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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격화에도 유가 약세… 공급 충격 누른 '수요 우려'

우크라, 러 에너지 전방위 공습… 가솔린 생산 25% 급감에 배급제 확산
국제유가 50~60달러대 박스권… 이란 증산·헤지펀드 숏 포지션이 상방 제한
정유주 재고손실 압박 vs 방산 수주 모멘텀 지속… 환율은 상충 요인 혼재
우크라이나군의 장거리 드론 공습이 러시아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에너지 인프라를 정조준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시장은 공급망 차질 우려보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우크라이나군의 장거리 드론 공습이 러시아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에너지 인프라를 정조준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시장은 공급망 차질 우려보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이미지=제미나이3

우크라이나군의 장거리 드론 공습이 러시아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에너지 인프라를 정조준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시장은 공급망 차질 우려보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급등하던 과거 유가 메커니즘과 달리, 현재 시장은 '수요 둔화' 프레임이 지배하고 있다.

러 인프라 파격 타격… '생산 차질이 재정 악화로'


지난 27(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보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전역의 정유시설과 보로네시 반도체 공장(VZPP-S), 두브나 우주통신센터 등을 장거리 드론으로 동시 타격했다.
핵심 정제 능력이 마비되면서 지난 6월 중순(15~21) 주간 러시아의 가솔린 생산량은 전주 대비 25% 급감했다. 일부 점령지와 외곽 지역에서는 가솔린 배급제가 시작됐다.

러시아 최대 정유사 로스네프트의 이고리 세친 최고경영자(CEO)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정유소 피해를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토로했을 정도다.

러시아 정부는 알렉산드르 노바크 부총리를 앞세워 "연료 시장은 통제할 수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재정 지표는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 가솔린 생산 차질은 내수 공급 우선 정책으로 이어져 수출 여력을 갉아먹고 있다.

5월 말 기준 러시아의 연방 재정적자는 6조 루블(1168200억 원)을 기록했다. 2026년 예산안 기준 연간 계획치(38000억 루블, 739860억 원)를 상반기가 지나기도 전에 두 배 가까이 초과한 규모다. 이로 인해 모스크바 증시(MOEX 지수)는 이달 들어 13% 이상 폭락했다.

공급 완충과 금융 포지셔닝… 유가 상방 막는 3대 축


전쟁 심화에도 국제 유가는 하향 안정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배럴당 60달러(92100)대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러시아산 우랄산 원유 스팟 가격은 50달러(76700) 선 붕괴를 위협받고 있다.

공급 충격 뉴스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상업용 원유 재고 증가세와 글로벌 경기 선행지표에 시장이 더 민감하게 동기화된 결과다.

유가 상방을 가로막는 메커니즘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수요 둔화'.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부진과 중국의 경제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효과 퇴색이 실질 물동량 감소로 이어졌다.
둘째는 '공급 완충력'이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로 이란산 원유의 공급 정상화가 가시화됐다. 시장에서는 이란이 수개월 내 최소 하루 50만에서 최대 100만 배럴(mb/d) 규모의 추가 수출 여력을 확보할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OPEC+의 감산 완화 여지까지 더해져 러시아발 공백을 완전히 상쇄하고 있다.

셋째는 '금융 포지셔닝'의 변화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 등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상품투자자문(CTA) 등 투기성 자금의 원유 매수 포지션은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매도 포지션으로 빠르게 청산됐다. 금융 자본 역시 공급 부족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유 vs 방산 투자 지도… 환율은 복합 방정식


러시아발 위기와 국제 유가 약세는 국내 금융 시장에 상반된 포트폴리오 전략을 요구한다.

정유 업종은 당분간 보수적 접근이 불가피하다. 유가 하락기에는 통상 원유 도입 비용보다 제품 가격이 더 빠르게 떨어져 정제마진(싱가포르 GRM 기준)이 압축된다.

정유사가 기존에 사둔 고가 원유의 가치가 하락하는 '재고 평가손실'이 겹치면서 단기 분기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유가 하락의 속도가 가파를수록 정유사의 마진 방어는 어려워진다.

방산 업종은 구조적 모멘텀이 더 견고해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타격 능력 입증과 러시아의 보복 공습 예고는 유럽의 재무장 흐름 및 나토(NATO)의 무기 재고 보충 수요를 자극하는 강력한 동력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시차'. 방산 자산은 수주가 곧바로 실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인도 기준에 따라 매출로 인식되기까지 최소 1~2년의 시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단기 실적 전망치보다는 중장기 수주잔고 성장에 기반한 기업가치 재평가 관점으로 접근해야 안전하다.

외환(FX) 시장은 두 가지 상충 요인이 맞물려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유가 하락은 한국처럼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국가의 무역수지를 개선해 원화 강세(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는 안전자산인 달러 매수세를 촉발해 원화 약세(환율 상승)를 유도한다. 두 변수가 충돌하는 구간인 만큼,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하방 경직성을 유지한 채 좁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할 확률이 높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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