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호르무즈 해협 ‘군사 충돌’… 미·이란 협상에 찬물

잇단 공습에 교착 상태 빠진 협상… 글로벌 에너지 가격 출렁
원유 공급망 불안 재점화… 백악관의 ‘20년 핵 동결’ 구상 시험대
미군과 이스라엘군 전투기들은 호르무즈 해협 라라크섬 남쪽에서 이란 선박들을 공습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군과 이스라엘군 전투기들은 호르무즈 해협 라라크섬 남쪽에서 이란 선박들을 공습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란 글로벌 금융 시장의 기대감이 중동발 군사 충돌이라는 악재를 만나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임시 합의를 낙관한 직후, 미군과 이스라엘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선박을 공격하며 평화 무드에 급제동이 걸렸다.

블룸버그 통신의 26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미군과 이스라엘군 전투기들은 호르무즈 해협 라라크섬 남쪽에서 이란 선박들을 공습했다. 이번 사태로 다수의 이란 측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번 공격에 대해 “이란의 위협으로부터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라고 설명하며,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와 기뢰 부설 시도 선박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충돌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이란과의 휴전 연장 및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발생했다.

요동치는 에너지 시장과 ‘핵 동결’의 딜레마


호르무즈 해협은 지난 2월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사실상 봉쇄 상태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급등의 핵심 원인이 되어왔다.

이번 교전 소식이 전해지자 아시아 금융 시장에서 S&P 500 지수 선물은 0.3% 하락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91달러 선을 위협하며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현재 협상의 핵심 걸림돌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으로 인도하거나 파괴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향후 약 20년간 우라늄 농축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중국을 중재자로 내세워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이 아닌 중국으로 이송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의회 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바프가 이끄는 대표단은 카타르 도하에서 동결된 이란 자금 해제 문제를 논의 중이다. 파키스탄 군 총사령관 아심 무니르 역시 중재를 위해 도하를 방문할 예정이다.

‘협상이냐 전면전이냐’… 트럼프의 고립된 외교 실험

트럼프 대통령은 내부적으로도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 등 당내 대이란 강경파들은 현 협상안이 테헤란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 아랍 국가들이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해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하도록 유도하며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하며 확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헤즈볼라의 드론 공격과 이에 맞선 이스라엘의 요격이 이어지면서 휴전 분위기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이란은 협상의 조건으로 레바논 내 헤즈볼라에 대한 적대 행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는 이란과의 잠재적 협상안 초안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전쟁을 끝내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해 온 이란은 최근 ‘통행세’라는 표현 대신 ‘항행 서비스 요금’을 징수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는 국제 사회의 강한 반발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되지만, 시장은 여전히 해협 재개방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국지적 충돌을 넘어, 중동 전쟁의 종식과 에너지 수급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결단력이 시험대에 올랐음을 시사한다.

협상 결렬 시 더 큰 규모의 무력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대통령의 경고처럼, 이번 주가 향후 글로벌 에너지 경제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