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독·영·프 핵심 부품 결합된 '글로벌 분업형 무기'…한국은 체계 통합으로 65% 몫 확보
기술 이전·현지 생산 카드로 폴란드 산업까지 끌어들여…유럽 방산 질서 재편의 중심에 선 K-방산
기술 이전·현지 생산 카드로 폴란드 산업까지 끌어들여…유럽 방산 질서 재편의 중심에 선 K-방산
이미지 확대보기폴란드가 추진 중인 220억 달러(약 32조 원) 규모의 한국산 무기 도입 사업이 글로벌 방위산업계의 거대한 자금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산' 무기 쇼핑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서방 방산 선진국들이 핵심 부품 공급을 통해 막대한 실리를 챙기는 '글로벌 분업의 장'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3일(현지 시각) 폴란드 방송 폴스키에 라디오24(polskie radio24)에 따르면, 한국은 단순히 무기를 파는 제조사를 넘어 전 세계 첨단 기술을 하나로 묶어 인도하는 '글로벌 시스템 통합자(Integrator)'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220억 달러의 향방…누가 얼마나 가져가나
폴란드가 지불하는 거액의 군 현대화 예산은 정교한 설계에 따라 전 세계로 배분된다. 가장 큰 몫은 당연히 최종 조립과 체계 통합을 맡은 한국(약 143억 달러, 65%)으로 향한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두 번째 수혜자가 바로 폴란드 자국 산업(약 44억 달러, 20%)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은 파격적인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K2PL, K9PL 등)을 통해 폴란드 경제에 직접적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서방 동맹국들의 지분도 상당하다. 미국(약 22억 달러, 10%)은 FA-50의 엔진과 레이더, K9의 변속기 등을 통해 실익을 챙기며, 독일(약 6억 달러, 3%)은 초기 인도분 전차와 자주포의 심장인 엔진과 변속기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영국(사출 좌석, 현가장치), 프랑스·이스라엘(광학 및 전자장비) 등이 각각 수억 달러 규모의 배당을 챙기고 있다.
무기 체계별 '기술 지도'와 자금의 흐름
무기 체계별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의 체계 통합 역량과 글로벌 공급망의 정교한 결합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우선 FA-50 경공격기는 한국 항공 산업의 집약체인 동시에 미국의 기술적 지분이 가장 높은 기종이다. 대당 3000만~3500만 달러에 달하는 기체 가격 중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엔진과 레이시온의 AESA 레이더, 그리고 록히드마틴의 첨단 항전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며, 여기에 영국 마틴 베이커사의 사출 좌석(대당 약 40만 달러)이 필수 요소로 더해져 사실상 서방 연합군의 '공통 분모'와 같은 구성을 취하고 있다.
기갑 전력인 K2 흑표 전차의 경우, 초기 인도분 180대에 독일 MTU 엔진과 RENK 변속기를 탑재하면서 독일 방산업계에 대당 100만~150만 달러의 수익을 안겨주며 시작됐다. 하지만 폴란드는 향후 도입될 현지화 모델인 'K2PL' 버전부터 자국 기업인 부마르-와벵디(Bumar-Łabędy)를 통한 생산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일 예정이며, 이를 통해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고 자국 내 산업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기술 진화' 전략을 펴고 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인 K9 자주포 역시 독일제 엔진과 미국 앨리슨(Allison)의 변속기, 그리고 영국 호스트만(Horstman)의 현가장치 기술이 녹아든 전형적인 '하이브리드' 구성을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폴란드가 여기에 자국 WB 그룹의 사격 통제 시스템인 '토파즈(TOPAZ)'를 성공적으로 이식했다는 사실이다. 대당 약 40만 달러 가치인 이 핵심 '두뇌' 시스템을 국산화함으로써 폴란드는 전체 계약 물량 기준 약 1억 4000만 달러 이상의 국방 예산을 자국 경제권 내에 보존하는 실리를 챙겼다.
'호마르-K'가 보여준 폴란드-한국의 '윈윈' 모델
천무 다연장로켓의 폴란드형인 '호마르-K'는 가장 모범적인 협력 사례로 꼽힌다. 폴란드는 한국산 차체 대신 자국산 '옐치(Jelcz)' 트럭을 사용하고, 모든 통제 소프트웨어를 자국산으로 교체했다. 특히 최근 설립된 '한화 WB 어드밴스드 시스템' 합작법인은 폴란드 현지에서 1만 발 이상의 유도 미사일(CGR-080)을 생산할 예정이며, 이는 폴란드를 유럽의 미사일 생산 허브로 탈바꿈시킬 전략적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이번 분석 결과는 한국 방산이 단순히 무기를 파는 수준을 넘어, 서방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플랫폼 리더'로 도약했음을 보여준다.
첫째, 동맹국과의 실리 공유다. 미국과 독일 부품을 적극 채용함으로써 수출 허가(EL)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우방국의 지지를 끌어내는 고도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둘째, 현지화의 마법이다. 경쟁국들이 자국 생산만을 고집할 때 한국은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이라는 파격적 카드로 폴란드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셋째, 공급망 자립화다. 최근 독일의 수출 제한 리스크 등에 대비해 엔진 등을 국산화하는 한국의 노력은 향후 유럽 시장에서 '정치적 Embargo(금수조치)'로부터 자유로운 유일한 대안으로 한국 무기를 부각시킬 것이다. 결국 폴란드의 220억 달러 투자는 한국을 매개로 전 서방 방산 생태계를 선순환시키는 거대한 동력이 되고 있다.
김정훈 기자 kjh777@g-enews.com












