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미국은 비싸고 유럽은 비효율… 자금, 유럽 ‘넷리스’ 부동산으로 이동

거래 비표준화로 가격 할인 발생… 레버리지 포함 연 10% 중반대 수익률 노려
환율·임차인 부도 위험 상존… 유동성 확보는 상장 리츠가 대안
고금리로 회사채 매력이 약해지자, 자금이 ‘시장의 비효율 프리미엄’을 노리고 유럽 넷리스 부동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고금리로 회사채 매력이 약해지자, 자금이 ‘시장의 비효율 프리미엄’을 노리고 유럽 넷리스 부동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고금리로 회사채 매력이 약해지자, 자금이 시장의 비효율 프리미엄을 노리고 유럽 넷리스 부동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미국 채권 금리가 5%대 진입을 눈앞에 두며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유동성 제약을 겪는 유럽 제조 기업의 부동산 자산을 사들인 뒤 다시 빌려주는 책임 임차(triple-net)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back)’ 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이는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을 매각한 후, 재산세·보험료·관리비 등 건물 유지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조건으로 장기 임차하는 자산 유동화 시장이다.

배런스(Barron’s)는 미국보다 경쟁이 덜하고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큰 유럽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틈새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지난 25(현지시각) 보도했다.

자본 잠김에 빠진 유럽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요와 고금리 방어처를 찾는 자본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채권 대체재프레임… 구조적 차이와 프리미엄의 본질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설비투자를 위해 채권을 무더기로 찍어내면서 회사채 시장의 매력은 예전만 못하다.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얻는 가산금리(스프레드)가 지나치게 좁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체 투자처를 찾는 자산가들은 유럽 산업용 부동산으로 눈을 돌린다. 임차인이 세금, 보험료, 유지보수비를 모두 부담하는 책임 임차(넷리스) 방식은 건물주가 추가 비용을 쓸 일이 없다.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이를 채권형 현금흐름에 가까운 구조로 평가하지만, 실제 구조적 차이는 명확하다. 회사채가 고정 쿠폰(이자) 지급과 만기 시 원금 상환이 확정된 구조라면, 넷리스는 쿠폰과 유사한 임대료 수입을 얻되 원금 회수를 전적으로 자산 매각(Exit)에 의존한다.

따라서 넷리스의 기대수익률(IRR)은 채권 금리에 유동성 및 신용 프리미엄이 합산된 구조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채권에는 없는 비유동성과 정보 비대칭성, 그리고 고유의 신용 리스크를 감수한 대가로 얻는 프리미엄이다.

독일 구리 공장이나 이탈리아 포장 장비 제조 시설처럼 이전이 어려운 우량 임차인을 확보하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지만, 채권형 구조일 뿐 만기 액면가가 보장되는 채권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유럽 vs 미국 비교… 비효율이 만드는 가격 할인과 IRR 10% 중반의 비밀


유럽 시장은 구조적으로 미국보다 유리하다. 유럽의 기업 소유 부동산 규모는 8조 달러(12283조 원)로 미국(4조 달러, 6141조 원)2배다. 반면 부동산투자회사(리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이 4%를 웃도는 데 비해 유럽은 1% 아래다.

유럽은 국가별 규제와 복잡한 소유 구조, 시장 데이터의 부족으로 인해 기관 투자자의 접근성이 낮다. 이 같은 정보 접근 비용과 거래 비표준화가 시장의 비효율성을 만들고, 결과적으로 매입 단가를 낮추는 가격 할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자산 하나를 두고 미국에서는 30~50개 투자사가 경쟁하지만, 유럽은 5~10개에 불과하다. 이러한 비효율성 덕분에 유럽 넷리스 펀드의 기대수익률은 내부수익률(IRR) 기준 연 10%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 넷리스 펀드가 제시하는 연 10%대 중반의 높은 기대수익률은 비슷한 신용등급(BB~BBB)의 일반 회사채 투자보다 2%에서 4%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매력적인 수익률이 가능한 비결은 독특한 구조에 있다. 우선 시장의 비효율성을 활용해 부동산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사들이는 '초기 매입가 할인'으로 출발한다. 여기에 매년 임차인으로부터 안정적으로 받아 챙기는 연 5~7% 수준의 임대수익률이 든든한 밑바탕이 된다.

여기에 투자금의 40~60% 정도를 대출로 조달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레버리지(지렛대) 효과'가 더해지고, 향후 건물을 되팔 때 매각 차익을 노리는 '자산 가치 상승' 기대감까지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이 같은 고수익 구조를 완성한다.

다만 이 IRR은 매각 시점의 가격을 전제로 한 내부수익률이기 때문에, 실제 실현 수익률은 자산 매각 시점의 거시경제 및 부동산 시장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꼬리 리스크의 본질… 높은 기대수익 뒤에 숨은 위험 순서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의 유럽 부동산 시장을 과거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와 유사한 선제적 투자 기회로 평가한다. 장기 고정 임대료 구조를 취하고 있어 국내 리츠 대비 금리 민감도가 낮다는 점도 매력이다.

하지만 사모 형태로 전개되는 유럽 넷리스 투자는 높은 기대수익만큼이나 치명적인 위험이 단계별로 숨어 있다.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핵심 위험은 '단일 자산 집중 및 대체 임차인 부재 리스크'. 단일 제조 공장이나 산업 시설에 집중 투자하는 특성상, 임차인이 부도나거나 사업장을 이탈할 경우 대체 임차인을 찾기가 극히 어렵다.

특히 산업용 자산은 타 용도로의 전환이 까다로워 공실 발생 시 '현금흐름 중단''자산가치 급락'이 동시에 터져 나올 수 있다.

채권은 디폴트 시 일정 수준의 회수율(Recovery Rate)을 기대할 수 있지만, 넷리스 부동산은 임차인 부재 자체가 자산 가치를 제로(0)에 가깝게 만드는 최대의 꼬리 리스크(Tail Risk).

이어 유럽 중소 제조업체의 비상장 비중이 높아 발생하는 '임차인 신용 리스크', 유로화나 파운드화로 집행되어 실질 수익률을 갉아먹을 수 있는 '환율 리스크', 국가별 규제와 복잡한 회수 절차로 자산 매각 시점에 유동성 동결을 유발하는 '법적 규제 및 회수(Exit) 리스크'가 차례로 도사리고 있다.

투자자별 액션 포인트… 유동성과 자산 규모로 본 상장 리츠 대안


이처럼 리스크-보상 구조가 명확히 갈리기 때문에 투자 성향에 따른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며 복잡한 리스크 검증 능력을 갖춘 기관 투자자나 초고액 자산가라면 사모펀드를 통한 직접 투자가 적합하다.

반면 국내 서학개미를 비롯한 일반 개인 투자자들은 사모펀드 대신 증시에 상장된 해외 리츠로 접근하는 것이 유동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확실한 대안이 된다.

상장 리츠는 사모펀드의 내부수익률(IRR)보다는 낮지만 연 5%~6% 수준의 안정적인 배당을 지급하며, 수십조 원 단위의 자산 규모를 바탕으로 유럽 특유의 신용 및 법적 리스크를 완충하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분산 투자에 강점을 지닌 W.P.케어리(W.P. Carey, WPC)는 시가총액 약 168억 달러 (258010억 원) 규모의 대표 다각화 리츠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 전역에 걸쳐 산업용 시설, 물류창고, 오피스 등을 혼합 보유하며 철저한 지역 및 자산 분산으로 리스크를 통제한다.

매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시가총액이 570억 달러(875400억 원)를 상회하는 초대형 리츠인 리얼티인컴(Realty Income, O)이 적합하다. 리얼티인컴은 경기 민감도가 낮은 우량 소매점(리테일)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어 높은 경기 방어력을 자랑한다.

보다 고수익 구조를 노린다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 자산을 보유한 비치프로퍼티스(VICI Properties, VICI)를 고려할 수 있다. 비치프로퍼티스는 관광 및 경기 사이클에 노출되어 있으나, 임차인의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장기 계약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거시경제 환경 조건… 언제 가장 매력적인가


유럽 넷리스 부동산은 금리가 고착화되고 경기가 급락하지 않고 버텨주는 구간에서 가장 압도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향후 거시경제 환경이 변할 때의 시나리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향후 금리가 하락 기조로 돌아서면 임대수익률(Cap rate)이 압축되면서 자산 매각 시 상당한 자본이득(Capital Gain)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급격한 경기 침체가 도래하면 임차인의 부도 리스크가 급격히 확대되므로, 투자 시 임차인의 기초 체력을 검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자산은 금리의 방향보다 임차인의 생존 가능성현금흐름의 지속성을 더 정밀하게 평가해야 하는 투자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