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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운하 통항권 가격 16배 폭등…최대 54억원

8월 경매 평균 110만달러로 사상 최고
이란 전쟁에 엘니뇨 가뭄까지 겹쳐 물류 압박
파나마 운하.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파나마 운하.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과 강력한 엘니뇨가 동시에 글로벌 해운의 핵심 통로인 파나마 운하에 영향을 미치면서 선박 통항권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나마 운하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수문의 8월 기준 통항 슬롯 경매가격이 평균 약 110만달러(약 15억6000만원)를 기록했다고 1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의 16배를 넘는 수준이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서 아시아 지역의 에너지 수입업체들이 미국 걸프연안으로 원유와 석유제품 조달처를 돌린 것이 파나마 운하 수요를 밀어 올렸다.

여기에다 지난 6월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엘니뇨로 운하의 수원이 되는 가툰호 수위가 낮아지면서 선박이 실을 수 있는 화물량까지 제한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정학적 충격과 기후변화가 동시에 파나마 운하를 압박하는 양상이다.

◇ 대형 수문 평균 35억원…개별 경매 54억원


통항권 가격 상승폭은 대형 선박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최근 몇 주간 대형 선박이 이용하는 수문의 평균 통항가격은 250만달러(약 35억4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아거스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는 관련 경매에서 기록된 사상 최고 수준이다.

개별 경매에서는 가격이 더 높았다. 지난 7월 28일 이후 네오파나막스 수문의 통항 슬롯은 최고 378만달러(약 53억5000만원), 파나막스 수문은 최고 263만달러(약 37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대형 컨테이너선과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처럼 파나마 운하를 자주 이용하는 선박은 통상 경매보다 저렴한 고정가격으로 슬롯을 미리 예약한다. 그러나 전체 운하 통항 물량 가운데 최대 30%는 사전 예약 대신 일일 경매에 참여할 수 있어 수요가 몰릴 때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파나마 운하청은 최근 일부 선박이 시장 상황에 따라 경매에서 100만달러(약 14억2000만원)가 넘는 금액을 지불했다면서도, 이는 운하청이 정한 공식 통행료 인상이 아니라 일시적인 시장 가격 변동이라고 설명했다.

◇ 호르무즈 막히자 美 원유 찾아 파나마로


통항권 경매가격을 끌어올린 첫 번째 요인은 이란 전쟁이다.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중동산 에너지를 공급받던 아시아 구매자들이 미국 걸프연안의 원유와 석유제품 구매를 늘렸다. 미국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물량의 상당 부분이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면서 통항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파나마 운하 통항권 가격은 이미 이란 전쟁 직후부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지난 4월 가장 많이 이용되는 파나막스 수문의 경매가격은 평균 83만7500달러 수준까지 올라 전쟁 이전의 거의 10배에 달했다. 당시에도 일부 대형 수문의 경매가격은 400만달러에 육박했다. 이후 수요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엘니뇨에 따른 수위 하락까지 겹쳤다.

◇ 엘니뇨에 가툰호 수위 하락…화물도 덜 실어야


두 번째 압박 요인은 물 부족이다.

파나마 운하청은 최근 가툰호 수위가 낮아지자 선박의 흘수를 단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흘수는 선박이 물속에 잠기는 깊이를 뜻한다. 허용 흘수가 낮아지면 선박은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화물을 덜 실어야 한다.

운하청은 대형 선박이 이용하는 네오파나막스 수문의 최대 허용 흘수를 8월 26일부터 48피트(14.63m), 9월 3일부터는 47.5피트(14.48m)로 추가 낮추기로 했다. 통상적인 수준인 50피트보다 2.5피트 낮다.

화물 적재량이 줄면 같은 양의 상품을 운송하기 위해 더 많은 선박이 필요해지고 선사의 운송비 부담도 커진다. 통항 슬롯이 추가로 제한될 경우 운하 입구에서 선박 대기 행렬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파나마 운하 통항을 기다리는 선박은 사전 예약 선박과 일일 경매 참여 선박을 합해 113척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2일 40척에서 거의 세 배로 늘었다.

◇ "2023년보다 악화될 수도"


가툰호 수위 전망도 밝지 않다.

아거스 추산에 따르면 가툰호 수위는 1965~2022년 평균보다 낮은 상태이며 앞으로 수개월 동안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수위 자체는 극심한 가뭄을 겪었던 2023년 같은 시점보다 높지만, 하락 속도는 당시보다 훨씬 가파르다.

로스 그리피스 아거스 미주 화물가격 책임자는 “통상 5월부터 12월까지는 수위가 떨어질 시기가 아닌데 올해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상황이 2023년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파나마 운하청은 현재 발표된 흘수 제한만으로 하루 선박 통항 횟수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향후 수위와 기상 상황에 따라 추가 제한을 시행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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