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우드맥켄지 "호르무즈 봉쇄 현실화 땐 브렌트유 배럴당 100달러 넘는다"
셰일 업계 '주주 우선' 기조 고수… 중국은 러시아 밀착·비축유 카드로 맞불
셰일 업계 '주주 우선' 기조 고수… 중국은 러시아 밀착·비축유 카드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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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호르무즈 봉쇄 위기… 글로벌 석유 공급의 20% 흔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각) 미-이란 전쟁이 확산되면서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 기로에 섰다고 보도했다. 이에 골드만삭스와 에너지 전문조사기관 우드맥켄지는 공급 중단 사태가 이어질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약 14만 7000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두 기관의 경고는 단순한 투자 경보가 아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유가가 배럴당 139달러(약 20만 3800원)까지 치솟으며 한국의 무역수지가 연간 300억 달러(약 44조 원) 넘게 악화된 전례가 있다. 당시 에너지 수입 급증은 원화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을 동시에 유발했다. 지정학적 변수가 또다시 에너지 시장을 흔들고 있는 지금, 그 충격파는 생산자·소비자·정부 모두를 향해 열려 있다.
미국 셰일의 '수익 우선' 선언… "기름값 올라도 시추기 안 늘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4일 회의에서 단기 공급 공백을 메울 핵심 자원으로 미국 셰일석유를 지목했다. 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 산유량은 하루 136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에 달하지만, 올해 안에 오히려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된다.
셰일 업계의 대표 목소리도 냉담했다. 업계 거물 스콧 셰필드는 FT에 "증산에는 수개월이 소요되는 데다 전쟁이 끝나면 유가가 다시 급락할 수 있다"며 조기 투자를 거부했다. 텍사스 퍼미안 분지의 독립 생산업체 대표 커크 에드워즈도 "안정적 투자 결정을 내리려면 배럴당 75달러(약 10만 9000원) 선이 1년 이상 유지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셰일 업체들은 유가 상승으로 확보한 현금을 신규 시추가 아닌 부채 상환, 자사주 매입, 배당금 지급에 우선 투입한다는 방침을 굳혀 왔다.
제이피모건(JPMorgan)의 나타샤 카네바 분석가는 "셰일 업계가 증산에 나서더라도 시추부터 원유 채취 준비, 파이프라인 등 기반 시설 구축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며 시장의 기대와 현장 간의 구조적 괴리를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공급 수준이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시추 가능 재고 부족과 인력 감축이 즉각적 대응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의 러시아 밀착·비축유 카드… 에너지 생존 로드맵
중동 위기의 충격이 가장 클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13%를 이란에 의존하고, 원유의 3분의 1과 천연가스의 25%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온다. 공급망 교란이 현실화하자 베이징은 즉각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닐 베버리지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중-러 에너지 밀착은 한층 심화할 것"이라며 "이란이 친서방 노선으로 전환하거나 장기 불안 상태에 빠질 경우 베이징이 모스크바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국영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러시아산 원유 처리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다롄 소재 가동 중단 정제 시설의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와 몽골을 경유하는 천연가스관 '시베리아의 힘 2' 건설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단기 충격 완충책으로는 전략비축유(SPR) 방출이 검토되고 있다.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전략비축유 규모가 11억~14억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약 140일치 수입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기화로 에너지 자립 노리는 중국… 태양광·전기차에 판돈
한국의 불안… 에너지 수입 구조가 최대 약점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에너지 업계는 이번 중동 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며, 국내 정제사들의 원가 구조는 브렌트유 가격에 직결돼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호르무즈 봉쇄가 단기에 그치더라도 선물시장을 통한 가격 충격은 즉각 반영된다"며 유가 급등 시나리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가 100달러가 현실화할 경우 에너지 수입 비용 급증 → 경상수지 악화 → 원화 약세 → 물가 상승 압력이라는 연쇄 효과가 불가피하다. 국내 정유·항공·해운업종이 1차 충격을 받고, 원재료 가격 상승은 제조업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비축유 방출 기준과 에너지 바우처 확대 등 대응 방안 검토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중동 위기는 두 가지 구조적 현실을 동시에 드러냈다. 미국 셰일 산업이 더 이상 글로벌 공급의 '즉응 완충재'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중국이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을 메우기 위해 러시아와의 연대를 더욱 굳힐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 금융권에서는 공급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고유가 기조가 세계 경제를 압박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 요인으로 고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외교·군사적 해법 없이 시장 논리만으로는 이 위기를 풀 수 없다. 에너지 다변화와 수요 효율화라는 오래된 처방이 다시 한번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무게를 얻는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