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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8% 폭락 속 외국인 620억 달러 팔았다… 역설의 '강제 매도'

한국 시장 비중 급등이 부른 글로벌 펀드 의무 리밸런싱… 펀더멘털 아닌 '구조적 수급 충격'
노무라·맨그룹 "추가 매도 불가피하나 하락 후 재진입 노릴 것"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한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달리는 동안 80조 원이 넘는 주식을 매도하였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한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달리는 동안 80조 원이 넘는 주식을 매도하였다. 이미지=제미나이3
호르무즈 해협 위기 속 유가 급등으로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증시를 떠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한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달리는 동안 80조 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우며 역설적인 수급 불균형을 만들어냈다.
CNBC가 지난 7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과 주요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이번 대규모 매도세는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펀더멘털) 훼손과는 무관하며,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상 발생하는 기술적 수급 불균형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사상 최고 랠리가 부른 역설… "기초 체력 훼손 아닌 강제 매도"


8일 코스피 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8% 이상 급락하며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한국거래소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싱가포르 시각) 기준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상장 주식 1조 2400억 원(약 8억 1056만 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5일(현지시각) 분석 보고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술주와 자동차 주식을 중심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자금을 빼내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보고서에서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 말 기준 코스피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약 620억 달러(약 80조 8000억 원, 5월말 환율 기준 적용)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한국 시장의 위기가 아닌 '시장 성공이 부른 역설'로 해석한다. 노무라증권 아시아태평양 주식 전략가 체탄 세스(Chetan Seth)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투자자들과 고객들로부터 이른바 강제 매도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주가가 치솟으면서 글로벌 및 신흥국 시장 벤치마크 내 한국 비중이 급격히 커졌고, 포트폴리오 한도와 위험 관리 기준을 맞추기 위해 액티브 펀드 운용사들이 의무적으로 물량을 줄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도 증시와 닮은꼴… 국내 투자자 주도 장세로 체질 바뀐다


이번 매도 압력은 수개월 전부터 지속돼온 흐름이다. 노무라증권은 이를 최근 수년간 인도 증시에서 나타난 '구조적 변화'와 유사한 현상으로 분석한다. 인도에서는 국내 개인 투자자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외국인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구조 전환이 일어났다.
세스 전략가는 "한국에서도 같은 흐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조정 국면 이후 더 나은 진입 시점을 기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맨그룹(Man Group) 아시아 주식 부문 대표 닉 윌콕스(Nick Wilcox)도 이 같은 분석에 동의한다. 그는 "신흥국 지수 내 한국의 빠른 비중 확대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구조적 매도 압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 조정 불가피… 증권가 "매도 일단락 후 재진입 논의 시작될 것"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으나, 이를 시장 위기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의 매도는 한국기업들의 실적 부진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펀드들이 정해진 투자 한도를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내놓는 물량이기 때문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외국인 매도 강도가 약해지는 시점과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여력이 시장 하단을 얼마나 지지해줄지를 핵심 변수로 꼽고 있다.

코스피가 글로벌 신흥국 지수 내 비중 확대 과정에서 겪는 이번 충격을, 시장 참여자들은 성장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거쳐야 할 조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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