아 독립운동가이자 혁명가였던 이반 카르쇼프스키다. 부친은 토목 기술자로서 도로 건설 현장을 관리했고, 모친은 상점 점원으로 일했다.그가 성장하던 1950~1970년대 불가리아는 소비에트 연방의 영향권 아래 있던 중앙계획경제 체제였다. 유년 시절 아버지가 중병을 앓으면서 가계 경제가 급격히 기울었고, 그는 어린 시절 생필품과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장시간 줄을 서야 했던 배급 경제를 경험했다.
게오르기에바 본인의 인터뷰 기록에 따르면, 그는 서른네 살이 되던 해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된 상업은행 계좌를 개설했다. 당시 동유럽 공산권의 화폐 가치 폭락과 1990년대 초반 체제 전환기 불가리아의 하이퍼인플레이션 사태를 직접 목격하며 통화 안정과 재정 규율의 현실적 중요성을 체득했다. 게오르기에바는 불가리아 소피아에 위치한 칼 마르크스 고등 경제 연구원(현재의 소피아 국립세계경제대학교)에 입학해 정치경제학과 사회학을 전공했다. 1976년 석사 학위를 받았고, 1986년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미국의 환경보호 정책과 경제성장(Environmental Protection Policy and Economic Growth in the USA)'이었다. 당시 냉전 체제 하에서 미국 자본주의 경제의 규제 정책과 거시 성장의 상관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였다. 1980년대 후반 동구권 개방 이후 그는 서방 학계로 진출했다. 1987년부터 1988년까지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수학하며 서구 시장경제 이론을 연구했다. 1991년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으며 자원경제학과 계량경제 분석을 수행했다. 그는 모국어인 불가리아어로 미시경제학 교과서를 집필했으며, 환경 및 거시경제 정책과 관련한 학술 논문 100여 편을 발표했다.
게오르기에바의 국제기구 이력은 1993년 세계은행에 입사하면서 시작되었다.
(1) 세계은행 경력 (1993~2010년) =1993년 환경경제학자로 세계은행에 합류해 동유럽, 러시아,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환경 및 인프라 정책을 담당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환경국장을 지냈으며, 2004년에는 모스크바 주재 세계은행 러시아 사무소장으로 부임해 금융위기 이후 체제 전환 및 구조개혁 차관 사업을 관장했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지속가능발전국장을 거쳐, 2008년 세계은행 부총재 겸 사무국장으로 승진해 이사회 운영 및 회원국 간 자금 조성을 총괄했다.
(2)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경력 (2010~2016년)= 2010년 불가리아 몫의 EU 집행위원으로 지명되어 '국제협력·인도지원·위기대응' 집행위원을 맡았다. 당시 아이티 지진, 칠레 대지진, 파키스탄 홍수, 시리아 난민 사태 현장에서 인도적 지원 작업을 지휘했다. 이 공로로 2010년 유러피언 보이스(European Voice) 선정 '올해의 유럽인' 및 '올해의 EU 집행위원'에 선정되었다. 2014년에는 EU 집행위원회 예산·인적자원 담당 부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연간 1,600억 유로 규모의 EU 단일 예산을 관리하며 유로존 재정위기 수습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투표 이후의 예산 배분 갈등을 중재했다.
(3) 세계은행 최고경영자(CEO) 및 총재 대행 (2017~2019년)= 2017년 1월 세계은행의 신설 보직인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되어 복귀했다. 재임 중 취약국 지원 및 기후변화 펀드 조성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130억 달러의 유상증자를 주도했다. 2019년 1월 김용 총재가 중도 사임하자 2월부터 4월까지 약 2개월간 세계은행 총재 직무대행을 수행했다.
제12대 IMF 총재
2019년 7월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IMF 총재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내정되어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차기 총재 선출 작업이 개시되었다. 미국과 유럽이 총재직을 독점하는 구조에 대해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들의 반발이 거셌다. 유럽연합은 총재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 비유로존이자 신흥국인 동유럽 출신 인사를 물색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게오르기에바를 단일 후보로 적극 지지했다. 2019년 8월, EU 28개 회원국 간의 투표가 진행되었다. 게오르기에바는 네덜란드 재무장관 출신인 예룬 데이셀블룸과의 표 대결에서 56%의 지지를 얻어 유럽 단일 후보로 공식 확정되었다.
당시 IMF 정관상 신임 총재는 취임일 기준 만 65세 미만이어야 했다. 1953년 8월생인 게오르기에바는 당시 66세로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IMF 집행이사회는 2019년 9월 5일, 총재 지명자의 연령 상한 규정을 전격 폐지하는 정관 개정을 가결했다. 2019년 9월 25일 IMF 집행이사회는 게오르기에바를 제12대 총재로 만장일치 선임했으며, 10월 1일 5년 임기가 시작되었다. 이어 2024년 4월 집행이사회는 단독 입후보한 게오르기에바의 연임을 확정하여 2024년 10월부터 5년 임기의 2기 체제를 출범시켰다.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최근 부채 위기 발언은 세계 경제가 직면한 현실적 수치를 바탕으로 한다. 2029년 GDP 대비 100%에 달하는 공공부채 전망, 미·중 양국의 지속 불가능한 적자 재정,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금리 지속, 그리고 중동 분쟁으로 인한 원자재 시장의 왜곡은 개별 국가의 선의로 통제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다.세계은행과 EU의 재정 현장을 거치며 실물 경제를 다뤄온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선진국의 무분별한 부채 증가가 신흥국과 세계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을 지목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실질적인 재정 건전화 조치에 착수하지 않는다면, 누적된 글로벌 부채는 차입 비용 상승과 맞물려 장기적 재정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경고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