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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50억 달러 빚, 장부엔 없다"… 재점화된 '순환 금융' 공포

엔비디아·하이퍼스케일러 구매 약정 5년 새 6배 폭증… 자금 순환 구조의 함정
실적 발표 앞둔 서학개미 필독… 부채 비율보다 '오프 밸런스' 지출액 확인해야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나스닥 지수가 1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화려한 주가 상승 이면에는 연초 시장을 흔들었던 '순환 금융(Circular Finance)'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나스닥 지수가 1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화려한 주가 상승 이면에는 연초 시장을 흔들었던 '순환 금융(Circular Finance)'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나스닥 지수가 1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화려한 주가 상승 이면에는 연초 시장을 흔들었던 '순환 금융(Circular Finance)'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특히 다음 주 알파벳(구글 모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은 이들이 쏟아부은 천문학적 비용이 실제 수익으로 돌아오고 있는지 날 선 검증을 예고했다.
배런스(Barron's)17(현지시각) 모건스탠리 분석을 인용해 빅테크 기업들의 AI 관련 구매 약정액이 6400억 달러(948조 원)를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년 전보다 2, 5년 전과 비교하면 6배나 폭증한 수치다. 국내 투자자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핵심 리스크를 3가지 포인트로 짚어본다.

겉으론 '현금 부자', 속으론 '부채 폭탄'… 장부 밖으로 숨긴 리스크


모건스탠리의 토드 카스타뇨 전략가는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했으나 자원이 무한하지 않다는 점을 경고했다. 현재 대다수 AI 관련 부채는 '부채 외 항목(Off-balance-sheet)'으로 분류되어 재무제표에 즉각 나타나지 않는다. 회계 규정상 실제 제품을 인도받거나 임차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부채 등록을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카스타뇨 팀은 보고서에서 "공시 체계가 미비하고 계약 구조가 복잡해 투자자들이 기업의 실제 경제적 레버리지(차입 자본 이용)를 파악하기 어렵다""AI 생태계 내부의 자금 순환 구조가 분석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현재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가 장부에 기재한 금융 리스 부채는 820억 달러(121조 원), 운용 리스는 1750억 달러(259조 원) 수준이다. 그러나 아직 시작되지 않은 리스 계약에 묶인 잠재적 지불액은 무려 6750억 달러(1000조 원)에 달한다. 이 어마어마한 금액은 장부상 부채 비율에 잡히지 않지만, 미래에 반드시 갚아야 할 실제적인 ''이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AI 생태계'의 위험한 동거


이러한 구조는 엔비디아와 빅테크, 그리고 금융권이 얽힌 복잡한 먹이사슬을 형성한다. 엔비디아와 구글 같은 기업이 데이터센터 공급업체로부터 공간을 임차하겠다고 약속하면, 공급업체는 빅테크의 신용도를 담보로 은행이나 사모펀드에서 대출을 받아 센터를 짓는다.

문제는 기업들의 영업 현금 흐름 대비 부채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는 점이다. 메타의 AI 관련 약정액은 향후 예상 영업 현금 흐름의 1.7배이며, 오라클은 무려 7배를 상회한다. 과거 현금 창출의 화신이었던 테크 기업들이 이제는 빚을 내서 미래를 사는 구조로 탈바꿈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체제가 유지되려면 '수익성'이라는 단 하나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만약 AI 서비스에서 기대만큼의 현금이 창출되지 않을 경우, 복잡하게 얽힌 리스 계약과 부채의 고리가 연쇄적으로 끊어질 위험이 있다.

빅테크 실적 시즌 체크리스트…CAPEX 효율·숨겨진 부채 3대 지표 점검해야


다음 주부터 본격화되는 빅테크 실적 시즌에서 투자자가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핵심 지표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자본 지출(CAPEX) 대비 매출 기여도다. 클라우드·AI 서비스 매출 증가 속도가 천문학적 설비투자 규모를 실질적으로 따라잡고 있는지가 가장 기본적인 판단 기준이다.

둘째, 미이행 구매 약정액의 변화 추이다. 재무제표 주석에 묻혀 있는 '미래 지불 의무'가 기업의 현금 흐름을 잠식할 수준인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이 수치가 급증한 기업은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잠재적 유동성 압박에 노출될 수 있다.

셋째, 리스 부채 가이드라인이다. 분기별 리스 개시 시점과 그에 따른 비용 처리 계획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현금 보유량과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은 여전한 완충 장치다. 삼성증권 등 국내 증권가 관계자들은 "장부 외 부채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를 상쇄할 만큼의 매출성장이 동반된다면 오히려 강력한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장세의 지속 여부는 '장부 밖 부채'를 압도하는 실질 이익의 증명에 달렸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때 불투명한 부채 구조는 가장 날카로운 리스크로 되돌아온다. 투자자들은 이제 재무상태표의 숫자 너머, 기업이 약속한 미래의 '청구서'를 읽어야 할 때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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