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인수되면 성과목표 절반 자동 충족
8.5조달러 거래 땐 최대 4억2400만주 확보
8.5조달러 거래 땐 최대 4억2400만주 확보
이미지 확대보기테슬라가 다른 회사에 인수되면 머스크 보상안의 성과 조건 가운데 절반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 주주들이 지난해 승인한 머스크의 대규모 성과보상안을 분석한 결과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인수할 경우 머스크가 보상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핵심 경영 목표들이 사실상 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합병은 아직 결정된 사안이 아니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으며 머스크 자신도 두 회사의 사업 중첩과 시너지를 언급해 왔다. 스페이스X의 그윈 쇼트웰 사장도 지난 6월 두 회사 결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 인수되면 운영·재무 목표 절반 사라져
머스크의 2025년 CEO 성과보상안은 최대 4억2370만주의 테슬라 주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테슬라가 12개의 기업가치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12개의 현금흐름·사업 목표도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는 누적 차량 2000만대 인도, 로봇 100만대 판매, 로보택시 100만대 운행 등이 포함된다. 최종 기업가치 목표는 8조5000억달러(약 1경2032조원)다.
그러나 WSJ에 따르면 16쪽 분량의 ‘2025 CEO 성과보상 계약’에는 테슬라가 인수되거나 지배권이 넘어갈 경우 이 같은 운영·재무 목표를 모두 충족한 것으로 처리하는 조항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이 경우 머스크가 실제로 차량 2000만대를 팔거나 로봇·로보택시를 각각 100만대 보급하지 못하더라도 해당 목표는 더 이상 보상의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면서 “남는 것은 테슬라 기업가치와 연결된 목표”라고 전했다.
인수 상황에서는 기업가치 목표 역시 통상적인 시가총액 성장 과정이 아니라 최종 인수가격 또는 거래 직전 테슬라 시가총액 가운데 더 높은 금액을 기준으로 판정한다.
보스턴칼리지의 메리 엘런 카터 회계학 교수는 “당초 이 보상안은 매우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로 설계된 것으로 평가됐지만 기업이 인수되는 경우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 인수가 708조원 높아질 때마다 보상 늘어
결국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인수하는 시나리오에서는 거래 가격이 머스크의 보상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WSJ의 분석에 따르면 인수가격이 5000억달러(약 708조원)씩 높아질 때마다 머스크가 받을 수 있는 주식 물량도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이러한 구조는 7조5000억달러(약 1경616조원) 수준까지 이어진다.
만약 테슬라 인수가격이 최종 목표인 8조5000억달러에 이르면 머스크는 최대 약 4억2400만주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최근 테슬라 시장가치의 6배가 넘는 수준의 인수가격을 전제로 한 극단적인 시나리오다.
당초 이 보상안은 최대 1조달러로 불렸지만 현재 기준 실제 최대 가치는 약 8240억달러(약 1166조원)로 낮아졌다. 보상안 승인 이후 테슬라의 발행주식 수가 늘면서 같은 8조50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더 많은 주식이 나눠 갖게 됐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받을 수 있는 주식 수 자체는 그대로다.
◇ 스페이스X에서는 머스크 의결권 86%
이 같은 구조가 주목받는 이유는 머스크가 스페이스X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보유한 스페이스X 클래스A 주식은 주당 1표, 클래스B 주식은 주당 10표의 의결권을 갖는다. 두 종류의 주식을 합치면 머스크가 스페이스X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약 86%에 달한다. 그는 클래스B 주식 대부분을 보유해 이사회 과반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따라서 스페이스X가 테슬라에 인수 제안을 할 경우 머스크가 거래 조건 형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 테슬라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머스크의 의결권은 현재 20%에 못 미치기 때문에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인수하려면 테슬라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콜로라도대의 앤 립턴 법학 교수는 "머스크는 스페이스X에서는 거래를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만 테슬라에서는 결국 주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주주 이해충돌 논란 불가피
테슬라 주주들은 이미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을 둘러싼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테슬라 실적발표를 앞두고 제출된 주주 질문 가운데에는 머스크가 보상안에 포함된 성과 목표의 절반 이상을 달성하기 전에는 테슬라·스페이스X 합병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내용도 포함됐다. 주주들은 머스크가 테슬라보다 스페이스X에서 훨씬 강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만큼 합병 조건이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정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결합 자체는 최근 들어 현실적인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스페이스X가 지난 6월 상장한 뒤 그윈 쇼트웰 스페이스X 사장이 두 회사의 시너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월가에서도 두 회사가 장기적으로 결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실제 거래가 이뤄질 경우 인수가격에 따라 머스크 개인의 천문학적인 테슬라 주식 보상이 동시에 결정될 수 있어 거래 조건과 이해충돌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