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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공공조달 친환경 기준 의무화... 한국, 청정기술 수출 전략 수정 불가피

유럽연합, 공공조달·재생에너지 입찰에 비가격 기준 전면 도입
한국 청정기술·에너지 장비 업계, 가격 경쟁력 넘어선 공급망 실사 대응 비상
EU 집행위.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EU 집행위. 사진=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탄소중립산업법(NZIA) 핵심 조항을 본격 시행하며 역내 공공조달과 재생에너지 입찰 시장에서 가격 외 요소를 최우선으로 심사한다.

역내 태양광, 풍력, 배터리, 열펌프, 전력망 같은 핵심 청정기술의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특정 지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려는 이번 산업 정책으로 유럽 시장을 겨냥해온 한국 청정기술 기업들의 수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에너지총국은 7월 22일(현지시각) 공식발표를 통해 탄소중립산업법 제25조와 제26조의 실효성을 담보할 세부 지침 문서를 공개했다.
해당 법안은 2024년 6월 발효되었으며 일부 의무 조항은 2025년 12월 30일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그동안 각국 발주기관과 시장 참여자들이 제기했던 실무적 혼선을 줄이고 집행 방식을 통일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역내 청정기술 공급망 다변화 겨냥한 공공조달 최소 요건 강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공개한 가이드라인은 공공 자금이 최저가 입찰을 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정에너지 공급망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쓰이도록 강제한다.

탄소중립산업법 제25조는 역내 발주기관이 탄소중립 기술 공공조달 입찰에서 환경 지속 가능성과 공급망 회복력 기여도 요건을 최소 기준 이상으로 의무 적용하도록 규정한다.

이번 지침은 제26조에 따른 후속 조치도 구체적으로 다룬다. 유럽 각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구축하기 위한 경매 과정에서 자격 심사와 낙찰자 선정 단계 모두에 환경성과 공급망 회복력 같은 비가격 요인을 의무적으로 반영한다.

비가격 평가 항목에는 책임 있는 기업 경영 수준, 사이버 보안, 데이터 보호 역량, 정시 완공 능력이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관련 업계 안팎에서는 유럽의 이러한 조치가 특정 국가의 과점 체제를 견제하고 역내 산업 기반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국 재생에너지·배터리 업계, 비가격 경쟁력 확보 비상


유럽연합의 이번 조치는 태양광 모듈·셀·인버터, 풍력 타워·블레이드, 에너지저장장치(ESS)·배터리 셀·팩, 전력망 케이블·변압기 같은 청정기술 부품을 수출하는 한국기업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유럽 공공 입찰이나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더 이상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환경 규제 준수 이력과 철저한 공급망 실사 대응 능력이 수주 성공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과거 가격 우위를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해온 한국 제조업체들 입장에서는 사이버 보안 체계 구축과 탄소 배출량 저감 인증 같은 비가격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지침이 새로운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친환경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된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한국기업들이 EU 입찰에서 탈락하지 않으려면 제품 경쟁력뿐 아니라 공장별 탄소발자국 데이터, 공급망 ESG 실사, 정보보안 거버넌스 체계를 사전에 철저히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제도 이행의 실효성 확보와 향후 전망


이번에 발표된 가이드라인은 유럽연합이 기후 목표 달성과 전략적 대외 의존도 축소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시행령과 관련 규정들을 바탕으로 구체화된 비가격 기준 의무화는 향후 유럽 전역의 공공 인프라 투자와 에너지 경매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

전문가들은 유럽연합이 환경성과 회복력 기여도를 입찰 당락을 가르는 핵심 척도로 굳힌 만큼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 산업계 전반에 걸쳐 체질 개선 압박이 더욱 거세진다고 내다본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럽의 탄소중립 입찰 규제 강화가 글로벌 청정기술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할 것이며 규제 대응 능력이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고 경고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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