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판매에서 공급망 묶는 동맹으로… 역내 공동조달 규칙 변화가 본질
수주잔고 3177억 크로나 돌파… 록히드마틴 런던 VC 설립으로 표준 선점
수주잔고 3177억 크로나 돌파… 록히드마틴 런던 VC 설립으로 표준 선점
이미지 확대보기유럽연합(EU)이 역내 공동조달 강화 조치를 본격화하면서 보조금과 공동개발 조건을 내세워 역내 생산과 기술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제품 수출 중심인 한국 방산이 현지화 없이는 구조적으로 배제되는 시장으로 전환되는 흐름이다.
유럽 방산 시장은 고성능 미국산 무기가 지배하는 1층과 자주화를 외치는 유럽산 무기의 2층, 한국이 가격 경쟁력으로 틈새를 공략하는 3층 구조로 나뉜다. 사브의 분기 실적 호전은 한국산 FA-50 경공격기와 다목적 전투기 시장에서 경합하는 그리펜의 증산으로 이어진다.
다만 FA-50은 훈련기 기반 경공격 플랫폼인 반면 그리펜은 본격 다목적 전투기로 운용 범위에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 록히드마틴의 런던 VC 설립은 미래 무기 체계 하위 기술의 인터페이스 표준을 선점하는 포석이다. 유럽 공동개발 프로그램 참여와 현지 연구개발(R&D) 투자가 부족하다면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브 수주잔고 3177억 크로나 돌파하며 증산 가속
미국 CNBC는 7월 17일(현지시각)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의 올해 2분기 기준 수주잔고가 3177억 스웨덴 크로나(약 49조 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사브의 수주잔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1976억 크로나(약 30조 4995억 원)보다 60% 이상 급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유럽을 중심으로 잠수함, 미사일, 감시체계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진행하는 글로벌아이(GlobalEye) 조기경보기 잠재 계약 논의와 폴란드 잠수함 수주가 사브의 성장을 견인했다.
사브는 증가하는 유럽 수요에 맞춰 현재 한 해 15대 수준인 그리펜 전투기 생산 능력을 연간 25대에서 최대 30대까지 확충하는 목표를 세웠다. 미카엘 요한슨 사브 최고경영자(CEO)는 17일 CNBC 인터뷰에서 파편화된 국가별 조달을 넘어 방산업계와 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생산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브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250억 크로나 규모의 그리펜 전투기 공급 지원 패키지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며 공군력 재건을 위한 중장기 협력체계를 다지고 있다.
록히드마틴 런던 VC 설립으로 미래 기술 종속 유도
미국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은 유럽 내 기술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전방위 투자 공세에 돌입했다. 록히드마틴은 지난 16일 영국 런던에 자사 벤처펀드의 첫 해외 기지인 '록히드마틴 벤처스 유럽' 사무소를 연다고 발표했다.
록히드마틴은 이 발표에서 최소 1억 달러(약 1490억 원)를 영국과 유럽 시장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투자는 록히드마틴이 전체 벤처펀드 운용 규모를 4억 달러(약 5960억 원)에서 10억 달러(약 1조 4900억 원)로 대폭 증액한 직후 나온 첫 번째 조치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재무 투자가 아니라 유럽 내 유망 방산 스타트업의 하위 기술을 자사 무기 체계 플랫폼에 묶어두는 전략이다. 록히드마틴은 투자 확대를 통해 향후 무기 체계의 인터페이스 표준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자금 지원을 받은 유럽 스타트업의 인공지능, 통신, 센서 기술이 개발 단계부터 미국 표준 시스템과 연동되면 유럽 정부들이 새로운 무기 체계를 선택할 때 미국 기술과 호환되는 옵션이 기본값이 된다. 유럽 정부가 요구하는 현지 자생력 조건을 충족하면서 미국의 기술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장벽 높이는 EU 공동조달 규칙… 현지화 없는 수출 제동
유럽방위청(EDA)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회원국 전체 국방 지출 규모는 4540억 유로(약 773조 7000억 원)에 달한다. 한국 방산기업들이 단순히 완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이 시장을 지속 공략하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EU가 유럽방위기금(EDF)을 통해 역내 기업 간 공동개발과 공동조달에 강력한 재정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은 수입산 무기를 배제하고 보조금과 공동개발 조건을 통해 역내 생산과 기술 참여를 요구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사브가 유럽 정부들에게 제품 사양 중심의 일회성 구매를 끝내고 중장기 산업 동맹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하는 이유도 이 규정과 맞물려 있다.
한국 방산이 폴란드 중심의 현지 조립 생산으로 첫발을 뗐으나 유럽 전역의 공급망 통합과 공동 연구개발 거점 확보 측면에서는 유럽 현지 기업이나 미국 빅테크 기업에 비해 투자 밀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방산 투자자가 추적해야 할 핵심 지표
유럽 방산 시장의 구조 변화 속에서 한국 방산기업들의 중장기 경쟁력을 평가하려면 세 가지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
첫째, 사브의 그리펜 전투기 공급망 다변화 속도와 실제 생산 실적 추이다. 하이급인 F-35와 세그먼트는 다르나 로우-미들급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는 한국산 FA-50의 잠재 영토를 직접 제약할 수 있다.
둘째, 록히드마틴 벤처스의 유럽 방산 스타트업 투자 집행 속도다. 투자 건수가 늘어날수록 유럽 방산 생태계의 미국 기술 인터페이스 호환 기조가 공고해진다.
셋째, 한국 방산기업들의 유럽 차세대 전투기 프로그램(FCAS) 하위 벤더 참여 여부와 유럽 내 정비·유지·보수(MRO) 거점 확보나 현지 연구개발 센터 설립 규모다. 공동 개발 참여를 통한 시장 진입권과 장기 수익성 확보 여부가 향후 10년의 성패를 가를 핵심 잣대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