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제재와 군비 지출 누적에 가계 부채 급증…지난해 법원 파산 신청 50만 건 넘어서며 경제 취약성 노출
금융 시스템 붕괴 가능성은 제한적…국가 주도의 강력한 재정 지원이 당분간 안전판 역할 유지할 전망
금융 시스템 붕괴 가능성은 제한적…국가 주도의 강력한 재정 지원이 당분간 안전판 역할 유지할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전시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금융권을 통해 방위산업 및 국가 프로젝트 관련 자금을 강제로 공급하는 과정에서 민간의 부채 부담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개인 파산 신청 급증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알자지라가 8일(현지 시각) 보도한 내용과 로이터가 유럽 정보당국의 내부 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의 경제적 부담이 가계 부채 증가라는 형태로 가시화되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유럽 고위 당국자들에게 공유된 문서로, 러시아 은행권이 전시 경제 관련 기업과 가계에 대한 대출을 확대한 결과 부실 위험이 누적되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법원에 접수된 개인 파산 신청 건수는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50만 건을 기록했다. 이와 별개로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올해 자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4%로 대폭 하향 조정하며 경기 둔화를 공식화했다.
가계·기업 부채 구조적 위험 증가…부실 대출 규모 확대
러시아 금융 시스템 내부의 위험 신호는 가계와 기업 부문에서 각기 다른 양상으로 감지되고 있다.
가계 부문에서는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해 생활비 조달을 위한 다중 채무가 급증하고 있다. 유럽 정보당국 보고서는 러시아인 1300만 명 이상이 생활비 부족을 메우기 위해 3건 이상의 대출을 동시에 보유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기업 부문 역시 전시 경제 체제하에서 은행들이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방위산업체나 국영기업에 우선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균열이 생겼다.
블라디슬라프 이노젬체프 채텀하우스 객원 연구원은 현재 러시아 기업의 연체 대출 규모가 약 7조 루블(약 138조8100억 원)로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3%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 중 약 10%가 회수가 불투명한 부실 대출로 분류되고 있으며, 상당수는 정부의 방위산업 지원 정책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기업들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금융권의 잠재적 리스크로 꼽힌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실 대출 누적이 장기적으로 은행권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 시장 영향…직접 충격은 제한적, 간접 변수 점검 필요
다만, 간접적 변수에 대한 모니터링은 꼭 필요하다. 러시아가 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원자재 수출 전략을 수정하거나, 전쟁 수행을 위해 추가적인 제재 회피를 시도할 경우 국제 유가와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대외 변수가 국내 에너지·소재 업종은 물론, 기계·조선 등 러시아와의 교역 비중이 있던 업종 전반에 미칠 영향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향후 유럽연합(EU)의 제재가 은행망과 가상자산 네트워크를 더욱 강력하게 조일 경우 러시아 경제의 고립도가 심화하며 국내 관련 업종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스템 붕괴보다는 구조적 쇠퇴…국가 재정 여력이 관건
금융 시스템이 당장 붕괴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신중론이 우세하다. 러시아 은행권은 소수의 대형 국영은행이 장악하고 있으며, 이들이 국가의 강력한 통제하에 있어서 급격한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이노젬체프 연구원은 "러시아 금융 구조의 특성상 대형 은행들이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어 단기간에 시스템 전체가 무너지는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성이 경제의 건전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서방 제재가 현실화되어 금융권을 직접 타격할 경우 러시아 정부가 감당해야 할 유동성 지원 여력이 한계에 봉착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전시 경제 체제 아래서 혁신은 멈추고 자원이 방산 부문에만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러시아 경제는 향후 장기적인 구조적 쇠퇴의 늪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