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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무충전' 시대 열린다… 러시아, 그램당 540만 원 '꿈의 배터리' 양산 박차

반도체와 결합한 '베타볼타' 2028년 상용화… 3D 적층 설계로 출력 10배 ↑
삼성·LG '이차전지' 한계 넘는 '자가발전 칩' 등장… 첨단산업 판도 흔든다
한 번 설치하면 충전이나 교체 없이 100년 동안 전력을 공급하는 '영구 전지'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한 번 설치하면 충전이나 교체 없이 100년 동안 전력을 공급하는 '영구 전지'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한 번 설치하면 충전이나 교체 없이 100년 동안 전력을 공급하는 '영구 전지'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러시아 과학계가 반감기 100년에 달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활용한 핵전지(베타볼타) 대량 생산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기존 화학 배터리의 한계를 넘어서는 에너지 혁명과 함께 글로벌 반도체·배터리 시장의 지형 변화가 예고됐다.
지난 14(현지시각) 베트남 매체 젠크(GenK)와 국제 핵 저널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원자력공사(Rosatom) 산하 연구소와 모스크바 국립과학기술대학교(NUST MISIS) 등 러시아 과학자 연합은 최근 니켈-63(Ni-63) 기반 핵전지 산업화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들은 오는 2028~2029년 사이 해당 전지의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니켈-63'의 마법… 삼성·LG 이차전지 10배 압도하는 밀도


이번 기술의 핵심은 방사성 동위원소인 '니켈-63'이 붕괴하며 방출하는 전자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베타-볼타(Betavoltaic)' 방식이다. 이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는 차원이 다른 물리적 특성을 지닌다.

우선 독보적 수명과 내구성이다. 니켈-63의 반감기는 약 100년이다. 설치 시 최소 50년에서 최대 1세기 동안 별도 충전 없이 전력을 공급한다. 또한, 영하 100()에서 영상 150()에 이르는 극한 환경에서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다.

압도적 에너지 밀도도 핵심적 특성이다. 2016년 프로토타입 기준 1g당 약 3,300밀리와트시(mWh)의 효율을 기록했다. 이는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이 주력하는 하이니켈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러시아 연구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D 낸드(NAND) 공정에서 사용하는 적층 기술과 유사한 '3D 미세 채널 구조'를 도입했다. 동위원소를 미세한 채널 내부에 배치해 방사선 변환 면적을 14배 넓혔으며, 장치 크기는 3분의 1로 줄이면서도 출력은 10배 이상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램당 590만 원 '비싼 몸값'"배터리 넘어 반도체 경쟁"


혁신적인 성능에도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은 원료값이다. 2026년 초 기준 니켈-63 1g의 가격은 약 4,000달러(한화 약 590만 원)에 육박한다. 고도의 원심분리기 시스템을 통한 농축 공정이 필수적인데, 현재 이 기술과 원료 공급망을 온전히 틀어쥔 국가는 러시아가 유일하다.
모스크바 국립 원자력연구대학교(MEPhI)의 예브게니 스테핀 센터장은 "항공 우주용 소형 에너지원 확보는 국가적 최우선 과제"라며 "로사톰의 전문 핵 센터를 통해 생산 단가를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직접적인 위협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핵전지는 단순한 배터리를 넘어 '전원을 스스로 만드는 반도체 소자'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만약 반도체 칩 안에 이 초소형 전지를 내장할 수 있다면, 외부 전원 연결이 필요 없는 '자가발전 반도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탄생하게 된다.

의료부터 국방까지… '에너지 안보'의 새로운 지정학적 변수


응용 영역은 크게 세 갈래다. 우주·국방 분야에서는 태양광 확보가 불가능한 심우주 탐사선의 전력 문제를 해결한다. 의료 분야에서는 심장 박동기 등에 적용해 배터리 교체 재수술이 필요 없는 '평생 배터리' 시대를 연다. 산업용으로는 오지 통신 기지나 교량 센서에 탑재되어 유지 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에너지 안보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동위원소 독점이 향후 첨단 산업의 새로운 지정학적 변수가 될 것으로 진단한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동위원소 수출 통제 여부와 3D 변환기의 양산 수율이 향후 관련 시장의 주도권을 결정할 것"이라며 "단순히 이차전지 용량을 늘리는 경쟁을 넘어, 반도체 공정과 핵전지 기술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전장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삼성과 LG는 왜 긴장해야 하는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가 '전기를 담는 그릇'이라면, 핵 배터리는 '전기를 만드는 샘물'이다. 전기차처럼 큰 힘이 필요한 곳은 여전히 한국 기업들의 독무대겠지만, 인공지능(AI) 센서나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처럼 '교체 불가능한 영역'에서는 러시아의 기술이 한국의 배터리 영토를 잠식할 수 있다. 기술 강국 대한민국이 '방사성 동위원소 농축'이라는 원천 자원 안보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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