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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中 CXMT ‘메모리 밀월’… K-반도체 범용시장 흔든다

스마트폰 원가 54%가 메모리… 퀄컴, 'HBM 쏠림' 틈타 중국산 우회로 선택
삼성 2나노 수율 논란 속 '공급망 이원화' 가속… 장비 자립도 1000대 돌파 '굴기' 현실화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공룡 퀄컴이 차세대 스마트폰 두뇌를 위해 한국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아닌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손을 잡았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공룡 퀄컴이 차세대 스마트폰 두뇌를 위해 한국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아닌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손을 잡았다. 이미지=제미나이3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공룡 퀄컴이 차세대 스마트폰 두뇌를 위해 한국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아닌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손을 잡았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만 치우친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의 빈틈을 타 중국이 보급형 시장의 핵심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저가 공세를 넘어 설계 단계부터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는 '기술 굴기'의 서막으로, 한국 반도체의 근간인 범용 DRAM 시장 독점 체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퀄컴의 '전략적 이탈'… 삼성전자 2나노 부진과 메모리 원가 압박


지난 11(현지시각) IT 매체 Wccftech와 현지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중국 CXMT와 스마트폰 전용 맞춤형 DRAM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가 장악해온 메모리 공급망에서 퀄컴이 중국 기업과 직접 설계 협력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이번 협력의 핵심 동력은 극심한 원가 절감 필요성이다. 글로벌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HBM에 설비를 집중하면서 중저가 스마트폰용 범용 DRAM 공급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실제로 보급형 핸드셋 부품 원가(BOM)에서 DRAM(35%)과 낸드플래시(19%)가 차지하는 비중은 총 54%에 달한다. 퀄컴 입장에서는 칩셋 채택률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메모리라는 '우회로'가 절실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퀄컴과 중국 CXMT의 메모리 협력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의 빈틈을 파고든 구조다. 해당 협력이 18나노 이하 첨단 공정이 아닌 20나노급 범용 제품을 대상으로 하고, 퀄컴이 기술 이전 없이 기존 제조 역량을 활용하는 형태라면 현행 규제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과거 화웨이 제재 시에도 미 상무부가 퀄컴에 범용 칩 수출 허가를 내준 전례가 있어, 이번 협력 역시 사전 조율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미·중 갈등 국면에 따라 '미국 기업이 중국 메모리 생태계를 키운다'는 정치적 비판이 불거질 경우 소급 규제 리스크는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첨단 공정 수율 문제가 퀄컴의 이탈을 부채질했다는 시각도 제기한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단편적인 해석이라는 지적이 많다. 삼성 2나노(nm) 수율은 최근 60%대에 진입하며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

따라서, 퀄컴의 이런 움직임은 특정 제조사 기피가 아니라, 대만 TSMC에 쏠린 의존도를 낮추고 삼성 2나노와 중국산 메모리를 조합해 공급망 안정성과 단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3강 과점'의 균열… 중국 DDR5 생산으로 한국 턱밑 추격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정부의 막대한 자금 지원을 등에 업고 DDR4를 넘어 차세대 규격인 DDR5 시장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11일 폴란드 IT 전문지 IT하드웨어(ITHardware)"중국산 메모리가 '비싼 RAM 시대'를 끝낼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반도체 펀드'를 통해 약 1000억 달러(148조 원)를 투입해왔다. 특히 서버와 PC 시장에서 DDR5 가격이 급등하자, 글로벌 제조사들의 공급 공백을 틈타 중국산 모듈이 유통 채널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 중국 메모리 굴기 핵심 동력 >

① 정부 주도 투자 - 퍙룬(양쯔메모리) 등에 약 148조 원 투입 및 반도체 펀드 조성.

② 공급 공백 공략 - '3'HBM에 집중하는 사이 범용 DDR4·DDR5 물량 확보.
③ 가격 경쟁력 -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세보다 낮은 가격 제시.

"장비까지 독자 생태계"… 화칭(Hwatsing) CMP 장비 1000대 출하


중국의 공세는 칩 제조를 넘어 핵심 장비 자립화로 완성되고 있다. 12일 디지타임즈(DIGITIMES)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연마(CMP) 장비 기업 화칭은 최근 1000번째 장비 출하를 기록했다. CMP는 웨이퍼 표면을 나노 단위로 평탄하게 깎아내는 초미세 공정 필수 관문이다.

화칭의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36.46% 급증한 465000만 위안(1조 원)에 이른다. 이들의 장비는 이미 중국 내 첨단 공정 라인에 안착했으며, 이온 주입 및 웨이퍼 연마 등 전 공정 전반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고강도 수출 규제 속에서도 중국이 독자적인 반도체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음을 시사한다.

'기술 격차'만이 살길… 업계와 투자자가 주시해야 할 체크포인트


중국이 범용 DRAM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경우,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 모델은 HBM과 같은 초고성능 제품으로 더 빠르게 옮겨가야만 한다. 단순히 '중국산은 품질이 낮다'는 과거의 인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퀄컴 같은 글로벌 선도 기업이 중국 기업을 파트너로 택했다는 사실은 그들의 기술력이 이미 '상용화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다음 세 가지 지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째, HBM 외 범용 DRAM 가격 추이다. 중국 물량 공세로 인한 단가 하락 폭을 봐야 한다.

둘째, 삼성전자 2나노 공정 수율 개선 여부다. 퀄컴 등 대형 고객사의 복귀 신호가 관건이다.

셋째, 중국산 장비의 해외수출 여부다. 내수용을 넘어 글로벌 표준 장비로의 도약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가격 안정은 PC와 스마트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에는 범용 제품의 이익률 저하라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 우리에게는 주요 관심사다.

중국의 거센 추격을 뿌리칠 유일한 방법은 압도적인 기술 초격차다. 범용 시장의 '레드오션'화가 시작된 지금, 한국 반도체는 이제 수량을 넘어선 질적 가치 증명이라는 시험대에 올랐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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