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명 용접공 부족·크레인 1대로 버티는 美 최대 야드, 韓 빅3에 '러브콜'
中 항구 수수료 1년 유예의 함정… HD현대·한화·삼성重 투자자 체크포인트 3개
中 항구 수수료 1년 유예의 함정… HD현대·한화·삼성重 투자자 체크포인트 3개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최대 민간 조선소 한화필리조선소(전 필리조선소)의 연간 인도 능력은 1.5척에 그친다. 같은 한화 소유의 거제 옥포조선소는 일주일에 한 척을 진수한다. 이 670배 격차야말로 마스가(MASGA) 1500억 달러(약 223조 원) 동맹의 실체이며, 한국 빅3 주가의 다음 변곡점을 결정할 변수다.
CBS 시사프로 '60분(60 Minutes)'은 지난 3월 22일(현지시각) 방영에서 데이비드 김 한화필리 사장 입을 빌려 "필리에서는 1년에 한 척에서 한 척 반, 거제에서는 일주일에 한 척"이라는 수치를 공개했다. 미 자유주의 성향 싱크탱크 케이토(CATO) 연구소의 콜린 그라보 통상전문가는 같은 방송에서 "미국은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지만 미국산 LNG 운반선은 단 한 척도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 빅3에 던져진 미국 시장은 '기회'가 아니라 '구조적 공백'이다.
미국 최대 야드의 진짜 병목, 용접공이 없다
한화필리의 가장 큰 적은 중국이 아니라 펜실베이니아의 인력난이다. 데이비드 김 한화필리 사장은 CBS '60분' 3월 22일 인터뷰에서 "현재 2000여 명인 인력을 5년 안에 7000~1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필라델피아 지역 경제지 필라델피아비즈니스저널은 지난달 23일 보도에서 한화의 4~5배 증원 계획을 비중 있게 다루며 "현재 생산 능력으로는 연 1.5척이 한계인데, 미 해군·해안경비대·상선대(Merchant Marine)의 동시 수주 폭주를 감당할 수 없다"는 한화 측 설명을 전했다.
필라델피아인콰이어러는 앞서 지난달 1일 한화가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설계 계약을 따낸 소식을 전하며 인력 충원 계획을 함께 거론했다. 지난날 16일 보도에 따르면, 한화필리 노조 용접공 초임은 연 5만 달러(약 7450만 원)에서 시작해 숙련 시 10만 달러(약 1억4900만 원)를 넘는다. 한국 거제 야드의 거대 크레인 4대에 대비되는 필리 야드의 동급 크레인은 단 1대다.
미 의회 측 발목도 변수다. 미 하원 매들린 딘(Madeleine Dean) 의원실은 지난해 7월 보도자료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폐지를 검토 중인 경제개발청(EDA)의 '굿잡스 챌린지(Good Jobs Challenge)' 기금이 사라지면 필리 용접공 양성 파이프라인이 끊긴다"고 우려했다. EDA가 2018~2024년 펜실베이니아에 투입한 자금은 2억 4000만 달러(약 3570억 원)에 이른다.
한화는 한국에서 50명의 용접 트레이너를 항공편으로 보냈고, 옥포에서는 가상현실(VR) 장비로 동시에 400명을 교육 중이다. 한국 본사 노하우 이전 속도가 한화필리 주가의 숨은 동력이라는 뜻이다.
항구 수수료 1년 유예, '한국 수혜'의 함정
지난해 10월 부산 APEC 정상회담 직후 워싱턴이 발표한 대중(對中) 항구 수수료 1년 유예는 표면적으로 한국 조선업에 악재로 비친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025년 11월 10일부터 중국 건조 선박에 부과될 예정이던 최대 척당 150만 달러(약 21억8000만 원) 수수료를 1년간 동결했다.
해사 전문매체 g캡틴(gCaptain) 2025년 11월 3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그 대가로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4곳에 가한 제재를 풀고 부품 공급선을 재개했다. 그러나 그 1년 유예의 본질은 한국에 던져진 호재에 가깝다.
미국 최고 권위 안보·외교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025년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USTR의 제301조 조사와 징벌적 조치 발표 여파로 중국 조선소의 글로벌 신조 수주 점유율이 1분기 대비 2분기(3~5월) 사이 30% 미만으로 절반 넘게 폭락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일본 야드의 수주 잔량은 견고하게 유지됐다.
핵심은 발주부터 인도까지 최소 2~3년이 걸리는 선박 산업의 시간 구조다. 1년 휴전기는 글로벌 화주에게 중국 조선소와 안심하고 거래를 이어가라는 신호가 아니다. 오히려 "언제 다시 척당 150만 달러(약 22억3300만 원)의 페널티가 부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향후 미국 항만 입항 시 발생할 천문학적 물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법적 안전지대'인 한국 야드 또는 미국 내 한화필리 조선소 같은 대체 공급선을 확보해야만 하는 강제적 데드라인으로 작용한다.
업계에서는 1년 안에 미국 화주가 LNG·컨테이너선 발주를 옮기지 않으면 2026년 11월 이후 다시 척당 100만 달러대 수수료를 맞아야 하므로, 한국 빅3의 2026년 수주 잔량이 이미 가득 찬 상황에서 미국 화주는 슬롯 확보 경쟁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미국이 자국에서 LNG선을 짓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 데드라인의 무게를 더한다.
1920년 제정된 존스액트는 미국 항구 간 화물을 미국산 선박으로 운송하도록 강제하지만, 미국 조선소는 LNG선 건조 능력이 사실상 없다. CBS 60분은 "미국이 자국 LNG를 자국 항구 사이에서 옮길 수 없는 모순"이라고 진단했다.
한화필리의 다음 카드, 추가 야드 인수와 '한국형 핵잠'
미국제조업협회(NAM)는 지난 1월 9일 월스트리트저널을 인용해 "한화필리의 현재 수주 잔량이 약 20척에 이르며, 부지 부족으로 인근 미사용 도크 확보와 추가 조선소 인수가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NAM은 같은 보도에서 "수주 잔량에 한국 해군용 핵추진 잠수함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 계획을 승인했다는 내용과 맞물린다. 한화필리가 단순 상선 수리 야드에서 한·미 핵추진 함정 공동 건조 허브로 진화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한화오션의 기업가치 재산정이 전망된다.
다만 반대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미 매체 브레이킹디펜스 보도에 따르면 미 해군 함정 해외 건조를 금지하는 번스-톨레프슨 수정안 개정 시도는 미 노조와 헌팅턴잉걸스(HII), 제너럴다이내믹스(GD) 등 기존 방산 조선업체의 거센 반발에 가로막혀 있다. 한화필리가 한국에서 건조한 블록을 들여와 미국에서 조립하는 '모듈 수입' 방식이 현 시점의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한국 조선주의 다음 재평가 폭은 결국 워싱턴의 결정에 달렸다. 투자자라면 ▲올 11월 만료되는 USTR 대중 항구 수수료 1년 유예 연장 여부 ▲미 의회의 번스-톨레프슨 수정안 개정안 처리 시점 ▲한화필리 용접공 채용 속도(2026년 240명 증원 목표 달성률) 세 가지를 캘린더에 적어두는 편이 안전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한국 빅3 합산 영업이익이 올해 10조 원을 돌파해 전년 대비 45% 늘 것으로 추정했지만, 이 숫자는 미국 변수가 모두 '한국 편'으로 풀린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주 1척 vs 연 1.5척'의 격차는 한국 빅3에는 기회의 크기이자, 동시에 약속을 이행할 책임의 무게이기도 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