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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제은행, AI 붐 속 세계경제 불안 경고

물가 재상승·공공부채·금융 취약성 위험 커져
“정책 지연하면 조정 비용 더 커진다” 경고
AI 투자 붐과 공공 부채 증가, 금융시장 취약성이 맞물리며 세계경제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국제결제은행(BIS)이 경고했다. 이미지=챗GPT이미지 확대보기
AI 투자 붐과 공공 부채 증가, 금융시장 취약성이 맞물리며 세계경제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국제결제은행(BIS)이 경고했다. 이미지=챗GPT
세계 중앙은행들의 협의체인 국제결제은행(BIS)이 세계경제의 복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은 성장 기대를 키우고 있지만 과잉 투자와 부채 의존이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도 BIS는 함께 내놨다.

28일(이하 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BIS는 이날 발표한 연례 경제 보고서에서 △공공부채 증가 △금융시장 취약성 △AI 투자 붐의 지속 가능성 △물가 재상승 위험을 세계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지목했다.

BIS는 “최근 세계경제가 비교적 탄탄한 흐름을 유지했지만 정책 당국이 안정 기반을 강화하지 않으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BIS 사무총장은 “정책적인 조치는 세계경제에 엇갈린 힘을 주지 않도록 서로 보완돼야 한다”면서 “성공은 결국 건전한 재정과 금융 기반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 물가 기대 다시 흔들릴 가능성


BIS가 첫 번째로 지목한 위험은 물가다. 세계경제는 에너지와 공급망 충격을 여러 차례 겪었고, 물가 상승률은 한때 둔화됐지만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

BIS는 공급 충격이 더 잦아질 경우 가계와 기업의 물가 기대가 높은 수준에 고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가가 한동안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임금과 가격 결정에 반영되면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작업은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데 코스 사무총장은 “중앙은행이 물가 기대가 흔들리는 신호를 확인하면 행동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은 극단적 상황을 피하게 한 긍정적 요인이지만 원유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봤다.

◇ AI 붐, 성장 동력인가 과잉 투자인가


AI 투자 붐도 BIS의 주요 경고 대상에 올랐다. AI는 생산성 향상 기대를 키우며 성장과 투자 심리를 떠받치고 있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망,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면서 세계경제의 버팀목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나 BIS는 AI 투자의 지속 가능성에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다. 공급 병목과 치열한 경쟁, 일자리 변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투자 경쟁이 과거 기술 붐처럼 과잉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BIS는 AI 붐이 중앙은행에도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AI가 생산성을 얼마나 끌어올릴지, 일자리와 임금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물가와 성장의 관계를 어떻게 흔들지 아직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데 코스 사무총장은 “현 단계에서 중앙은행이 AI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 AI 투자 자금, 부채 의존 커져


금융시장 취약성도 커지고 있다. BIS는 자산 가격이 높은 수준에 올라 있고, 투자자들이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AI 붐에 필요한 자금조달 방식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기업 내부 현금흐름만으로 충당되기보다 회사채, 사모 대출, 공급망 금융 등 부채와 복잡한 자금 구조에 의존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AI 관련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금리가 다시 오르면 부담이 빠르게 드러날 수 있다.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설비, 클라우드 기업이 서로 얽힌 투자 구조에서는 한 부문 충격이 다른 부문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BIS는 AI 자체가 문제라는 뜻이 아니라 AI 붐을 둘러싼 금융 구조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기술 혁신이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더라도 그 과정에서 형성된 과도한 투자와 부채는 금융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

◇ 나랏빚과 국채시장도 새 위험


BIS가 가장 강한 어조로 경고한 분야는 공공 부채다. 주요국의 나랏빚은 이미 사상 최고 수준에 올라 있고, 이를 금융시장이 흡수하는 방식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BIS는 공공 부채와 금융 안정이 서로 얽히는 새로운 위험을 지적했다. 정부 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채시장은 대형 헤지펀드와 비은행 금융기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들이 높은 레버리지로 국채 거래에 참여하면 시장 충격이 발생했을 때 국채 가격이 더 빠르고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프랑크 스메츠 BIS 통화·경제부문 직무대행은 이런 새 연결고리가 더 잦고 급격한 국채 가격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 정부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금융 여건도 빠르게 긴축될 수 있다.

데 코스 사무총장은 핵심 경제권에서 부채 수준을 낮춰야 한다는 메시지가 긴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부채가 높고, 이 부채가 비은행 금융중개기관을 통해 조달되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 “정책 지연하면 비용 더 커져”


BIS는 각국 정책 당국에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우선해야 하고 △정부는 재정 지속 가능성을 회복해야 하며 △금융감독은 은행권을 넘어 비은행 금융기관까지 강화해야 하고 △장기 성장을 위해 구조개혁도 병행해야 한다는 네 가지 대응을 주문했다.

이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서로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가 재정을 과도하게 풀어 물가 압력을 키우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더 오래 높게 유지해야 한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을 이어가면 부채가 많은 정부와 기업의 부담은 커진다.

BIS의 경고는 세계경제가 당장 위기에 빠졌다는 뜻은 아니다. 보고서는 경제활동이 최근까지 회복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물가, 부채, AI 투자, 금융 취약성이 동시에 쌓이면 작은 충격도 더 큰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고 본다.

AI 붐은 세계경제의 성장 기대를 키우는 핵심 동력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BIS는 그 기대가 과도한 부채와 높은 자산 가격 위에 쌓이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공공 부채와 금융시장 취약성까지 겹친 지금, 정책 당국이 미루지 말고 안정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 BIS의 핵심 메시지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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