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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 '브리티시 스틸' 국유화 단행… 3조 원 투입해 제철소 사수

국가 전략 자산 보호 위해 59년 만의 '재국유화' 승부수
에너지 안보 및 3500명 일자리 확보… 탈 탄소화·공급망 안정 최우선
영국 정부는 오는 13일 예정된 '국왕 연설(King’s Speech)'을 통해 브리티시 스틸의 완전 국유화 법안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정부는 오는 13일 예정된 '국왕 연설(King’s Speech)'을 통해 브리티시 스틸의 완전 국유화 법안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자국 철강 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 '브리티시 스틸(British Steel)'의 전격적인 국유화 절차에 돌입하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강력한 국가 주도 경제 행보를 명확히 했다.

가디언(The Guardian)이 10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오는 13일 예정된 '국왕 연설(King’s Speech)'을 통해 브리티시 스틸의 완전 국유화 법안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4월 정부가 일일 경영권에 개입한 지 1년 만의 결정으로, 중국 징예(Jingye) 그룹 산하에 있던 영국 철강 산업의 마지막 보루를 국가가 직접 통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영국 철강 자존심 '브리티시 스틸', 3조 원대 적자 딛고 국유화로 회귀


영국 정부의 이번 결단은 단순한 기업 구제를 넘어 국가 안보와 기간산업의 독자적인 유지라는 실익에 무게를 둔 결과다.

영국 북부 스컨소프(Scunthorpe)에 위치한 브리티시 스틸은 현재 약 3500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으며, 연관 공급망까지 포함하면 수만 명의 생계가 달린 핵심 기지다.

특히 이곳은 영국에서 유일하게 철광석으로부터 직접 쇳물을 생산하는 용광로(고로)를 운영하고 있다. 철도 운영사인 네트워크 레일(Network Rail)이 사용하는 궤도의 95%가 이곳에서 공급된다는 점은 브리티시 스틸의 대체 불가능한 전략적 가치를 보여준다.

하지만 경영 지표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영국 국가감사원(NAO)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브리티시 스틸 유지 비용으로 이미 3억 7700만 파운드(약 7549억 9905만 원)가 투입됐다. 현 손실 추세가 지속 되면 2028년까지 누적 투입 예산은 15억 파운드(약 3조 원)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막대한 세금 투입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국유화를 선택한 이유는 중국 자본의 철수와 고로 폐쇄가 초래할 산업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서다.

중국 징예그룹과의 결별과 '철강 주권' 선언 배경


브리티시 스틸의 국유화는 지난 60여 년간 이어진 민영화와 국유화의 굴곡진 역사를 관통한다. 1967년 노동당 정부에 의해 국유화되었다가 1980년대 마가렛 대처 정부 시절 민영화를 거쳤던 이 기업은, 2020년 중국 징예 그룹에 인수된 이후에도 에너지 비용 상승과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파고를 넘지 못했다.

당초 징예 그룹은 친환경 설비인 전기로 전환을 약속했으나, 정부 지원금 협상이 난항을 겪자 내년 4월 용광로 가동 중단을 예고하며 배수진을 쳤다. 이에 영국 정부는 국가 기간 시설의 통제권이 외국 기업에 휘둘리는 상황을 종식하기 위해 '완전 국유화'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런던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국유화를 두고 "단순한 구제를 넘어선 제조 주권 확보 차원의 결단"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마이애미 기반 투자자 마이클 플랙스(Michael Flacks)와 영국 최대 전기로 운영사인 세븐 글로벌 인베스트먼트(Sev.en Global Investments)가 인수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정부는 국유화를 통해 산업 재편의 주도권을 직접 쥐겠다는 포석이다.

넷제로(Net Zero) 전환과 산업 재구조화 가늠자


정부 대변인은 이번 보도와 관련해 "영국 제철 능력 보존이 최우선 과제"라며 "징예 측과 스컨소프 부지의 장기적 미래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지속 논의 중"이라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국유화 법안 초안 작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관건은 국유화 이후의 '탈탄소화' 전환 비용이다. 영국 정부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고로의 전기로 전환 작업을 직접 주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브리티시 스틸과 스페셜티 스틸(Speciality Steel UK)을 통합해 거대 국영 철강사를 탄생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 정부의 이번 선택은 공급망 리스크가 상시화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가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자유무역의 상징이었던 영국이 자국 우선주의와 국가 주도산업 정책으로 회귀하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했음을 시사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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