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동맹 오만에 "폭파" 경고…해협 주권 놓고 미·이란 정면충돌
세계 원유 공급 20% 틀어쥔 해협…타결 실패 시 에너지·식량 위기 장기화
세계 원유 공급 20% 틀어쥔 해협…타결 실패 시 에너지·식량 위기 장기화
이미지 확대보기이란 국영방송이 이날 14개 조항의 양해각서(MOU) 초안을 공개하자 백악관은 즉각 "완전한 날조"라고 일축했다.
AP통신·로이터·CBS뉴스·CNN·BBC 등 주요 외신이 27~28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한 이번 공방은, 개전 90일을 넘긴 미·이란 전쟁이 종전과 재개전 기로에 선 긴박한 국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오만 폭파" 경고…협상 레드라인 재확인
트럼프 대통령은 각료회의 석상에서 기자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은 모든 나라에 열려 있을 것"이라며 "아무도 통제하지 못한다. 우리가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이 오만과 연계해 선박 통행 관리를 주도하려는 구상을 일축한 발언이다.
특히 "오만도 다른 나라들처럼 행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폭파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해 200년 넘는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미국과 오만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란 국영TV는 이날 공개한 초안에서, 미국이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주변 해역에서 군병력을 철수하는 대신 이란은 한 달 안에 호르무즈 해협 상업 통행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또 이란과 오만이 공동으로 선박 통항을 관리하고, 60일 안에 최종 합의가 이뤄질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구속력을 부여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초안에는 미국이 최우선 조건으로 내건 이란의 핵 프로그램 처리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백악관 대변인 올리비아 웨일스는 성명에서 "이란 통제 매체의 허위 보도"라고 일축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 합의만을 수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월 개전 이후 진행된 미·이란 간 간접 협상에서 파키스탄이 핵심 중재 역할을 맡아 왔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외교는 항상 첫 번째 선택지"라면서도 "어느 정도 진전과 관심은 있다. 앞으로 몇 시간, 며칠 안에 가능성이 열릴지 지켜봐야 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핵 440kg 처리·공화당 반발…트럼프 협상 이중 압박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순도 60%로 농축된 우라늄 440.9kg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핵무기 제조 가능 수준인 순도 90%에 기술적으로 한 단계 차이에 불과한 양이다.
AP통신은 복수의 역내 소식통과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이 고농축 우라늄 전량을 포기하는 대신 제재 완화를 받는 구조가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PBS 방송 인터뷰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포기하더라도 제재 완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핵 문제를 뒤로 미루는 협상 구조는 공화당 내에서도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미시시피주 로저 위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린지 그레이엄, 텍사스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현재 논의 중인 합의안이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 폐기한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JCPOA)와 지나치게 유사하다고 공개 비판했다.
이란 핵의 러시아·중국 이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불편하다"며 단호히 거부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 부사령관 모하마드 아크바르자데는 이날 타스님 통신을 통해 "전쟁 재개 가능성은 낮다. 적이 약하기 때문"이라면서도 "차바하르부터 마흐샤흐르까지를 침략자의 무덤으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날 24시간 기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은 혁명수비대 허가를 받은 23척에 그쳤다. 전쟁 이전 하루 125~140척과 비교하면 통행량이 80% 이상 급감한 수준이다.
유가는 협상 진전 기대감으로 이번 주 브렌트유 기준 5% 이상 하락했으나, 에너지 전문 조사기관 무역금융그룹(MUFG)은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분쟁으로 인한 중동 원유 공급 완전 정상화는 2027년 이전에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람코 최고경영자(CEO) 아민 나세르도 호르무즈 해협이 6월 중순까지 봉쇄 상태를 유지할 경우 국제 원유 시장 정상화에 2027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종전 없으면 식량 위기까지 번진다
이번 사태는 에너지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식량 공급망으로 파장을 넓히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취동위 사무총장은 27일 로마에서 열린 행사에서 "지금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이 충격이 관리 가능한 수준에 머물지, 아니면 2026~2027년 이후 더 깊은 세계 식량 안보 위기로 발전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협 봉쇄로 비료 원료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수개월 뒤 수확에 미칠 영향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는 게 FAO의 분석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11월)를 의식한 조기 타결 압박에 대해 "중간선거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일축하면서, 이란이 만족할 만한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헤그세스 장관이 나머지를 해결할 것"이라며 군사 재개 가능성을 열어 뒀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