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35A 인도 시작과 호위함 자국 건조 속도전, 완제품 수입국서 독자 생태계로 급전환
현지화 요구 거세지며 마진율 하락 압박… 단순 수출 시대 저물고 'MRO 합작'이 분수령
현지화 요구 거세지며 마진율 하락 압박… 단순 수출 시대 저물고 'MRO 합작'이 분수령
이미지 확대보기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최대 단일 고객'인 폴란드가, 자국 중심 방산 생태계를 설계하는 공급자로 방향타를 틀고 있다. 단순 무기 수입국에서 '자강(自强)' 전략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24(Defence24)의 22일(현지시각) 보도를 종합하면, 폴란드는 사상 첫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 인도와 차세대 호위함 자국 내 건조를 동시에 가속하며 방산 국산화에 박차를 가한다. 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KAI) 등 한국 방산 기업들에 단순 완제품 수출을 넘어 고도화된 기술 이전과 현지 합작법인(JV) 설립을 요구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폴란드의 방산 국산화 박차 배경
폴란드는 그동안 한국형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을 대규모로 구매하며 K-방산의 글로벌 도약을 이끈 중추였다. 그러나 최근 안보 환경 변화와 자국 산업 보호 여론이 맞물리면서 무기 체계의 지속 가능한 자급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디펜스24는 22일 분석 기사에서 폴란드 공군이 도입한 F-35A 'Husarz(후사르츠)'가 올해부터 순차 인도가 시작돼 오는 2027년 전후 초기전력화(IOC)를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이 기체는 단순한 전투기 도입을 넘어 자국 군사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는 '시스템의 시스템'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실제 자국 우선주의 기조는 해군에서도 확인된다. 같은 날 오후 5시 20분 발표된 폴란드국방그룹(PGZ)의 공시에 따르면, PGZ 국영조선소와 나우타(Nauta) 수리조선소는 차세대 호위함(Fregata)인 'Burza(부르자)'의 블록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영국 밥콕(Babcock)의 애로우헤드 140 설계를 기반으로 추진하는 총 150억 즈워티(약 6조 2300억 원) 규모 'Miecznik(미에치닉)' 프로그램의 핵심 공정이다.
현지 언론과 PGZ 측은 해당 사업 규모를 3척 기준 150억 즈워티 내외로 추산한다. 실제 미에치닉도 '영국 설계-폴란드 건조-타국 기자재' 구조로 짜여 있어 외산 설계를 사오되 건조는 자국 조선소 연합에 맡기는 정책을 고착화하고 있다.
현지화 확대, 마진 훼손 리스크
현지화 비율이 늘어날수록 한국 본사의 제품 생산량과 초기 마진은 하락 압박을 받는다. 다만 이는 후속 업그레이드와 부품 공급망 선점이라는 대안적 기회와 맞물려 있다. 생산 이익률은 줄어도, 수명주기 전체로 보면 서비스·부품 비중이 커질수록 이익 구조가 더 안정적으로 바뀔 여지가 있다. 현재 거론되는 K2 전차 2차 본계약(이행계약)의 계약 구조상 180대 추가분 중 현지 생산 물량은 63대(약 3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폴란드 정부가 자국 조선소 연합 모델을 방업 전체로 이식해 현지 생산 비율을 50% 이상으로 대폭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감지된다. 국내 방산 대기업 관계자는 "향후 진행될 K2 전차 2차 본계약과 K9 자주포 추가 물량 협상에서도 폴란드 측이 자국 내 고용 창출과 기술 자립을 이유로 생산 비중 확대를 강력히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 이전 비용과 현지 라인 구축 비용은 국내 방산사들의 영업이익률을 밑돌게 만드는 단기 요인이다.
F-35A 연동, 성능개량 비용·지체 부담
폴란드 공군의 F-35A 전력화는 한국형 FA-50 경공격기의 '네트워크 동급 전력' 유지를 위한 고비용 성능개량 요구를 한국 방산업계에 보낼 수 있는 최대 변수다. 폴란드가 도입하는 F-35A는 향후 폴란드 영공 방위의 작전 통제권을 쥐게 된다. 한국이 수출한 FA-50이 폴란드 하늘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Link-16 등 미측의 보안 규제가 걸린 전장 네트워크 수준에서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을 확보해야 한다.
방산업계 전문가들은 "연동 개량 소요가 본격적으로 구체화되면, 미국과의 기술 보안 승인 절차나 복잡한 소프트웨어 통합 테스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한국 기업에 '역청구서' 형태로 돌아와 R&D 지출을 키우거나 납기 지체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동유럽 해군 사업, '삼각 협력' 강제와 단가 주도권 상실
폴란드가 국영 조선소 역량을 결집해 3척의 대형 호위함을 자국 안에서 연속 제조하는 인프라를 본궤도에 올림에 따라 동유럽 해상 방산 시장의 진입 장벽도 한층 높아졌다. 이미 루마니아 등 인근 국가들이 영국·프랑스 등 기존 유럽 방산 강국들과 연계된 해군 현대화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유럽 시장은 '유럽 강국'의 설계와 '폴란드'라는 게이트키퍼가 장악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조선사들이 완제품을 직접 수주하는 길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폴란드 PGZ를 주관사로 세우고 한국 기업은 함정 전투체계나 핵심 기자재를 공급하는 '삼각 협력 프레임'이 강제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수출 단가와 마진 주도권을 현지 파트너사에게 넘겨주어야 한다는 제도적 제약을 의미한다.
폴란드 자체 제약 요소, 기회 잡아야
다만 이러한 폴란드의 자강론이 한국 기업들에 악재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폴란드 정부의 재정 여건과 자체 정밀 제조 역량의 한계상 단기간에 완벽한 방산 독자 생태계를 갖추기는 불가능하다. 기술적 난도가 높은 K2 전차의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이나 K9 자주포의 정밀 타격 계통 부품, FA-50의 핵심 서브시스템 등은 여전히 한국산 공급망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 지원책이 폴란드의 재정 여력 한계를 보완하는 구조로 수립된다면, 자국 생산 기조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협상 우위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계약을 타결할 강력한 금융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폴란드 정부가 국산화율 조정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면서 2차 본계약 체결 시점이 시장의 기대보다 지연될 리스크가 상존하며, 이로 인해 방산 업종 전반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단순 완제품 수출'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앞으로 유럽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현지 유지·보수·정비(MRO) 거점 구축 및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한 로열티 기반 매출 구조로 사업 모델을 대전환해야 한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첫째, 폴란드 현지 조립 배정 비율이다. 현지 비율이 50%를 넘어서면 영업이익률 1~2%p 하락을 시장이 미리 디스카운트할 수 있으니, 수주 공시뿐만 아니라 이익률 가이던스 변경 여부를 함께 체크해야 한다. 현지 조립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국내 공장의 대량생산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가 감소하여 단기 수익성이 둔화된다.
둘째, FA-50 데이터링크 연동 계약 시점이다. 계약 시점이 늦어질수록 폴란드 공군의 F-35A 운용 교리와 간극이 벌어지기 때문에, 연내 계약 타결 여부가 KAI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전술 네트워크 연동 계약의 일정은 미 공군 및 폴란드 군과의 기술 승인 속도와 직결되며 장기 수출 단가에 반영된다.
셋째, 유럽 현지 MRO 합작법인(JV) 설립 여부다. MRO·부품 공급 JV는 매출 인식 속도는 느리지만 이익률과 수명주기(Life-cycle) 길이 덕분에 시장이 더 높은 멀티플을 부여하는 영역이므로 지분 구조를 유심히 봐야 한다. 무기 판매 이후 30년 이상 지속되는 정비·부품 매출은 경기 변동에 무관하게 안정적인 고마진 현금 흐름을 창출한다.
방산 수출국의 자강론 대두는 한국 방산이 단순 무기 공급상을 넘어 '설계·MRO·금융'을 묶은 전략적 파트너로 진화하라는 엄중한 경고등이다. 이 경고를 기민하게 읽어내는 기업과 투자자만이 유럽 재무장 국면의 다음 10년을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