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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달리오 "세계 질서 붕괴"…한국 원유 95% 호르무즈 직격

美 국가부채 38조 달러·이란 전쟁·내전 위험 3중 충격…금값 온스당 5천달러 돌파 이유는
한경연 분석 "전면전 장기화 시 한국 성장률 0.8%p 하락·물가 2.9%p 급등"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 사진=연합뉴스

원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해상 통로가 막혔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지 6주째, 국내 수입 원유의 95%가 이 협소한 수로를 통과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위기의 무게가 여느 나라와 다르게 짓누르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가 다보스와 두바이 등에서 잇따라 경고한 '세계 경제 질서의 붕괴'가 한국 경제의 급소를 정조준한 셈이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머니와이즈가 12일(현지시각) 보도한 달리오의 경고와 자산 방어 전략을 한국 경제 현황과 함께 진단한다.

"규칙 기반 질서는 이미 사라졌다"…달리오의 3중 경보

달리오는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기간 포춘지 대담에서 "우리가 규범 기반 체제를 훼손하고 있다고 순진하게 말하지 말자. 그 체제는 이미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2월 두바이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는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자본 전쟁의 직전에 있다"고 진단했다. 달리오가 지목한 자본 전쟁이란 무역 제재, 자본시장 접근 차단, 부채 보유를 지렛대로 삼는 방식으로 돈이 무기가 되는 상황을 뜻한다.

그가 공통적으로 정조준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는 38조 달러(약 5경 6400조 원)에 달하는 미국 국가 부채다. 달리오는 다보스 현장에서 이 규모의 부채가 '제국 쇠퇴기'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통화 질서 붕괴의 징후라고 규정했다.

둘째는 이란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공급망 균열이다.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 연합군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의 20%가 차단됐다.
셋째는 미국 내부 균열이다. 달리오는 "화해하기 어려운 갈등으로 미국 내에도 일종의 내전이 자라나고 있다"고 밝혔으며, 자신의 '거대 순환(Big Cycle)' 틀을 근거로 미국이 재정 악화와 내부 갈등이 겹치는 '붕괴 직전 단계'에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미국 서베이 센터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국인의 61%가 현 행정부에 불만을 품고 있다.

한국 경제의 급소가 봉쇄됐다


달리오의 경고는 한국에 특별히 더 날카롭게 꽂힌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 분쟁 이후 한국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은 비 교전 국가가 없다"고 진단했다.

수입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그 가운데 95%가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구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0일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서 두바이유가 배럴당 157.66달러까지 폭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했으며, 코스피가 7.24% 급락하는 등 강력한 충격파가 이미 실물 경제 전반에 번졌다고 밝혔다.

전면전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8%포인트 내려가고, 소비자물가는 2.9%포인트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봉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원유와 가스는 물론 석유 제품, 비료 가격이 단기간 급등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공급망도 사정권에 들어왔다.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산 나프타를 긴급 구매하고 나프타 수출 금지 조치까지 내렸으며, 아시아 플라스틱 수지 가격은 2월 말 이후 최대 59% 급등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려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 공급이 즉각 복구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달리오·버핏이 공통으로 지목한 피난처, 금·실물 자산


혼란이 깊어질수록 달리오가 거듭 강조하는 자산은 금이다.

그는 2025년 CNBC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금 비중이 충분하지 않다"며 "나쁜 시기가 오면 금은 아주 효과적인 분산 수단"이라고 말했다. 올해 그리니치 경제 포럼에서는 포트폴리오의 약 15%를 금에 배분할 것을 권고했다.

금 시장은 이미 이를 반영하고 있다. SP앤젤 분석가들은 "지정학적 분열이 심화되면서 브릭스 국가 중앙은행들이 달러 표시 자산 비중을 줄이고 금으로 이동하는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 현물 가격은 지난 1월 29일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5594.82달러(약 830만 원)까지 올랐다. JP모건은 연말까지 온스당 6300달러(약 930만 원), 도이체방크는 6000달러(약 890만 원) 목표치를 유지하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전쟁기의 자산 운용 원칙을 명확히 제시했다. 그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직후 CNBC에 출연해 "전쟁 때 현금을 쥐고 있는 것이 최악"이라며 농지, 아파트, 유가증권을 거론했다.

전쟁은 자원을 군사 부문으로 빨아들이며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화폐 가치를 야금야금 갉아먹기 때문이다. 실물 자산이 방어막이 되는 이유다.

달리오의 두 갈래 전망 가운데 어느 쪽이 현실화하느냐는 앞으로의 협상 테이블과 각국의 정책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러나 '에너지 혈맥'이 막힌 채 두 달 가까이 버티는 동안, 한국 경제는 이미 그의 경고가 허언이 아니었음을 온몸으로 확인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조기 종전이 이뤄지더라도 에너지 시설 피해 복구 지연으로 유가가 전쟁 이전보다 약 43% 높은 수준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쟁이 끝나도 충격은 끝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포트폴리오를 다시 살펴봐야 할 시간은 어제였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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