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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또 너냐? 모건스탠리 "이상한 투자 보고서"

잇단 반도체 헛발질 흑역사의 민낯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전 고려대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전 고려대 교수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미국계 대형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가 행사하는 '리포트 권력'은 막강하다. 이들이 발간하는 보고서 한 장에 글로벌 IT 기업의 주가가 수십조 원씩 증발하기도 하며, 투자 심리는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를 겨냥한 모건스탠리의 리포트는 정교한 분석이라기보다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헛발질'에 가까웠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역대급 호황기마다 터무니없는 비관론을 쏟아내고, 정작 예측이 틀리면 슬그머니 말을 바꾸는 행태가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과연 모건스탠리의 분석은 신뢰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이들의 역사적 뿌리와 지배구조, 그리고 한국 자본시장과의 뿌리 깊은 악연을 통해 그 실상을 냉정하게 해부하고자 한다.1. 반도체 랠리 때마다 반복된 '헛발질'의 역사모건스탠리가 한국 반도체 산업을 향해 칼날을 겨눈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장의 정점과 저점을 정확히 짚어내기보다는, 오히려 호황의 한복판에서 찬물을 끼얹는 방식으로 시장을 뒤흔들었다.

그 대표적인 오판은 2017년 11월에 발생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가리키며 질주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사이클이 정점에 도달했다"라는 논리를 내세워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보고서가 발표된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5% 이상 폭락했고 코스피 시장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았다. 모건스탠리의 전망은 보기좋게 어긋났다. 그 호언장담과 달리 삼성전자는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사상 최대 실적을 잇달아 경신하며 모건스탠리의 비관론이 명백한 오판이었음을 증명했다.
모건스탠리의 헛발질은 2021년 8월에 한층 더 자극적인 형태로 되풀이되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의 겨울이 온다(Memory-Winter is Coming)'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디램(DRAM)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를 강력히 경고했다. 이 리포트 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순식간에 주저앉았고,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겨울을 외치던 모건스탠리는 불과 몇 달 뒤인 2022년 초, "디램 가격 하락세가 예상보다 완만하다"라며 슬그머니 입장을 바꾸어 시장의 거센 공분을 샀다.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2024년 9월에 터진 '겨울이 닥친다(Winter Looms)' 보고서였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을 주장하며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6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반토막 냈으나, 한 달 뒤 SK하이닉스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자 "단기 전망이 틀렸음을 인정한다"라며 사실상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시장의 본질적인 펀더멘털을 외면한 채 겉핥기식 지표로 위기감을 조성하는 분석 행태는 글로벌 IB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신뢰도 바닥의 실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일반 대중이나 초보 투자자들은 '모건(Morgan)'이라는 이름 때문에 모건스탠리를 세계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와 혼동하거나 같은 그룹사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회사는 90년 전 역사적 뿌리만 공유했을 뿐 현재는 상호 지분 관계가 전혀 없는 완벽한 남남이자 치열한 경쟁 관계이다. 이들의 분리는 1929년 미국을 강타한 대공황의 산물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대공황의 원인 중 하나로 상업은행이 고객의 돈으로 위험한 주식 투자를 일삼았던 행태를 지목했다. 이를 규제하기 위해 1933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겸업을 엄격히 금지하는 '글래스-스티걸 법(Glass-Steagall Act)'이 제정되었다. 당대 최고의 금융 가문이었던 JP모건(J.P. Morgan & Co.)은 강제로 회사를 쪼개야 하는 선택로에 섰다.

JP모건의 수뇌부는 상업은행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반발하거나 증권업의 미래를 높게 본 이들이 따로 독립하여 나온 것이 바로 모건스탠리다. 1935년, JP모건 창립자의 손자인 헨리 스터지스 모건(Henry Sturgis Morgan)과 파트너였던 해럴드 스탠리(Harold Stanley)가 중심이 되어 모건스탠리를 설립했다. 즉, 태생적으로 JP모건에서 떨어져 나온 것은 맞으나, 글래스-스티걸 법의 취지에 따라 두 회사는 엄격하게 분리되었다.
오늘날 JP모건 체이스는 전 세계 상업은행 및 투자은행 부문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 금융지주사로 성장했고, 모건스탠리는 자산관리와 투자은행 업무에 특화된 독립된 IB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명칭에 포함된 '모건'이라는 단어는 역사적 흔적일 뿐, 현재 모건스탠리의 의사결정이나 리서치 내용에 JP모건이 관여할 여지는 전혀 없다. 이름이 같다고 반드시 한통 속은 아니다.

투자자들이 흔히 하는 또 다른 거대한 오해 중 하나는 글로벌 증시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지수'를 모건스탠리가 직접 운영하거나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한국 증시의 선진국 지수 편입 여부를 두고 매년 뜨거운 감자가 되는 그 MSCI가 맞다.

지금 MSCI는 뉴욕증권거래소에 'MSCI'라는 티커로 우회 상장되어 있는 완벽한 '독립 법인'이며, 모건스탠리와는 아무런 지분 관계가 없다.1969년 캐피털 인터내셔널(Capital International)이라는 회사가 개발한 글로벌 주가 지수를 1986년 모건스탠리가 인수하면서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이라는 브랜드가 탄생했다.

모건스탠리는 2007년 MSCI를 뉴욕증시에 기업공개(IPO) 형식으로 분사시켰다. 2009년에는 보유하고 있던 MSCI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완전히 손을 뗐다. 따라서 모건스탠리가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해 비관적인 보고서를 냈다고 해서, 그것이 MSCI 지수 내 한국 비중 조절이나 선진국 지수 편입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두 회사는 이름만 공유할 뿐 조직, 자본, 경영이 완전히 분리된 별개의 주체이다. 모건스탠리의 리서치센터가 작성하는 리포트는 그저 한 투자은행의 주관적인 의견일 뿐,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기준이 되는 MSCI 지수의 산출 기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늘날 모건스탠리는 월스트리트를 지배하는 무결점의 금융 제국처럼 보이지만, 이들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뼈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발했을 때, 모건스탠리는 경쟁사였던 리먼 브라더스, 메릴린치와 마찬가지로 고위험 파생상품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가 가공할 만한 손실을 입었다.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흡수 합병되는 와중에, 모건스탠리 역시 유동성 고갈로 인해 무너지기 직전의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그때 모건스탠리를 구원한 것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의 긴급 자금 지원과 일본 금융자본의 등장이었다. 2008년 9월,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MUFG)이 모건스탠리에 90억 달러라는 거액의 구속성 자금을 전격 투입하며 지분을 대거 인수했다. 이 자금 수혈 덕분에 모건스탠리는 간신히 파산을 면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역사적 사건은 현재 모건스탠리의 지배구조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2026년 현재까지도 모건스탠리의 단일 최대 주주는 미국 자본이 아닌, 일본의 미쓰비시 UFJ 금융그룹(MUFG)이다. 이들은 모건스탠리 지분의 약 23% 이상을 보유하며 확고한 1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뱅가드 그룹(Vanguard),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 블랙록(BlackRock)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패시브 펀드 물량으로 지분을 나누어 갖고 있다. 다시말해 모건스탠리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으나, 실질적인 거대 자금줄과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일본계 자본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묘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에 유독 분노하고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이 단순히 예측을 틀리는 것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허술한 규제 환경을 악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가장 치명적인 악연은 앞서 언급한 2024년 9월 SK하이닉스 사태에서 정점을 찍었다. 당시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창구를 통해 리포트 발간 이틀 전인 9월 13일에 SK하이닉스 주식 101만 1,719주의 대량 매도 주문이 체결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악재성 보고서가 대중에 공표되기 직전, 내부 정보나 고객 매도 주문을 이용해 미리 주식을 내다 판 것이 아니냐는 '선행매매(Front-Running)'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되었다.

자본시장법상 리서치 보고서의 내용이 확정된 후 이를 대외적으로 공표하기 전까지 자기 계정이나 특정 계정으로 선제 매매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이 사건으로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하는 등 파장이 일었다. 비관적 전망을 담은 리포트로 주가를 폭락시키기 직전, 자신들의 지점 창구에서 거대한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들이 발행하는 리포트의 순수성은 심각하게 오염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 시장을 그저 자신들의 포지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변동성 놀이터로 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글로벌 IB들의 리포트는 자본시장의 절대적인 예언서가 아니다. 이들 역시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익과 고객(헤지펀드 및 기관)의 포지션에 유리한 방향으로 시장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속성을 지닌 자본주의의 주체일 뿐이다.역사가 증명하듯 이들은 대공황과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생존을 위해 이리저리 쪼개지고 일본 자본에 손을 벌려야 했던 불완전한 금융기관에 불과하다. JP모건이라는 거대한 이름값에 편승하거나, MSCI 지수라는 글로벌 기준을 자신들이 쥐고 흔든다는 식의 세간의 착시는 이들이 가진 권력을 실제보다 비대해 보이게 만들었다.

특히 한국의 반도체 산업처럼 글로벌 거시경제의 흐름에 민감하고 파생상품 및 레버리지 공매도 물량이 집중되는 섹터일수록, 글로벌 IB들의 비관론 리포트는 흔히 '물량 매집'이나 '숏 포지션 수익 청산'을 위한 도구로 소비되어 온 경향이 짙다.따라서 투자자들은 모건스탠리의 자극적인 문구와 목표주가 하향 조정에 부화뇌동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들의 화려한 이름 뒤에 숨겨진 오판의 역사와 얼룩진 선행매매 의혹을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글로벌 금융 권력이 던지는 한 장의 종이 호랑이 리포트에 흔들리지 않고, 기업의 본질적인 기술 초격차와 실적 펀더멘털을 송곳처럼 꿰뚫어 보는 혜안만이 자본시장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유일한 무기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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