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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증시, 시총 4조 달러 돌파...영국 추월

TSMC 1분기 순익 58% 급증, AI 반도체 공급망 장악한 결과
GDP 4분의 1 경제가 증시선 영국 제쳤다…한국엔 어떤 신호인가
TSMC가 대만 증시를 세계 7위로 끌어올렸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TSMC가 대만 증시를 세계 7위로 끌어올렸다. 사진=연합뉴스

국내총생산(GDP)이 영국의 4분의 1밖에 안 되는 대만이 증시 규모에서 영국을 처음으로 눌렀다. AI(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을 독점한 국가가 전통 경제 규모와 증시 가치 사이의 공식을 뒤바꾸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블룸버그통신이 16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대만 증시 시가총액은 같은 날 기준 4조1400억 달러(약 6127조 원)를 기록해 영국 증시 시가총액 4조900억 달러(약 6052조 원)를 사상 처음 앞질렀다.

전쟁도 꺾지 못한 TSMC 독주, 대만 증시를 세계 7위로 끌어올리다


이번 역전의 방아쇠는 16일(현지시각) 발표된 TSMC(대만반도체제조회사)의 1분기 성적표였다.

TSMC의 1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1% 늘어난 1조1340억 대만달러(약 53조1270억 원)였으며, 순이익은 5724억8000만 대만달러(약 26조8300억 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3% 급증했다. 시장 전망치(5433억 대만달러)를 웃도는 4분기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이다.

영업이익률은 58.1%로 전 분기(54.0%)와 전년 같은 기간(48.5%) 대비 모두 큰 폭으로 개선됐으며, 증권가 예상치(55.7%)도 웃돌았다. TSMC의 1분기 영업이익률(58.1%)은 삼성전자(43%)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가권지수(타이엑스)는 이란 전쟁 이전 수준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달 들어서만 16% 오른 이 지수는 17일(현지시각) 기준으로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2025년 이후 가장 긴 오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자금도 대만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대만 주식을 순매수로 103억 달러(약 15조2398원)어치 사들였다.

지난달 287억 달러(약 42조4730억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순매도가 쏟아진 지 한 달도 안 돼 매수 흐름으로 방향이 바뀐 것이다. 이달 순매수 기세가 이어진다면 월간 최대 유입 기록을 새로 쓸 가능성도 있다.

브로드리지 파이낸셜 솔루션스의 아태 자산관리 성장 솔루션 책임자 윤 응(Yoon Ng)은 "대만은 AI 하드웨어를 대표하는 시장으로 계속 평가받고 있다"며 "AI 설비투자 추진력이 유지되는 한 자금 유입 흐름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TSMC는 2분기 매출을 390억~402억 달러(약 57조7239억~59조5000억 원)로 전망했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 수요는 매우 강력하다"며 올해 매출이 달러 기준 3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GDP의 4배' 증시 가치…공급망 독점이 만든 프리미엄

이번 역전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규모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6년 추정치를 보면 대만 GDP는 9770억 달러(약 1446조 원)로, 영국 GDP 4조3000억 달러(약 6364조 원)의 약 4분의 1에 그친다.

그럼에도 증시 가치가 영국을 제쳤다는 것은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거점이라는 위상이 경제 규모를 뛰어넘는 프리미엄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TSMC, 폭스콘 등 대만 기업들이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의 70% 이상, 글로벌 AI 서버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면서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공급업체 역할을 하고 있다.

IMF는 2026년 대만의 1인당 GDP가 3만6319달러로 한국(3만5880달러)을 처음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까지만 해도 한국의 80% 수준이었는데 6년 만에 역전되는 셈이다.

반면 영국 증시를 대표하는 FTSE 100 지수는 이달 4%에도 못 미치는 오름폭에 그쳤다. 물가 고착화 우려와 유럽 주요국 대비 높은 금리가 발목을 잡고 있다.

다만 HSBC의 던컨 톰스(Duncan Toms) 전략가는 "에너지와 기초소재 섹터가 영국 증시 시가총액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며 2022년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국면에서 영국 증시가 두각을 나타낸 전례가 있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이달 설문에서 전 세계 펀드 매니저 가운데 순비중 축소 답변이 16%에 달해 영국 주식에 대한 저평가 구도는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반도체 수출 급증에도 '플랫폼'은 대만이 쥐고 있다


대만의 증시 재평가는 한국 반도체 업계에도 복잡한 신호를 던진다. 올해 3월 1~10일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75억88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5.9% 급증하며 전체 수출을 이끌었다.

2026년 한국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1% 성장한 1880억 달러(약 278조2964억 원) 안팎으로 역대 최대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수출 증가가 증시 재평가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배경이 있다. 로직 칩, 첨단 패키징, 설계 생태계 등 AI 반도체 핵심 영역은 미국 빅테크와 대만 TSMC가 장악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만든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대만에서 AI 반도체로 완성돼 미국으로 수출되면서 발생한 부가가치는 플랫폼을 쥔 쪽에 축적된다.

한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차세대 AI 칩 'AI5' 생산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TSMC 양사 모두에 감사를 표해, 그동안 TSMC가 독점해온 테슬라 공급망에 삼성전자가 실질적 파트너로 진입했음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만 GDP의 4배를 넘는 증시 가치라는 이번 기록이 구조적 변화로 굳어질지, 아니면 AI 투자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함께 흔들릴 거품으로 평가받을지는 TSMC의 공급망 독점 체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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