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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팔아도 좋으니 달라"…우크라 상륙 그리펜 '독이 든 성배'

스웨덴 최첨단 '그리펜E' 등 32대 공여, 간이활주로 기동 최적화
F-16·미라주 이어 기종전시장 된 하늘…5개 정비창 쪼개지는 재앙
스웨덴 사브(Saab)사의 항공 시설이 위치한 린셰핑(Linköping) 공항 상공에서 차세대 4.5세대 전투기 '그리펜 E'가 위용을 자랑하며 비행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최신형 그리펜 E를 포함해 총 32대의 전투기 공여를 확정했다. 거친 임시 활주로 환경에서도 작전이 가능한 그리펜의 합류는 우크라이나 공군에 전술적 유연성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서로 다른 서방제 전투기를 동시에 정비해야 하는 역대급 군수 보급 과제도 함께 안기게 되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스웨덴 사브(Saab)사의 항공 시설이 위치한 린셰핑(Linköping) 공항 상공에서 차세대 4.5세대 전투기 '그리펜 E'가 위용을 자랑하며 비행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최신형 그리펜 E를 포함해 총 32대의 전투기 공여를 확정했다. 거친 임시 활주로 환경에서도 작전이 가능한 그리펜의 합류는 우크라이나 공군에 전술적 유연성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서로 다른 서방제 전투기를 동시에 정비해야 하는 역대급 군수 보급 과제도 함께 안기게 되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러시아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하늘에 '최후의 퍼즐'로 불리던 스웨덴제 야스-39 그리펜(JAS-39 Gripen) 전투기가 마침내 실전 배치된다. 러시아의 집요한 방공망과 비행장 기습 폭격을 견뎌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옵션이 추가됐다는 환호가 나오지만, 일선 군수 보급 기지에서는 기종 다변화가 한계에 달했다는 우려가 동시에 교차하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독일 시사 매체 포쿠스 온라인(FOCUS online)에 따르면, 스웨덴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총 23억 5000만 유로(약 4조 원) 규모의 전투기 공여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스웨덴은 당장 내년(2027년) 초 구형 그리펜 C/D형 16대를 우크라이나에 긴급 인도하고, 오는 2029년부터는 최신예 4.5세대 전투기인 그리펜 E 16대를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폴 욘손(Pål Jonson) 스웨덴 국방장관은 이번 조치가 "우크라이나가 장기적으로 최대 150대의 그리펜 E/F형을 확보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방공망 킬러"…우크라 파일럿들이 그리펜에 열광하는 이유


우크라이나 공군 파일럿들은 과거 인터뷰에서 "그리펜을 가질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이 기체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스웨덴 사브(Saab)사가 개발한 그리펜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최적화된 설계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디자인 단계부터 러시아의 대규모 침공으로 정규 비행장이 파괴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만들어진 그리펜은 일반 고속도로나 거친 아스팔트 간이 활주로에서도 자유롭게 이착륙할 수 있다. 미제 F-16이 매끄럽고 정돈된 활주로를 요구하는 까다로운 기체인 반면, 그리펜은 정비 편의성이 극도로 뛰어나 최소한의 지상 요원과 전문 지식이 부족한 징집병만으로도 단 몇 분 만에 연료 재보급과 무장 장착을 끝내고 다시 출격할 수 있는 독보적인 가동률을 자랑한다.

수호이·미그에서 F-16·미라주·그리펜까지…군수 보급의 구조적 비효율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우수성과 별개로 기종의 급격한 파편화는 우크라이나 공군 군수 부대에 거대한 악몽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크 캔시언(Mark Cancian) 수석 고문은 이를 두고 "전쟁 중이라 감수하겠지만 군사학적으로는 극도로 비효율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공군의 전투기 자산 구조는 그야말로 세계 무기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기존 소련제 수호이(Su-27·24)와 미그(MiG-29) 전투기를 현역으로 굴리는 상태에서 2024년 8월 미제 F-16을 도입했고, 최근 프랑스제 미라주(Mirage) 2000까지 전력화한 데 이어 스웨덴의 그리펜까지 추가되는 형국이다.

기존 주력 자산인 소련제 기체들은 구소련 표준 부품의 고갈로 이미 한계 수명에 도달해 도태가 진행 중이며, 핵심 축으로 부상한 미국제 F-16은 나토 표준 무장 체계를 쓸 수 있으나 활주로 조건이 까다롭다. 최근 실전 배치된 프랑스제 미라주 2000 역시 프랑스 독자 규격의 부품과 정비 체계에 종속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스웨덴 사브(Saab) 전용 정비 자산과 독자 군수 라인을 또다시 구축해야 하는 그리펜까지 가세하면서 정비 효율성 면에서는 심각한 과제가 발생하게 됐다. 전투기라는 첨단 체계는 기종마다 사용하는 나사, 전자 부품, 유압 계통 장비, 정비 공구가 완전히 다르며 정비사들의 교육 훈련 역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5개 기종을 동시에 운용한다는 것은 군수 보급선과 정비창을 5개로 쪼개어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함을 뜻하며, 전방 보급 기지에서 부품이 뒤섞이거나 전용 정비 인력이 부족해 기체가 발이 묶이는 비효율이 필연적으로 동반된다.

'독이 든 성배' 마신 우크라이나의 고차방정식


그럼에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 군수적 리스크를 감수하며 그리펜 도입을 밀어붙인 배경에는 고도의 정치·군사적 계산이 깔려 있다. 바로 해외 원조의 다변화를 통한 안보 리스크 분산이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F-16 단일 기종에만 의존할 경우, 미국의 정치 상황 변화나 워싱턴의 부품 통제 기조에 따라 공군 전력 전체가 순간적으로 마비될 위험성이 상존한다. 전투기 공급처를 미국, 프랑스, 스웨덴 등으로 분산해 놓으면 특정 국가의 정치적 변동이 있더라도 하늘의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실리적인 안전장치가 된다.

지난 2023년부터 이미 스웨덴 현지에서 그리펜 적응 훈련을 받아온 우크라이나 파일럿과 정비사들이 이 보급의 재앙이라는 독을 깨고 그리펜을 게임 체인저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전 세계 군사 전문가들의 시선이 우크라이나 공군의 정비창으로 향하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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