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GM·포드, 무기공장 전환 타진…미 국방부의 선택

샤헤드 드론 1대 5100만원, 패트리엇으로 막으면 58억원…비용 역설이 미 무기고 비웠다
민간 제조업 방산 총동원 추진…K방산 수혜·위기 교차, 판도 바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전쟁이 예산표를 비웃는 순간들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이란제 샤헤드-136 자폭 드론 한 대의 제조 원가는 3만~3만5000달러(약 4400만~5100만원) 수준이다.

이것을 하늘에서 잡아내는 최신형 패트리엇(PAC-3 MSE) 요격미사일은 미 육군 2025회계연도 공식 조달 단가 기준 발당 약 385만~400만 달러(약 57억~59억원)다.

드론 한 대를 막는 데 그 제조 원가의 100배 이상이 연기로 사라지는 셈이다. 미국 상원의원 마크 켈리는 "수백만 달러짜리 요격 미사일로 3만 달러짜리 드론을 격추하는 상황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전쟁"이라고 직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GE에어로스페이스, 오시코시(Oshkosh)의 최고경영자들을 잇따라 불러 자동차·기계 생산라인을 무기공장으로 전환할 의향을 직접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40년 가까이 소수 방산업체에 의존해 온 미국의 군수 공급 체제가 처음으로 균열 조짐을 보이는 순간이다.

개전 100시간에 토마호크 168발…5년치 구매량을 닷새 만에 소진


비용 역설의 충격은 수치가 증명한다.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 합동 군사작전 '에픽 퓨리(Epic Fury)' 개시 이후 첫 100시간 동안에만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약 168발을 발사했다.

발당 약 360만 달러(약 53억원)짜리 토마호크를 미군이 지난 5년간 구매한 총량은 370발이었다. 사실상 5년치 구매량을 닷새 만에 소진한 셈이다. 개전 첫 6일간 투입된 전비는 최소 113억 달러(약 16조 7300억원)에 달했다.

패트리엇보다 고가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는 소모 속도가 더 충격적이다. CSIS와 국방부 관련 보고서는 전쟁 첫 주에만 약 150발 이상의 사드 요격미사일이 발사됐다고 집계했다.

사드 요격미사일 단가는 CSIS가 미사일방어국(MDA)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약 1200만~1500만 달러(약 177억~222억원) 수준이다. 미국이 2026년 한 해 추가 도입 예정이던 사드 요격미사일이 약 39발에 그치는 만큼, 첫 주 소모량이 연간 도입 계획의 4배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댄 케인 합참의장은 이 기간 미군이 이란 방공망의 80%, 탄도 미사일 시설 450곳, 드론 생산거점 801곳을 파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성과는 뚜렷했지만 대가도 그만큼 혹독했다. CSIS가 수행한 워게임 분석에 따르면 미군 보유 핵심 장거리 유도무기인 JASSM(합동공대지순항미사일) 재고는 전쟁 초반 6일간만 786발이 소모돼 전체 비축량의 22%가 사라졌다.

독일 최대 방산업체 라인메탈(Rheinmetall)의 아르민 파퍼거 CEO는 지난달 19일 CNBC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 중동 전역의 방공 미사일 재고가 거의 바닥났다"고 경고했다.

RBC 캐피털마켓의 켄 허버트 애널리스트는 "미 국방예산에서 기존 무기체계 관련 지출은 수년째 정체된 반면 AI·드론 등 신기술 분야 예산만 올해 20% 이상 늘었다"고 지적했다.

록히드마틴·레이시온(RTX)·노스럽그루먼 같은 방산 '빅5'는 평시 수요에 맞춰 설비를 최적화해 온 탓에 전시 급증산 요청을 물리적으로 받아낼 여유가 없다.

CSIS의 제리 맥긴은 "더 많은 민간 기업과 상업적 해법을 방산 공급망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레이시온을 이름으로 불러 "생산 설비 투자를 확대하지 않으면 계약을 끊겠다"고 압박했고, 방산업체 전반의 배당·자사주 매입·임원 보수를 제한하겠다는 행정명령도 내렸다.

GM·포드가 탱크를 만들던 그날이 돌아오나…역사와 현실의 간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지난해 11월 방위산업을 "전시 체제(wartime footing)"로 전환해야 한다고 선언하자 오시코시가 먼저 손을 들었다.

2025년 기준 연 매출 약 104억 2000만 달러(약 15조 4200억원)를 올리는 이 특수차량 업체는 미 육군에 경량 전술 차량을 납품하고 있지만 매출의 대부분은 비방산 분야에서 나온다.

이 회사의 로건 존스 최고성장책임자(CGO)는 WSJ에 "핵심 역량과 맞닿는 방식으로 어디에 생산 능력을 투입할 수 있을지 국방부와 협의 중"이라며 "그들의 요구가 얼마나 긴박한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메리 바라 GM CEO, 짐 팔리 포드 CEO와도 직접 만나 무기·탄약 생산 가능성을 타진하며 계약 절차와 입찰 장벽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이 접촉이 이란전 이전부터 물밑에서 진행돼 온 사실이 핵심이다. 단순한 전시 응급처방이 아니라 미국 방산 공급 체제를 근본부터 바꾸려는 중장기 전략의 신호탄이라는 뜻이다.

역사적 선례는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디트로이트 자동차공장들은 승용차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폭격기·항공 엔진·전술 트럭 제조에 총력을 기울이며 '민주주의의 병기창(Arsenal of Democracy)'으로 거듭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도 GM과 포드는 의료기기 업체들과 손잡고 수만 대의 인공호흡기를 긴급 납품해 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두 사례 사이의 간극이 생각보다 크다고 본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호흡기는 규격과 인증 기준이 상대적으로 단순하지만 유도무기나 탄약은 극비 보안 인증부터 수십 단계의 품질 검증, 방산 조달 규정 준수까지 3중 장벽이 존재한다"며 "민간 공장이 실제로 군수품을 찍어내기까지는 수년의 전환 기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WSJ도 이번 접촉이 "예비적이고 포괄적인 성격"에 머물러 있으며 구체적인 계약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GM은 쉐보레 콜로라도 픽업트럭 기반 경량 보병분대차량(ISV)을 납품하는 방산 자회사를 운영 중이며, 험비 후속 기종 사업의 유력 후보로도 꼽히지만 방산 매출은 GM 전체 실적의 극히 일부에 그쳐 공장 전환의 실효성에 의문도 남아 있다.

미국발 방산 재편 태풍…K방산,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이 구조 재편은 국내 방산 시장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몰고 온다. 미국은 이달 초 2027회계연도 국방예산을 1조 5000억 달러(약 2220조원)로 편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현재 진행 중인 2026회계연도 국방예산(9010억 달러·약 1330조원) 대비 44% 급증한 수치로, 브루킹스연구소의 제시카 리들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한국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국방비 증액"이라고 평가했다.

증산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미 국방부는 올해 1월 록히드마틴과 PAC-3 요격미사일 생산량을 현재 연간 약 620발에서 2030년 말까지 연 2000발로 늘리는 7년 장기 프레임워크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 13일 록히드마틴과 추가로 47억 달러(약 6조 9500억원) 규모의 PAC-3 생산 가속화 계약을 맺었다. 사드 역시 올해 1월 미 국방부가 록히드마틴과 연간 생산량을 기존 96발에서 400발로 4배 이상 늘리는 프레임워크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라인메탈 CEO가 경고했듯이 이 모든 증산 계획이 완전히 가동되려면 수년이 걸린다.

그 간극이 좁혀지기 전까지의 공백이 K방산에는 기회가 된다. 일본이 당초 2028년 3월까지 인도받기로 했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약 400발의 납기 일정이 이란전 소모 탓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는 것이 그 방증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천궁Ⅱ의 조기 납기를 타진했고, 아랍에미리트(UAE)도 추가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천궁Ⅱ는 패트리엇(56억~90억원)의 약 4분의 1 수준인 15억원으로 중거리 방공 임무를 수행한다. 이란전에서 실전 성능이 입증되면서 중동 국가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전쟁을 통해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무기체계 수요 증가 흐름은 단기성 이벤트가 아님이 재확인됐다"며 "방공 미사일의 중요성 부각과 함께 수출 증가·이익 개선이라는 방산 업종 핵심 투자 포인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K9 자주포·천궁Ⅱ·K2 전차를 앞세워 2022~2023년 2년 연속 방산 수출 100억 달러(약 14조 8000억원)를 돌파했으며,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의 도약을 공식 목표로 내걸고 있다.

다만 미국이 GM·포드 같은 거대 제조업체를 방산 공급망에 성공적으로 편입시킬 경우 중장기적으로 자체 생산 역량이 팽창해 K방산의 틈새를 좁힐 수 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민간 생산 전환이 실제로 성공할지, 그리고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성공할지가 K방산 수출 전략의 가장 민감한 변수"라고 말했다.

전쟁이 방산 생태계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5000만원짜리 드론을 막으려 200억원짜리 미사일을 소진하는 구조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자각이 세계 최강 군사대국을 70년 만의 민간 동원 체제로 밀어 넣고 있다.

자동차 조립라인이 탄약 생산라인으로 전환되는 그 속도가, 앞으로 글로벌 방산 판도를 가르는 새로운 잣대가 될 것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