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 강타한 극한 기상, 고성능 AI 칩 안정적 가동에 심각한 차질 초래
신흥 허브로 이전하는 데이터센터, 토네이도·우박 등 악천후 노출 위험 가중
냉방 전력 수요 폭증에 전력망 과부하…MS·엔비디아 등 기술 혁신으로 돌파구 모색
신흥 허브로 이전하는 데이터센터, 토네이도·우박 등 악천후 노출 위험 가중
냉방 전력 수요 폭증에 전력망 과부하…MS·엔비디아 등 기술 혁신으로 돌파구 모색
이미지 확대보기이번 주 유럽 전역을 강타한 폭염은 기후변화가 공장, 원자력발전소, 데이터센터 등 핵심 기반 시설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을 여실히 보여줬다. 에어컨 사용 급증으로 인한 전력망 과부하와 정전 우려는 인프라 운영의 최대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이런 위기는 유럽뿐만 아니라 글로벌 디지털 인프라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데이터센터의 교외 이전, 악천후 노출 키웠다
29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글로벌 보험사 취리히(Zurich)의 국제 건설 부문 책임자인 패트릭 맥브라이드는 인터뷰에서 "지난 3년간 취리히에서 발생한 가장 큰 손실 원인은 악천후였다"면서 "미국 데이터센터 건설업체의 위험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현재 회사 전체 손실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올해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용량의 64%가 버지니아 북부 등 전통적인 허브를 벗어나 텍사스 서부, 테네시, 위스콘신, 오하이오 등 토지 가격이 저렴한 신흥 시장으로 이동했다. 맥브라이드는 "비용 절감을 위해 교외나 시골로 이전하면서 좁은 반경 내에 30억 달러 상당의 자산이 기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면서 "이들 지역의 시설은 토네이도·우박·강풍 때문에 냉난방 시스템과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된 넓은 지붕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유럽 역시 기온이 급상승 중인 이베리아반도 등으로 데이터센터가 이전하며 비슷한 위험에 직면했다.
기후 위험 분석업체 퍼스트 스트리트(First Street)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용량의 79%가 홍수·강풍·산불 등 급격한 기후 재해로 인한 운영 중단 위험에 처해 있다. 마쉬 리스크(Marsh Risk)의 조 메이시작은 "기업들이 이러한 기후 위험을 식별하고 관리하지 못하면 비용 증가와 운영 차질에 직면할 것이며, 이는 결국 AI 데이터센터 혁명을 뒷받침하는 자본구조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폭염과 전력망의 이중고…지하 케이블까지 마비
극한의 폭염은 데이터센터 자체의 열기를 식히는 것뿐만 아니라 시설이 의존하는 전력망에도 동시에 막대한 부담을 준다.
CNBC에 따르면 AI 소프트웨어 플랫폼 라이좀(Rhizome)의 최고경영자(CEO) 미샬 타다니는 "정상 온도에서도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량의 약 40%가 냉방에 소비되는데 폭염 시에는 이 수치가 급증한다"면서 "데이터센터는 전력망의 공급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시점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모순에 직면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최고 기온이 섭씨 38도까지 치솟았던 이탈리아 토리노에서는 폭염으로 지하 케이블이 열 스트레스를 받아 반복되는 정전이 발생했다. 타다니는 "각각 10만 가구에 해당하는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들이 가동되는 상황에서 열과 부하가 동시에 전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전력 계획 모델이 극심한 폭염의 발생 빈도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빅테크 기업, 고온 견디는 설계와 기술 혁신으로 정면 돌파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기후변화에 맞춘 설계 변경과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대변인은 부지 선정 단계부터 이중화 시스템, 실시간 모니터링을 도입해 극한의 더위와 악천후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데이터센터를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Nvidia)는 최근 새로운 AI 서버의 냉각액 수용 온도를 기존보다 높은 45도까지 올릴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냉각기 온도를 단 1도만 높여도 냉각 에너지를 약 4% 절감할 수 있어 폭염 속 전력관리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글로벌 공조 전문기업 존슨 컨트롤스(Johnson Controls)의 아론 루이스는 "최근 유럽의 한 고객이 처음으로 사양서에 '기후변화 요인'을 명시해 온도 상승에 대비한 설계를 요청했다"며 시장의 변화를 전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붐이 불러온 혁신 속도 덕분에 디지털 인프라 산업은 열을 더욱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찾아내며 기후 위기 속에서도 장기적인 운영 안정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