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선박 21척 통과, 전쟁 초기 수준 회복…이라크·인도 등 '우방국 맞춤형' 통행 허용
이란, '전쟁 배상금' 명목 통행료 징수 공식화…미·이 핵시설 타격 위협 속 '에너지 인질극' 심화
이란, '전쟁 배상금' 명목 통행료 징수 공식화…미·이 핵시설 타격 위협 속 '에너지 인질극' 심화
이미지 확대보기보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사이 총 21척의 선박이 해협을 통과하며 극심했던 물류 정체에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정상화라기보다 이란이 우방국들과 맺은 불투명한 '개별 통행 합의'의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데이터로 본 호르무즈 현황: '선택적 개방'의 명과 암
최근 사흘간의 선박 흐름을 분석해 보면 이란의 전략적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6일 선박 추적 데이터와 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이번에 통과한 21척 중 13척은 아라비아해로 빠져나가는 외곽 항로를 택했다. 이는 통항량이 바닥을 쳤던 지난달 초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반등이다.
이란은 국가별 이해관계에 따라 통행권을 차별적으로 부여하며 해협 장악력을 과시하고 있다. 우선 이란은 이라크를 ‘형제 국가’로 예우하며 이라크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에 대해 전격적인 통행 예외를 승인했다.
수년 만에 이란산 액화석유가스(LPG)를 직수입하기로 합의한 인도는 LPG 운반선 8척을 해협 밖으로 이동시키는 데 성공하며 실리적 결단이 통했음을 입증했다.
아울러 중국 자본이 투입된 컨테이너선 2척과 일본 관련 선박 2척도 재시도 끝에 해협을 통과하며, 이란이 주요 경제국들과의 접점을 유지하려 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전쟁 이전 하루 평균 135척이 드나들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15% 수준에 불과하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의 무유 쉬(Muyu Xu) 선임 분석가는 블룸버그를 통해 "이란은 우방국들의 요청에 응답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해협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대외에 과시하고 있다"고 정조준했다.
'통행료 징수' 법제화하는 이란…공급망 뒤흔드는 '그림자 합의’
현재 이란은 해협 통제력을 단순한 군사적 수단을 넘어 '경제적 무기'로 고착화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현재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통행료 징수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전쟁 피해 복구 비용을 명분으로 내세운 일종의 '통행세'다.
해운업계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러한 합의 과정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파키스탄의 경우 해협에 묶인 자국 선박들을 빼내기 위해 이란으로부터 20개의 통행 슬롯(Slot)을 제안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제3국으로 선박 국적을 세탁하는 '리플래깅(re-flagging)'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호르무즈 통행은 국제법적 원칙이 아닌 이란과의 개별적 친밀도와 경제적 보상에 의해 결정되는 치외법권 영역이 됐다"며 "우리 기업들도 용선료 상승과 보험료 할증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어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지옥' 경고와 에너지 시장의 하방 압력
미국은 이란의 이러한 행보를 '해적 행위'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이란이 통로를 개방하지 않는다면 민간 기반 시설을 타격해 지옥(Hell)을 보여줄 것"이라며 군사적 옵션을 강력히 시사했다.
반면 이란은 통행료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한 완전 개방은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며 배수진을 쳤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소폭 통항량 반등이 일시적 해소일 뿐, 분쟁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한 국제 유가의 불확실성은 더 증폭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세계 에너지 공급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정치적·경제적 보상 요구와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충돌하는 거대한 협상장으로 변모했다.
이란의 통행료 징수가 현실화할 경우 이는 전 세계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새로운 '비용 충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확인된 불투명한 개별 합의들은 국제 해상 질서를 더욱 파편화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