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패트리어트 의존 탈피… 유럽 주요 방산 기업 '블릭셈 엑소' 컨소시엄 의향서 서명
개념 연구 단계 진입… 역내 조달 강화로 한국형 방공망 진입 장벽 심화 우려
개념 연구 단계 진입… 역내 조달 강화로 한국형 방공망 진입 장벽 심화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유럽 주요 방산 기업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산 요격 미사일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주 공간인 대기권 밖에서 적 탄도미사일을 타격하는 독자적인 상층 방공망 개발에 나섰다.
에어버스 디펜스 앤 스페이스(Airbus Defence and Space)와 프랑스 사프란 일렉트로닉스 앤 디펜스(Safran Electronics & Defense), 프랑스 탈레스(Thales), 독일 MBDA 도이치란트(MBDA Deutschland), 네덜란드 데스티누스(Destinus)는 '블릭셈 엑소 컨소시엄(Bliksem EXO Consortium)' 구성을 위한 의향서(LOI)를 공동으로 체결했다.
사프란 그룹은 지난 7월 1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탄도미사일 방어 연합 출범과 맞물려 이들 5개 기업이 의향서에 서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프란 그룹 보도자료를 보면 블릭셈 엑소 컨소시엄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9개국이 참여하는 탄도미사일 방어 연합 이니셔티브를 지원하는 핵심 산업적 기둥 역할을 맡는다.
이 공동개발 계획은 유럽 하늘의 안보 자급률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담은 중장기 계획이다. 한국형 중거리지대공유도무기 '천궁-II'를 앞세워 유럽 시장 진입을 추진하던 한국 방위산업 기업들에는 향후 구조적 제약이 늘어날 전망이다.
2027년 우주 실증 시험 조준… 기술 타당성 검토 돌입
이번 협력 사업은 중거리와 준지대지 탄도미사일이 대기권 밖 우주 공간을 비행하는 중간 단계에서 폭약 없이 직접 충돌하여 파괴하는 외기권 요격체(EKV)의 개념 개발을 골자로 한다. 사프란 그룹 보도자료를 보면 참여 기업들은 다탄두 위협과 기동형 재돌입체 위협에 대응하는 상층 방어 역량을 공동으로 확보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이번 의향서는 참여 기업들의 협력 의사만을 기록한 문서다. 사프란 그룹은 이번 서명이 현재 시점에서 구체적인 무기 조달이나 재원 부담 의무를 부과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참여 기업들은 3달 이내에 구속력 있는 컨소시엄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컨소시엄 소속 공학 연구원들은 2026년 8월부터 공동 설계를 시작한다. 이들은 2027년에 우주 공간에서 첫 번째 외기권 요격체 실증 시험을 진행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다만 사업 예산 확보와 기술 개발 속도에 따라 실제 시험 일정은 변경될 수 있다.
이번 컨소시엄은 유럽 미사일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방산 기업들이 결성했다.
MBDA 도이치란트는 미사일 추진기관과 발사대 개발을 주도한다. 사프란 일렉트로닉스 앤 디펜스는 요격체의 핵심 장비인 탐색기와 항법제어 장치 제작을 담당한다. 탈레스는 조기경보 레이더와 사격통제 센서 공급을 맡는다. 에어버스는 전체 방공망을 유기적으로 통제하는 지휘통제 전투관리 시스템을 개발한다. 사업 주관사인 네덜란드 데스티누스는 외기권 요격체의 체계 종합을 총괄한다.
유럽 방공망 자급화 추진… 한국 방산 기업 영향은 분화
프랑스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서명식은 각국 방산업체 간의 의향서 체결식으로 진행됐다. 유럽 국가들이 독자적인 방공 미사일 시스템 개발에 나선 원인은 역내 방산 역량을 키우고 무기 체계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유럽방위산업프로그램(EDIP)의 유럽산 무기 조달 우대 규정은 한국산 방산 제품의 유럽 수출과 시장 확대에 잠재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한국 업계도 주시하고 있다. 에어버스 등 유럽 5개 주요 방산업체가 탄도미사일 요격을 위한 최초의 외기권 요격 미사일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인 블릭셈 엑소 컨소시엄을 결성함에 따라 한국 방산 제품의 상층 방어망 진입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블릭셈 엑소는 이제 막 의향서를 체결하고 2027년 첫 시험 평가를 목표로 하는 초기 개발 단계 프로젝트다. 현재 독일 주도의 유럽하늘방패구상(ESSI) 방공망 상층 방어 자산으로는 이스라엘의 애로우-3 도입이 추진되고 있으며 블릭셈 엑소의 공식 편입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유럽 방산 시장은 완제품 수입보다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을 중시하는 조달 구조를 가진다. 이 조달 특징은 한국 방산 기업의 단순 완제품 수출에 구조적인 진입 장벽을 세운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유럽 진출이 완전히 차단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유럽 방산의 자립 추진은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과제다. 난이도가 높은 외기권 직접타격 기술은 유럽 방산 기업들에도 아직 실증 경험이 부족한 분야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세부 시장별로 나뉜다. 유럽연합 재정 지원을 받는 대형 방공망 사업에 완제품을 직수출하는 일은 어려워질 수 있다. 반면 안보 위기로 신속한 무기 배치가 필요한 동유럽 국가나 비유럽연합 국가에서는 신속한 납기 능력을 갖춘 한국 무기 수요가 유지될 수 있다.
사프란이나 탈레스 같은 유럽 기업에 한국산 레이더 부분품이나 발사대 기술을 공급하는 형태의 기술 협력 기회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3가지 미래 지표
한국 방산 안보 연구기관 전문가들은 유럽 방산 시장의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 가지 핵심 지표를 추적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첫째 지표는 2027년 우주 기술 실증 시험의 성공 여부다. 직접타격 기술의 실증 결과에 따라 유럽의 방산 기술 자립 속도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둘째 지표는 유럽하늘방패구상(ESSI) 등 통합 제도권 방공망에 블릭셈 엑소가 편입되는 범위다. 이 독자 요격망이 유럽의 표준 규격 자산으로 인정받는 수준에 따라 외산 무기 대체 속도가 결정된다.
셋째 지표는 한국 방산 기업들의 기술 협력 전환 능력이다. 완제품 수출 장벽을 돌파하기 위해 유럽 컨소시엄 기업들과 부분품 공동 개발을 조율하고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하는 우회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