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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유, 배럴당 150달러 폭등…유럽 저비용항공 '생존 위기'

라이언에어 CEO "위즈에어·에어발틱 파산 가능"…헤징 전략 차이가 운명 가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시 올 10~11월 유럽 항공사 줄도산 현실화
라이언에어 최고경영자 마이클 오리어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라이언에어 최고경영자 마이클 오리어리. 사진=로이터

이란-미국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로 치솟자, 유럽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에서 올겨울 줄도산 경고가 나왔다.

폴란드 경제매체 머니닷피엘(money.pl)은 20일(현지시각), 유럽 최대 저비용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의 마이클 오리어리(Michael O'Leary) 최고경영자(CEO)가 최근블룸버그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유럽 전역에서 항공사 파산 도미노가 일어날 수 있으며, 헝가리 위즈에어(Wizz Air)와 라트비아 에어발틱(airBaltic)이 가장 위험하다"고 언급한 내용을 보도했다.

연료비 한 달 만에 5000만 달러(약 750억 원) 추가 발생


오리어리 CEO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74달러에서 150달러로 두 배 이상 뛰어오르면서, 라이언에어는 올해 4월 한 달에만 연료비가 5000만 달러(약 750억 원) 추가로 발생했다.

현 가격 수준이 1년간 유지될 경우 라이언에어의 추가 연료비 부담은 최대 6억 달러(약 9004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오리어리 CEO의 추산이다.

오리어리 CEO는 이탈리아 일간지 일솔레24오레(Il Sole 24 Ore)와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현 수준을 유지하면 올 10월이나 11월에 유럽에서 2~3개 항공사가 파산할 수 있으며, 위즈에어가 그 후보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우리 사업에 오히려 좋은 일이다. 경쟁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에어발틱의 경우 현재 분기 기준 연료 헤징(선물 계약을 통한 가격 고정) 비율이 6%에 불과해 유럽 항공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라트비아 의회는 올해 4월 찬성 49표, 반대 23표로 에어발틱에 3000만 유로(약 523억 원)의 긴급 국가 대출을 승인했으며, 이 자금은 오는 8월 31일까지 상환해야 한다.

오리어리 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라트비아 정부가 8월 말에 그 돈을 되돌려 받길 바란다"며 에어발틱의 재정 전망을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헤징 비율이 생사를 가른다…위즈에어 "사실 무근" 정면 반박


이번 위기에서 각 항공사의 운명을 가르는 핵심 변수는 연료 헤징 비율이다. 라이언에어는 연료 소요량의 80%를 배럴당 67달러에 고정해 2027년 3월까지 가격을 확보했고, 위즈에어는 약 70% 수준의 헤징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에어발틱의 헤징 비율은 6%에 그쳐 현물 시장 가격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다.
위즈에어 CEO 요제프 바라디(József Váradi)는 오리어리의 주장에 정면으로 맞서며, 위즈에어의 연료 공급은 충분하며 운영과 재무 모두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위즈에어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오리어리의 위즈에어 재무 전망 관련 발언은 완전한 허위"라며 "위즈에어는 업계에서 가장 잘 헤징된 항공사 중 하나"라고 반박했다.

오리어리 CEO는 또 국제항공그룹(IAG·International Airlines Group)의 루이스 가예고(Luis Gallego) CEO가 앞서 5월 초 "페르시아만 갈등이 재정 위기에 처한 항공사를 인수할 기회"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오리어리 CEO는 "유럽에는 살 만한 것이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도, 파산하는 항공사의 항공기 자체는 매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모나크(Monarch), 노르웨이안(Norwegian), 와우에어(WOW Air) 파산 이후 라이언에어와 이지젯(easyJet)이 풀려난 수요를 흡수한 전례를 언급했다.

여름 성수기 이후가 진짜 시험대


오리어리 CEO는 대부분의 유럽 항공사가 연료를 올여름까지 헤징해 놓은 상태이지만, 그 보호막이 소진된 이후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오는 6월부터 항공편 취소가 시작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한편 라이언에어는 2026년 여객 수가 2억 16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2027년에는 2억 2200만~2억 23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장기 성장 전망은 유지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11월까지 이어질 경우, 진짜 시험대는 에어발틱이 3000만 유로 국가 대출만으로 겨울을 버텨낼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라이언에어 주가는 분쟁 시작 이후 주당 32유로에서 25유로로 이미 21% 이상 내려앉았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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