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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래 붐에 월가 대형은행들 실적 신기록

4대 은행 주식거래 수익 193억달러…스페이스X IPO·아시아 반도체 장세가 실적 견인
미국의 금융 중심지인 뉴욕의 월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금융 중심지인 뉴욕의 월가.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열풍과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가 월가 대형은행의 2분기 실적을 기록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주식시장의 급등락과 초대형 주식 발행, 아시아 반도체주 거래 확대가 맞물리면서 투자은행과 트레이딩 부문이 동시에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15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전날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합산 주식거래 수익 193억달러(약 28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전년 동기보다 72% 증가한 규모다.

이들 은행의 전체 순이익은 합산 427억달러(약 63조9000억원)에 달했다. 월가 대형은행들이 AI 관련 주식거래와 자본시장 회복을 동시에 흡수하면서 분기 실적 신기록을 쓴 셈이다.

◇ AI 주식 변동성이 트레이딩 수익으로


이번 실적의 핵심은 주식거래 부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AI 인프라 구축 경쟁은 반도체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전력 관련 기업의 주가를 크게 흔들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 중국, 대만 증시에서도 AI와 반도체 관련 종목이 급등락하면서 대형은행의 주식 트레이딩 데스크가 수혜를 입었다.

월가 은행들은 과거처럼 자기자본으로 방향성 매매를 크게 하는 방식보다 헤지펀드와 전문 거래회사, 대형 기관투자가의 거래를 중개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고객 거래가 늘수록 수수료와 스프레드, 금융 제공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FT는 “은행 경영진들이 2분기 주식거래 환경을 이른바 골디락스에 가까운 상태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대형 IPO와 아시아 거래 확대, 주요 지수 구성 변화가 동시에 발생해 고객 거래가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의 환경이 거의 최고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JP모건·골드만이 실적 주도


주식거래 호황의 최대 수혜자는 JP모건과 골드만삭스였다.

JP모건은 2분기 주식거래 수익 60억달러(약 9조원)를 올렸다. 이 실적은 JP모건 전체 분기 순이익 212억달러(약 31조7000억원) 기록에 크게 기여했다. 다만 순이익에는 결제회사 비자 지분 관련 46억달러(약 6조9000억원)의 이익도 반영됐다.

골드만삭스는 5년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순이익을 냈다. 2분기 순이익은 66억달러(약 9조90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80% 증가했다. 골드만삭스의 주식거래 수익은 74억달러(약 11조1000억원)에 달했다.

FT는 골드만삭스의 주식거래 수익이 “2020년 이전 대부분의 분기에서 미국 5대 투자은행 전체 합산액을 웃도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AI 관련 주식과 대형 기술주 거래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주식거래 수익 36억달러(약 5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70% 증가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다. 채권 부문에 강한 씨티그룹도 주식거래 수익이 23억달러(약 3조4000억원)로 45% 늘었다.

◇ 스페이스X IPO가 수수료 잔치


초대형 주식 발행도 월가 실적을 밀어올렸다.

스페이스X IPO는 월가 전체에 약 5억달러(약 7485억원)의 수수료를 안긴 것으로 전해졌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각각 1억달러(약 1497억원)를 받았고 JP모건과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각각 7500만달러(약 1123억원)를 벌어들였다.

스페이스X 상장은 올해 자본시장의 상징적 거래였다. AI와 우주 인프라, 위성통신, 일론 머스크 프리미엄이 결합하면서 투자자 관심을 대거 끌어모았다. 대형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투자은행 수수료 회복에도 속도가 붙었다.

골드만삭스의 투자은행 매출은 전년보다 50% 이상 늘어난 34억달러(약 5조1000억원)를 기록했다.

대형 IPO와 주식 발행은 트레이딩 수익과도 연결된다. 신규 상장 종목과 관련 파생상품, 지수 편입 기대, 기관투자가 포지션 조정이 이어지면서 거래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 AI 인프라 투자가 자본시장 자극


월가 은행들이 주목하는 더 큰 흐름은 AI 인프라 투자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망, 클라우드 설비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대형 기술기업과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이 투자를 감당하기 위해 주식과 채권시장에 잇따라 접근하고 있다. 이는 투자은행의 자문·인수·주선 수수료로 이어진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AI 인프라 구축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향후 다년간의 투자 사이클이 전략적 거래와 자금 조달, 자본 형성을 계속 높은 수준으로 이끌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AI 투자 붐은 은행 실적에 두 갈래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한쪽에서는 AI 관련 기업의 주가 변동이 트레이딩 수익을 늘린다. 다른 한쪽에서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투자은행 수수료를 키운다.

FT에 따르면 이번 2분기 실적은 이 두 흐름이 동시에 나타난 사례다. AI가 실물 투자와 증시 거래, 자본시장 발행을 모두 자극하면서 월가 은행의 여러 수익원이 한꺼번에 개선됐다.

◇ 월가와 빅테크, 같은 파도 탔다


대형은행들의 이같은 실적은 월가 은행과 빅테크가 같은 AI 투자 사이클을 타고 있음을 확인시켰다는 지적이다.

빅테크는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식과 채권 발행, 인수합병, 전략적 제휴가 늘어난다. 월가 은행은 그 거래를 주선하고 자금을 대며 수수료를 얻는다.

동시에 AI 투자 기대는 반도체와 클라우드, 전력, 데이터센터 관련 주식의 가격 변동을 키운다. 이 변동성은 트레이딩 부문에 수익 기회를 제공한다. AI가 실물경제의 투자 주제이자 금융시장의 거래 주제가 된 셈이다.

다만 은행 실적 호황이 AI 투자 사이클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된 점은 새로운 변수이기도 하다. AI 관련 주식의 상승세가 꺾이거나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가 늦어지면 트레이딩과 자본시장 수익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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