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종 전격 등판, 양대 종목 사흘 치 거래대금 삼키는 유통 자본 블랙홀
상승 땐 ‘추세 증폭기’ 하락 땐 ‘투매 유도기’… 금감원 경고 수위 최고조
상승 땐 ‘추세 증폭기’ 하락 땐 ‘투매 유도기’… 금감원 경고 수위 최고조
이미지 확대보기블룸버그통신은 24일(현지시각) 한국 증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하루 변동성의 2배 수익을 추구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14종을 이번 주 대거 출시한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고위험을 이유로 빗장을 걸었던 금융당국이 해외 증시로 떠난 국내 개인 투자자를 불러들이기 위해 규제를 완화한 결과다. 이번 상품 출시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로의 자금 쏠림이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단기 투자 수요가 몰려 증시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종가 맞추려 장 막판 기습 매매… 상승 땐 ‘불쏘시개’ 하락 땐 ‘기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유독 장 마감 직전에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상품의 독특한 구조 탓이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종가 기준 일간 수익률’을 정확히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다. 예컨대 당일 주가가 5.0% 급등하면 2배 배수를 맞추기 위해 장 마감 직전 주식을 추가 매수해야 하고, 반대로 급락하면 주식을 강제로 털어내야 한다. 이 자산 재조정(리밸런싱) 물량이 장 마감 1시간 전에 집중되면서 주가의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
실제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지난 3월 3일 SK하이닉스 주가가 10.0% 이상 급락했을 당시 장 마감 직전 1시간 동안 발생한 거래량의 60.0%가 홍콩 증시에 상장된 2배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 물량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5월 15일 코스피 지수가 7.6% 급락했을 때도 SK하이닉스 하루 거래량의 17.0%, 삼성전자의 10.0%가 이 수급이었다. 문제는 시가총액의 절반(50.0%)이 두 종목에 집중된 한국 증시 구조상, 이 같은 해외 사례가 국내에서 재현될 경우 지수 왜곡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급의 비대칭성도 공포를 키운다. 상승장에서는 유동성을 공급하는 ‘추세 증폭기’가 되지만, 하락장에서는 장 막판 투매를 부르는 ‘낙폭 증폭기’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5조 3000억 원의 공습… 양대 종목 사흘 치 거래대금 한 번에 매집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자금 흡수력은 막강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주 상장하는 14종의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에 최대 5조 3000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될 것으로 추산한다.
5조 3000억 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근 일평균 거래대금을 모두 합친 금액의 약 3일 치에 달하는 거대 자본이다. 특히 이 자금이 장 마감 직전 리밸런싱으로 일시에 쏠릴 경우, 특정 시간대 수급 충격은 총량으로 계산한 수치를 훨씬 웃돌 수 있다. 올해 1~2월 두 달 동안 레버리지 상품 투자에 필수적인 사전 온라인 교육을 이수한 투자자만 30만 명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전체 이수자 수를 넘어섰다.
자본이 이 두 종목에만 집중되면 반도체 업황의 작은 충격에도 코스피 전체가 흔들리는 취약한 구조가 고착화된다. 증권가에서는 AI 반도체 수요의 기초체력은 탄탄하지만, 레버리지 상품 집중이 단기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금감원 경고 수위 최고조… 투자자가 사수해야 할 3대 행동 트리거
금융감독원은 상품 출시를 앞두고 가중될 변동성과 급락 시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위험성을 언급하며 공개적인 경고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증권가에서는 해외 원정 개미를 유인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동시 등판에 따른 초기 수급 과열은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섣부른 추종 매매를 자제하고 시장의 위험 신호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반도체 레버리지 시대에 개인 투자자가 자산 손실을 피하기 위해 추적해야 할 핵심 지표와 구체적 행동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 오후 2시 30분 이후 양대 종목의 거래량 급증 시 종가 추격 매수를 전면 자제해야 한다. 장 막판 변동성을 키우는 리밸런싱 수급이 폭주하고 있다는 신호이므로 단기 고점에 물리거나 장 마감 직전 기습 폭락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 미국·홍콩 증시 내 한국 반도체 ETF에서 자금이 유출되면 다음 날 시초가 갭하락에 대비해야 한다. 글로벌 자금의 이탈 경로를 미리 파악함으로써 국내 증시 개장 직후 밀려올 후행적 투매 충격을 피하고 현금 비중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코스피 200 변동성지수(VKOSPI) 급등 시에는 레버리지 포트폴리오 비중을 즉각 축소해야 한다. 시장 전반의 공포 심리가 한계치에 달했다는 증거이므로 수급 폭탄이 터지기 전에 위험 자산을 정리해 계좌의 치명상을 막아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